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광주에서 시작된 '청소년을 포기하지 않는 법'


김양균 전 초대 헌법재판관이 평검사 시절 최초로 제기한 '청소년 선도보호제도'

1978년 청소년 선도보호제도를 처음 창안한 김양균 전 초대 헌법재판관. /김양균 전 헌법재판관

[더팩트ㅣ광주=김승일 기자] 청소년 범죄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는 늘 어려운 문제다. 잘못에는 책임이 따라야 하고, 피해자의 고통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그러나 미성년자의 일탈을 성인 범죄와 같은 잣대로만 다루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처벌만으로는 아이를 바꾸기 어렵고, 낙인만으로는 사회 복귀의 길을 열기 어렵다.

청소년 선도보호제도는 이 지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현재 이 제도는 주로 '선도 조건부 기소유예' 방식으로 시행된다. 범죄 혐의가 인정돼도 교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소년에게 곧바로 재판을 받게 하지 않는다.

대신 청소년범죄예방위원회의 선도와 보호를 조건으로 검사가 기소를 유예한다. 대상 청소년은 일정 기간 상담과 생활지도를 받으며 사회로 돌아갈 기회를 얻는다.

선도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소년을 지원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맡고 검찰의 처분과 지역 사회의 돌봄을 잇는 연결 고리인 셈이다.

이 제도는 청소년을 '봐주는' 장치가 아니다.

잘못을 인정하게 하고, 같은 길로 다시 가지 않도록 사회가 붙잡는 과정이다. 처벌의 문턱 앞에서 한 번 더 교육과 회복의 가능성을 묻는 제도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이 제도는 1978년 광주지방검찰청에서 처음 시행됐고, 1981년 법무부훈령 '소년선도보호지침' 제정으로 전국에 확대됐다.

출발점에는 당시 광주지검 평검사였던 김양균 전 초대 헌법재판관의 문제의식이 있었다. 헌법재판소 사이버역사관에도 김 전 재판관의 주요 이력 가운데 '청소년 선도보호제도 창안'이 기록돼 있다.

지역 법조계 등에 전해지는 이야기도 있다.

당시 김 전 재판관의 제안을 오탁근 법무부 장관이 박정희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좋은 제도라면 전국으로 확대하라는 취지의 지시가 있었다는 내용이다. 광주에서 시작된 문제의식이 전국 제도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선도 조건부 기소유예는 한때 잘못된 길로 들어선 청소년들을 바른길로 이끌기 위해서는 강력한 처벌보다 선도가 먼저라는 데 요점이 있다.

이 제도가 첫발을 뗀 청소년범죄예방위원 광주지역협의회는 한상원 다스코 회장에 이어 현재 최갑렬 대한주택건설협회 광주전남도회장이 맡고 있다.

최근 청소년 범죄를 둘러싼 여론은 어느 때보다 엄하다.

일부 강력 사건은 시민들의 분노와 불안을 키웠고, 처벌 강화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고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요구는 당연하다.

하지만 처벌 강화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청소년 범죄의 배경에는 가정 해체, 빈곤, 학교 부적응, 방임, 폭력 경험 등이 얽힌 경우가 적지 않다. 이 현실을 외면한 채 처벌만 앞세우면 같은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한 평검사의 제안이 전국 제도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는 과거의 미담으로만 남겨둘 일이 아니다.

법은 엄정해야 한다.

그러나 사법은 사람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청소년 선도보호제도의 출발은 그 어려운 원칙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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