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개선 막막한 상호금융…영업 한파 '이중고'


PF 막고 주담대 묶고…상호금융, '한숨'
건전성 강화·대출 규제 '겹악재'

가계대출 취급에 제동이 걸린 상호금융권이 비이자이익 확대를 시도하고 있지만, 일선 금고와 조합을 중심으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더팩트DB·뉴시스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금융당국이 상호금융권에 적용하는 규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일선 금고 등 영업현장에서는 난처한 기색이 역력하다. 충당금 적립 강화기조에 순이익은 줄고 적자는 키울수 있다는 우려가 앞서면서 신용대출은 예외로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상호금융권 건전성 강화를 위한 '상호금융업감독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은 부실채권 충당금 적립 기준을 강화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한도를 신설하는 것이 골자다.

이번 가이드라인의의 핵심은 위험도가 높은 부동산금융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손실흡수 능력을 키우는 데 있다. 장기간 연체된 PF 대출 등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충당금을 쌓도록 했고, 부동산 PF 대출 비중도 전체 대출의 20% 이내로 제한했다. 또 조합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순자본비율 기준도 단계적으로 높여 자본 확충을 유도하기로 했다. 부동산 PF가 능사라는 계산을 사전에 차단하는 조치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긴축기조를 예상했지만, 부담은 적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에 대비해 왔지만 금리 인하와 대출 규제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쉽지 않아서다. 충당금 적립 규모가 늘어날 경우 당장 순이익 감소는 물론 일부 조합은 적자 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계대출에 제동이 걸리면서 마땅한 캐시카우도 없는 상황이다. PF 중단 이후 발빠르게 주택담보대출 수요를 찾아 수익성을 키우려는 구상이었지만, 올 1분기 금융당국이 상호금융권에 가계대출 '순증 0'을 주문했다. 사실상 주담대 신규 취급이 불가능해진 셈이다. 증시 활황에 2금융권이 투자 자산을 키우면서 수익을 보전하고 있지만, 금고단위 투자는 국고채 등 안전자산에만 허용되는 만큼 투자 수익 확대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럼에도 상호금융권은 최근 체질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동산 PF 중심의 대출 구조에서 벗어나 서민금융과 가계대출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 전환을 추진 중이다. 공제, 신용카드 등 비이자수익 확대와 함께 고금리로 조달하던 사업자금은 지자체와 협약을 통해 사업자금 통장 등으로 대체해 조달비용을 낮춘다. 우선 사업에 필요한 원가라도 아끼겠다는 계산이다.

일선 금고에서는 리테일(소매금융) 취급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PF와 주담대가 모두 막힌 만큼 신용대출 취급이라도 건전성을 저해하지 않은 범위 이내에서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상호금융권의 신용대출은 가계대출로 묶여 주담대와 함께 총량규제에 걸려있다.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가계대출 관리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신용대출은 실수요 성격이 강한 만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그나마 증가하는 수요를 흡수하고 있는 분야는 정책자금 대출이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햇살론, 사잇돌대출 등 서민·취약차주를 위한 정책금융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다만 정책자금 대출은 수익성이 높지 않은 데다 취급 규모에도 한계가 있어 개별 금고의 주된 수익원으로 자리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한 상호금융 관계자는 "은행권보다 더 큰 한도로 신용대출을 받기 위해 새마을금고를 찾는 차주가 있는데 실제로는 심사도 더 깐깐하고 한도도 낮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은행권 대출에 추가로 정책자금을 연계할 수는 있지만 이마저도 조건이 까다로워 실수요자가 아니면 이용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신용대출 규제 완화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당초 가계대출 관리의 목적이 부동산 시장 안정에 있는 만큼 신용대출이 늘어날 경우 주택 구입 자금 등으로 우회 유입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상호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올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말 기준 전국 농.수협 등 상호금융권에서 취급한 여신잔액은 422조5207억원으로 지난해말 대비 10조원 가까이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신용협동조합은 3조828억원 증가한 110조9239억원을 취급했고 새마을금고는 6005억원 상승한 183조7348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대출 규제를 완화할 경우 가계부채 관리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부담 요인이다. 수신 금리 인상 압력이 커지면서 조달 비용이 늘어나는 한편, 차주의 이자 부담은 확대돼 연체율 상승 가능성도 키운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충당금 적립 강화 기조까지 더해질 경우 수익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이중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수익성 제고 방안이 절실한 이유다.

또다른 상호금융 관계자는 "과거에는 주담대, PF를 오히려 정부에서 독려했는데 최근 몇년간 방향을 급선회하는 감도 있다"라며 "풀뿌리 금융의 생존을 위해선 은행권에 적용하는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현실과 어긋나는 조치다"라고 말했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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