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통합돌봄①] 예산·인력 부족 '잃어버린 2년'···현장 "체감 못 해"


기준인건비 적시 반영 안해...시행 7달 지나야 전담인력 배치
첫 예산도 부족...방문의료·주거복지·장애인서비스 취약

경기도 성남시에 거주하는 황모씨(78)가 지난 9일 집에서 한의원 방문진료를 받고 있는 모습./ 이준영

통합돌봄이 지난 3월 전국에서 본격 시행됐다. 정부는 일상생활이 어려워 돌봄이 필요한 노인, 장애인이 병원이나 시설, 가족 희생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살던 집과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필요 복지·의료·주거 서비스를 지원하겠다 했지만 여전히 시민들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더팩트>는 거동이 불편한 전국 노인과 장애인들에 제공되는 통합돌봄 실태를 취재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선 방향을 8편에 걸쳐 알아본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통합돌봄이 뭔데? 바뀐 거 하나도 없어. 허리를 다쳐 요양보호사 없이 외출도 어려운데 우리 동네에 케어안심주택 한 채도 없어." (경기도 성남시 78세 황모씨)

"휠체어 타고 장애인 콜택시 불러 병원 다니느라 쉽지 않은데 우리 지역에 활동하는 장애인 주치의가 한명도 없다. 통합돌봄 시행후 바뀐 거 없다. 내가 대상자인조차 알려주는데 없다." (서울시 용산구 60세 중증장애인 이용석)

황씨와 이씨 모두 혼자살며 거동이 불편하다. 황씨는 허리와 다리를 다쳐 집에서 절뚝절뚝 걸어다닌다. 17일 황씨는 "요양보호사나 가족이 찾아 오지 않는 한 밖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며 "집이 언덕에 있어 더 어렵다. 일주일에 한번 방문진료를 활용해 침을 맞는데 한달 소득 60여만원 중 방문진료로 12만원이 나가 부담"이라고 말했다. 그는 퇴원 후 지속 관리가 필요한 사람에게 주거, 의료, 돌봄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케어안심주택이 필요하다고 요구했지만 성남시에는 케어안심주택이 한 호도 없다.

하반신 마비인 이씨는 오랜 당뇨가 있어 병원에서 관리를 받는다. 병원 방문 시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한다. 그는 "장애인 콜택시 대기시간이 길어 병원 예약시간 맞추기도 어려운 일"이라며 "집으로 찾아와 진료해주는 장애인 주치의가 필요한데 우리 지역엔 활동중인 주치의가 없다"고 언급했다. 용산구에는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에 등록한 의사가 1명 있지만 실제 활동은 하고있지 않다.

이러한 현실은 보건복지부가 지난 3월27일 통합돌봄을 전국에서 전면 시행하면서 언급한 변화와 괴리가 크다. 당시 복지부는 "그동안 돌봄서비스는 이용자가 정보를 하나하나 찾아보고 신청해야 했기에 정보력이 약한 노인 등은 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고, 서비스 간 연계도 부족했다. 이로 인한 서비스 공백은 가족 간병부담이나 요양병원·시설 장기 입원·입소로 이어졌다"며 "통합돌봄이 시행되면 이러한 서비스 이용 불편과 공백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통합돌봄은 이재명 정부 국정 과제다. 하지만 시행 80일이 지났지만 현장 시민들은 통합돌봄 자체를 몰랐고 알아도 변화를 못 느꼈다.

정부는 지자체 중심으로 통합돌봄을 실행한다고 했지만 읍면동 지자체 전담 인력조차 아직 채용하지 않아 기존 인력들이 본래 업무에 더해 겸임하고 있다. 이에 읍면동 단위에서는 새로운 대상자를 발굴하기 위한 여력이 없고 서비스 연계 지연 등 현장 대응력이 부족하다.

지역 간 의료, 주거복지 등 통합돌봄 서비스 격차도 크다.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실제로 활동하는 장애인 건강주치의는 경기도 성남시 15명, 서울 강남구 9명, 강북구 10명, 관악구 17명, 충북 청주시 8명, 경부 경산시에는 10명이 있다. 반면 강원도 경우 18개 시군구 중 실제활동 주치의가 있는 곳은 원주시(5명), 동해시(2명), 춘천시(1명) 3개 시군구 뿐이다. 나머지 15개 시군구는 활동 주치의가 없다. 충북은 11개 시군구 중 10개 시군구가 활동 주치의가 없다. 충남은 15개 시군구 중 천안시(1명), 홍성군(1명)을 제외한 13개 시군구가 활동 주치의가 없다.

◆ 윤석열 '전담인력' 반영 안해, 연말에나 배치...현 정부 첫 예산도 '부족'

병원이나 요양원이 아닌 집과 지역사회에서 삶, 가족 돌봄 부담 완화가 취지인 통합돌봄. 현실은 왜 다를까. 준비가 부족했다.

