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코스피가 사상 처음 9000선을 돌파한 가운데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 지표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38조원에 육박했다. 상승장에 레버리지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지만, 증시가 조정받을 경우 반대매매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코스피 9000 뒤따른 레버리지…삼전·하이닉스에 9조원 '쏠림'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국내 증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7조800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준 27조원대와 비교하면 올해 들어 10조원 넘게 증가한 규모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뒤 아직 상환하지 않은 금액으로, 개인 투자자의 레버리지 투자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5월 29일 처음으로 38조원을 돌파한 이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별로는 지난 17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28조8433억원, 코스닥시장 잔고가 8조957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잔고 가운데 유가증권시장 비중은 76.3%에 달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18일 장중 9106.07까지 오른 뒤 9063.84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6일 8000선을 처음 돌파한 지 16거래일 만에 9000선까지 올라섰다.
코스피 상승을 이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신용 자금이 몰렸다. 지난 18일 기준 삼성전자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4조7628억원, SK하이닉스는 4조3322억원으로, 두 종목 합계만 9조95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인 12월 30일 기준 두 종목의 신용거래융자 잔고 합계는 약 2조5319억원이었다. 불과 6개월 새 삼성전자는 잔고가 1조6477억원에서 4조7628억원으로 늘었고, SK하이닉스는 8841억원에서 4조3322억원으로 불어났다. 올해 들어 두 종목에서만 약 6조5632억원 증가한 셈이다. 비율로 따지면 삼성전자는 약 2.9배, SK하이닉스는 약 4.9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 반대매매 역대 최대 후폭풍…상승장 부메랑 될까
문제는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경우다. 신용융자는 상승장에서는 투자자의 매수 여력을 키우는 역할을 한다. 자기자금만으로 매수할 때보다 더 큰 규모의 주식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주가 상승 국면에서는 수익률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하락장에서는 단기간에 늘어난 신용융자가 매도 압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주가가 내려 담보비율이 기준 아래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투자자의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면서 하락 폭이 확대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이달 초 코스피 변동성이 확대된 뒤 반대매매도 급증했다. 지난 1일부터 9일까지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55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 9일에는 하루 동안 1698억원이 강제 처분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대매매가 늘어나면 주가 하락이 추가 담보 부족과 강제 매도를 부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주도주 조정이 지수 변동성 확대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용융자 증가세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 5월 보고서에서 "신용거래가 상승기에는 추가 매수 수요를 늘리지만, 하락기에는 반대매매를 통해 매도 압력을 키우는 특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강제 청산이 집중되면 연쇄적인 디레버리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신용거래융자 규모만으로 증시 과열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주가 상승으로 시가총액이 커진 데다 투자자예탁금과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대기 자금도 함께 늘고 있어서다.
지난 17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124조6320억원으로 집계됐다. 개인 CMA 잔고도 101조4031억원에 달했다. ETF·ETN·ELW를 제외한 코스피 주식 기준으로 개인은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1월 2일부터 이달 18일까지 72조9372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에서는 8조2384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관건은 기업 실적이 가파른 지수 상승세를 뒷받침할 수 있느냐다. 반도체 업황 개선과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진다면 신용융자 부담도 제한적일 수 있다. 반면 금리와 대외 변수로 조정이 나타날 경우 38조원에 육박한 빚투가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이날 오전 9시 19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9063.84) 대비 2.50%(226.90포인트) 오른 9290.74를 호가 중이다. 이날 코스피는 9288.89로 문을 연 뒤 9331.55까지도 뛰었다. 같은 시각 삼성전자는 1.10%(4000원) 상승한 36만6500원, SK하이닉스는 4.47%(12만원) 뛴 280만5000원을 가리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