[더팩트 | 김해인 기자] 16.62㎡(약 5평) 규모 수용거실에 기자 11명이 들어서자 방은 금세 꽉 찼다. 문을 바라보고 나란히 앉으니 한 줄에 4명 정도가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바닥에 몸을 뉘자 빈 공간이 거의 남지 않았다.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눕는 것은 불가능했다. 벽 쪽으로 머리를 두고 나란히 누운 뒤 남은 공간에 몸을 구겨 넣어야 했다.
법무부는 지난 17일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법조기자단 34명과 함께 제3차 교정시설 현장 진단을 실시했다. 교정행정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공감대를 넓히고, 교정행정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마련됐다.
실제로 정원 5명인 이 방에서는 평균 9명의 수용자가 생활한다. 방 안에는 선풍기 두 대가 돌아가고 있었다. 다만 화재 위험 때문에 50분 가동 후 10분간 멈추는 방식이다. 선풍기가 멈추자 후텁지근한 공기가 곧장 방 안을 채웠다. 이날 청주의 낮 최고 기온은 32도였다.
수용자들은 출입문 아래 작은 배식구를 통해 식사를 받는다. 플라스틱 통에 담긴 밥과 국, 반찬이 전달됐다. 수용자들은 각자 식판에 음식을 덜어 먹었다. 여름철이라 500㎖ 얼음 생수가 1인당 한 개씩 지급됐다.
현장에서 만난 교정공무원들은 여름철 과밀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좁은 공간에 다양한 연령대 수용자들이 함께 생활하면서 갈등이 늘고, 화장실 냄새와 체취까지 겹치면 버틸 사람은 많지않다.
과밀수용이 심해질수록 시설 내 긴장감도 높아진다고 한다. 특히 성격장애를 가진 수용자들이 밀집해 생활하는 경우 갈등과 안전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수용자 난동 상황을 가정한 대응훈련도 진행됐다. 접견을 가던 수용자가 욕설을 퍼붓고 빗자루를 휘두르자 교정관들이 구두 경고를 한 뒤 즉각 제압에 나섰다. 실제 상황은 아니었지만 과밀수용 속 교정시설이 안고 있는 위험성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김봉영 청주여자교도소장은 "환경이 열악할수록 수용자들의 불만이 직원들에게 표출된다"며 "나아가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각종 권리구제 절차로도 이어지고 있다. 교정당국에 따르면 수용자들은 생활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거나 헌법소원을 청구하기도 한다.
청주여자교도소의 수용률은 120%에 달한다. 수용 정원은 619명이지만 현재 742명이 생활하고 있다. 야간에는 교정공무원 18명이 전체 수용자를 관리해 교도관 1명당 약 41명을 맡고 있다.
청주여자교도소에는 정신질환 수용자 약 200명, 마약사범 약 170명, 외국인 수용자 약 100명도 수용돼 있다. 전체 수용자의 절반가량이 관리 난이도가 높은 인원인 셈이다. 교정당국은 과밀수용이 장기화될 경우 관리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국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달 15일 기준 전국 교정시설 수용 정원은 5만614명이지만 실제 수용자는 6만3662명으로 수용률은 125.8%다. 여성 수용시설 수용률은 136.5%에 달한다. 야간에는 일일 평균 전국 교정공무원 약 1270명이 수용자 6만3600여 명을 관리하고 있어 교도관 1명당 약 50명을 담당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과밀수용 환경에 교정·교화 한계…피해는 국민에
법무부는 과밀수용 문제가 단순한 시설 문제가 아니라 재범 방지와도 직결된다고 보고 있다.
청주여자교도소에서는 제과제빵과 화훼, 애견미용 등 직업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수용자들의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교정공무원들도 임상심리상담사와 중독심리사 등 전문 자격 취득을 지원받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수용자 중 상당수가 정신적 상처를 안고 있지만 현재 여건에선 치유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최소한 달라져서 사회로 나가야 하는데 이런 환경에서 무슨 교정·교화가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5명 중 1명은 다시 교도소에 돌아오는데 죄질은 더 나빠진다. 피해자를 생각해보면 그 피해액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교정시설 예산은 범죄자를 위한 예산이 아니라 국민을 범죄로부터 지키기 위한 사회안전 예산"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교정시설 신축·증축과 함께 가석방 확대 등을 통해 과밀수용 해소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교정시설 신설에는 통상 10년 안팎의 기간이 소요되는 데다 예산과 인력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 장관은 "가장 중요한데 가장 홀대받는 직역이 교정직"이라며 "제복공무원 중 교정직만 순직하면 현충원에 안장되지 못한다. 교정공무원 처우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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