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정채영·이태훈 기자] 여야 충돌 빈도가 높지 않은 국회 상임위원회로 알려진 행정안전위원회가 22대 국회 후반기엔 정쟁의 최전선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촉발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정부를 몰아세우려는 야당과 이를 막으려는 여당 입장이 상충하면서다. 검찰개혁의 산물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이 임박하면서 이를 둘러싼 여야 공방도 예상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18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사실 행안위는 비상계엄 사태와 같이 특수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여야가 극심하게 충돌하거나 잡음이 발생하는 상임위는 아니었다"면서도 "후반기엔 확실히 시끄러워질 것 같다. 선관위 이슈도 있었고, 곧 출범하는 중수청을 두고도 여야 이견이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선관위와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 경찰청, 소방청 등을 소관부처로 두고 있는 행안위는 정치 현안을 자주 다루는 법제사법위원회와 운영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상임위와 비교하면 잡음과 정쟁에서 다소 먼 상임위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여론과 정치권의 이목이 선관위로 집중되면서 선관위를 소관으로 둔 행안위 또한 폭풍의 한가운데에 설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후반기 국회 행안위에선 선관위가 일으킨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최근 연이어 드러나고 있는 선관위의 부실·방만 조직 운영이 한꺼번에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선관위 사태를 다루면서 여야 정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기본적으로 여야 모두 선관위발 논란에 대해선 성역 없이 진상을 규명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바라보는 후속 행보엔 온도차가 느껴진다. 여당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에 중점을 두는 반면, 야당은 이번 사태를 대정부 공세로까지 확장하길 원하는 분위기다.
이같은 기류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첫 회의에서도 감지됐다. 특위 야당 간사를 맡은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조사 계획에 대해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관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라며 "행안부나 경찰청 등 여러 기관이 연계된 부분이 있으니, (이들을)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신청하는 부분에 대해선 많은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당초 국민의힘 일각에선 청와대를 국정조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으나,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국정조사 계획서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오는 10월 출범을 앞둔 중수청도 행안위 내의 또 다른 '화약고'로 꼽힌다. 정부·여당 주도 검찰개혁의 산물이자 행안부 소속 기관으로 설치되는 중수청은 출범 후 △부패 △경제 △방위산업 △마약 △내란·외환 △사이버범죄 등 6대 범죄 수사를 맡게 된다. 중수청이 행정부 산하에 설치된 만큼, 야당은 향후 중수청의 '정권 친화' 등 정치 편향성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할 공산이 크다.
후반기 국회 행안위가 거대 현안을 여럿 다룰 것이 확실시되면서, 경찰 출신은 물론 율사 출신의 '투사'들이 행안위 배치를 원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경찰청 차장 출신인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존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대신 후반기 행안위 배치를 희망하는 것으로 파악됐고, 기존 행안위 소속인 이광희 민주당 의원 역시 잔류 의사를 밝힌 상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내에서 행안위를 희망하는 의원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안다"며 "주요 현안이 많은 만큼, 스피커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의원들이 여럿 행안위에 배치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도 "원래 법사위는 율사 출신, 행안위는 경찰 출신 의원들이 주로 희망하는 상임위였는데 최근에는 율사 출신 의원들까지 행안위에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라며 "기존 위원들도 계속 잔류를 희망하고 있지만 예년과 달리 누가 남고 누가 이동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방 발전 등 국가 차원의 거대 담론을 다뤄야 하는 행안위가 일부 이슈에만 매몰돼 정쟁을 벌여선 곤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행안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행안위에는 지역소멸과 지방소멸 대응, 지방의회법 개정 등 중요한 현안들도 많다"며 "중수청과 선관위 이슈에만 매몰되면 정작 시급한 지방행정 과제들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