우선 통합돌봄에 필요한 지자체 전담인력을 윤석열 정부가 적시 채용하지 않았다. 2024년 3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겸임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선 2026년 3월 통합돌봄 시행 전인 2025년말까지 전담인력 현장 배치가 완료돼야 했다. 그러려면 2024년 하반기에 관련 기준인건비가 반영돼야 했다. 그러나 당시 윤 정부는 기준인건비를 반영하지 않고 외면했다.

윤 전 대통령이 일으킨 비상계엄 사태로 정권이 바뀌었다. 지난해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그 해 12월 전담인력 5346명 기준인건비를 반영했다. 하지만 늦었다. 통합돌봄은 지난 3월 시작됐는데 전담인력 채용은 현재 진행중이다. 올해 4분기에나 배치된다. 배치 후 교육과 인수인계 받는 기간을 감안하면 읍면동 전담인력 부족 상황은 연말까지 이어진다.

이재명 정부가 반영한 올해 통합돌봄 예산도 부족하다는 평가다. 올해 관련 예산은 914억원이다. 이 가운데 지자체가 특성에 맞춰 새로운 사업을 개발하는 데 쓸수 있는 지역특화사업 예산은 620억원이다. 지자체당 평균 2억7000만원이다. 보건복지부가 당초 지난해 제출했던 예산안은 777억원으로 더 적었다.

이는 돌봄 단체들이 요구했던 예산과 차이가 크다. 국요양보호사협회,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한국아동보호전문기관협회 등 53개 현장 돌봄단체들은 통합돌봄 안착을 위해 올해 최소한 2132억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해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도 복지부가 제출한 돌봄 예산이 부족하다며 995억원 늘려 1771억원을 의결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에 넘겼다. 그러나 예결위가 증액분을 줄여 최종 예산은 914억원이다. 예결위 결정은 재정당국,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이 주도한다.

한 광역시의 구청 통합돌봄팀장은 "기준인건비 반영이 1년이 늦어 읍면동 경우 전원 겸임 업무를 해 부담이 크다"며 "예산도 부족해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 분들에 식사 지원하던 예산도 곧 소진되고, 머리 이발해드리던 서비스도 한 달에 한번 하던 것을 분기당 한번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는 중앙정부 예산 지원이 많이 늘어야 한다"며 "지자체만으로는 통합돌봄 제공 여력이 부족하니 사회서비스원 등이 적극적으로 통합돌봄에 나서도록 해야한다"고 했다.

지자체들은 예산 부족으로 필요한 자체 사업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충청도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2층이나 3층에 엘리베이터 없이 사는 장애인, 어르신이 많은데 이들을 1층으로 이동시킬 서비스 등 새 서비스 만들고 싶어도 예산 확보가 어렵다"고 언급했다.

김이배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복지전문위원은 "윤석열 정부에서 통합돌봄 본사업 시행 의지가 있었다면 2024년 말 전담인력 기준인건비를 반영해야 했으나 하지 않았다. 본사업 계획이 있었던 것인지 의문"이라며 "결국 전담인력 반영이 1년 늦어져 인력배치는 본사업 시행 7개월 후인 10월 이후에나 가능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도 통합돌봄이 국정과제지만 올해 첫 예산 규모가 미흡했다"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1771억원으로 늘린 예산을 예결위가 914억원으로 반이나 줄였다. 이런 식이면 통합돌봄 안착은 어렵다"고 말했다.

◆ "내년 예산 최소 6447억 필요"...방문의료·주거지원 핵심 인프라 비용

전문가들은 통합돌봄 본래 취지대로 안착하기 위해 국비지원 확대, 기금 도입, 기준인건비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이배 전문위원은 "현재 예산으로는 지역특화서비스는 적을수 밖에 없고 65세 미만 장애인 돌봄사업은 더 심각해 국민들이 신청해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일부 지자체들은 1인당 통합돌봄 지원액이 30만원대인데 최소한 130만원까지 늘려 현실화하고 재정 취약 지자체들은 매칭 구조를 완화해 국비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방문의료, 재택의료, 주거지원 같은 통합돌봄 핵심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돌봄 인프라 구축 비용 등으로 내년 통합돌봄 예산은 정규 국비사업으로 최소 6447억원 이상 투입해야 한다"며 "국비지원과 별개로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지역돌봄기금을 신설해야한다"고 밝혔다.

결국 통합돌봄 안착을 위해선 대통령 관심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대통령이 통합돌봄을 직접 챙겨야 취지대로 실현될 수 있다"며 "기본사회위원회에서 통합돌봄을 의제로 논의하는 것이 잘 이뤄져야 힘을 받을 수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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