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정채영·이태훈 기자] 22대 국회 후반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기피 상임위'로 부상하고 있다. 방송·통신 정책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 여전한 데다 방송법 개정안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 인공지능(AI) 산업 육성 등 굵직한 현안이 줄줄이 대기 중인 가운데, 과방위 정쟁 중심에 있던 전직 방송통신위원회(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인사들의 국회 입성까지 맞물리면서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후반기 과방위에서는 방송·통신 분야 핵심 현안을 둘러싼 여야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장 큰 쟁점은 지난해 8월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방송 3법'의 후속 조치다. 해당 법안은 공영방송 이사 추천 주체를 확대하고 편성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는데, 법 시행 과정에서 세부 규정과 운영 방식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특히 편성위원회 구성의 핵심인 '종사자 대표성' 규정이 불명확해 사내 다수 노조에 과도한 영향력을 부여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편성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는 입장이어서 관련 논쟁이 후반기 과방위에서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유튜브와 포털 규제 문제 역시 주요 뇌관으로 꼽힌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허위조작정보와 극단적 정치 콘텐츠 확산, 알고리즘 투명성 문제를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정권에 의한 온라인 검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 주도로 도입된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 다음 달 7일부터 시행되는 만큼, 관련 제도의 실효성과 부작용을 둘러싼 여야 공방도 과방위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과방위는 과학기술·AI·우주·정보통신기술(ICT) 등 국가 미래산업 전반을 다루는 상임위지만, 실제로는 방송·통신 현안에 지나치게 매몰돼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후반기에도 방송통신위원회 출신 의원들이 과방위 배치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과방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더팩트>에 "전반기 초반에도 우려가 많았다. 과방위는 원래 과학기술 등도 다룰 수 있는 상임위인데 방송·통신 이슈에 지나치게 매몰됐다는 평가가 있었다. 국정감사 때도 여야 충돌이 반복되면서 상임위가 계속 시끄러웠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진숙·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의 과방위 합류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후반기에도 방송·통신 현안이 상임위를 집어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두 사람은 윤석열 정부 당시 방통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맡아 이른바 '2인 체제' 방통위를 이끌었다. 취임 당일 KBS·방문진 이사 선임안을 의결하며 야당과 거세게 충돌했고, 이후 관련 의결 상당수가 법원에서 위법 판단을 받거나 효력이 정지되면서 '공영방송 장악'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국회 과방위 현장검증과 청문회를 둘러싸고도 민주당과 정면 대립하며 방송·통신 분야 여야 갈등의 상징적 인물로 꼽혀왔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진숙·김태규 두 사람 모두 방통위에서 보여준 캐릭터가 워낙 강하지 않느냐"며 "솔직히 정치적 색채가 강하고 발언 수위가 센 인사들이 상임위에 오면 다른 의원들이나 관계자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측면이 있다. 후반기 과방위가 다시 격전지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도 그런 부분 때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과방위에 배치될 경우, 두 사람이 방통위원장과 부위원장 시절 직접 담당했던 현안들이 오는 10월 국정감사에서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나아가 이들의 방통위 재직 시절 행보를 둘러싸고 증인 채택 요구가 제기되는 등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우려다.
국민의힘에서 두 사람이 '방통위 투톱' 출신으로 주목받는다면, 민주당에서는 전반기 과방위에서 대여 공세를 주도했던 최민희·김현 의원의 잔류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꼽힌다. 네 사람이 한 상임위에 모일 경우 전반기 못지않은 강대강 대치가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의원은 방송 등을 통해 후반기에도 과방위 활동을 희망한다는 뜻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전반기 과방위원장을 맡았던 최민희 의원 역시 위원장직을 마친 만큼 다른 상임위로 옮길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 의원은 위원으로라도 과방위에 남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장직에서는 물러나더라도 이진숙·김태규 등 국민의힘 측 중량급 인사들의 과방위 배치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방송·통신 현안 대응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당내에서는 최 의원의 잔류를 두고 이견도 적지 않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통상 상임위원장을 지낸 뒤 같은 상임위 위원으로 내려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당 안팎에서는 다른 상임위로 이동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