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광주=조효근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미국 망명 시절 한국 민주회복과 평화통일을 위해 벌였던 활동을 보여주는 기록물이 공개됐다.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은 6·15 남북정상회담 26주년을 맞아 '김대중 망명 투쟁 기록-민주회복과 평화통일을 향한 불굴의 신념'을 공개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지난 4월 도모히토 시노다 일본 국제대 교수가 기증한 사료다.
자료에는 1984년 김 전 대통령이 미국 망명 시절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에게 보낸 서한과 한국인권문제연구소 소식지에 실린 입장문 '기로에 선 한국의 민주주의: 나의 견해와 제안', 미국 주요 신문의 관련 기사 등이 포함됐다.
기념관은 기증 자료에 대한 사료 평가 작업을 거쳐 이날 공개했다.
자료는 김 전 대통령이 1980년 미국 망명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 회복과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미국 정계와 언론, 학계, 종교계, 인권단체 등을 상대로 설득과 여론 조성에 나섰던 과정을 보여준다.
기념관은 이 자료들이 김 전 대통령의 망명 활동을 입증하는 중요한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대통령은 망명 활동 이후 1985년 2월 귀국했다.
이른바 '폭풍의 귀국'으로 불린 그의 귀국은 제12대 총선에서 신민당 돌풍으로 이어졌고, 이후 19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흐름에도 영향을 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자료 가운데 입장문 '기로에 선 한국의 민주주의: 나의 견해와 제안'은 김 전 대통령의 이후 정치 구상을 엿볼 수 있는 문건으로 평가된다.
기념관은 이 입장문이 평화민주당 창당과 1997년 대통령선거, 햇볕정책, 2000년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김대중 정치의 방향을 보여주는 기록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입장문에는 남북관계와 국제공조에 대한 구상도 담겼다.
김 전 대통령은 한반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된다면 어떠한 형태의 회담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남북회담이 성공하려면 미국과 일본, 중국, 소련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훗날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협력을 중시했던 김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다.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문제의식도 눈에 띈다.
김 전 대통령은 입장문에서 지방자치 복원을 강조하며 권력의 중앙집중과 서울 집중 문제를 비판했다.
그는 서울에 인구와 유통 화폐가 과도하게 집중된 현실을 지적하며, 지역 불균형이 정치·경제·사회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봤다.
또 지방자치가 중단된 배경을 독재정권의 중앙집권적 통치와 연결해 분석하고, 조속한 지방자치 복원을 요구했다.
김 전 대통령은 실제로 1990년 지방자치제 실시가 연기되자 13일 동안 단식에 나섰고, 지방자치제 실시를 관철한 바 있다.
망명 당시 귀국 의지를 밝힌 대목도 이번 자료의 의미를 더한다.
김 전 대통령은 입장문에서 미국에 도착한 뒤 미국 행정부와 의회 지도자, 언론, 학계, 종교계, 인권단체들과 접촉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신의 관심은 개인적 정치 미래가 아니라 미국 내에서 맡은 사명을 어떻게 지속할 것인지에 있다며, 가장 큰 소망은 조국으로 돌아가 국민과 다시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념관은 이번 자료를 오는 8월 18일 김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에 맞춰 열리는 특별전 '인간 김대중, 그 내면의 기록'에도 전시할 예정이다.
장신기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박사는 "망명 시기 김대중 선생은 한국의 민주회복과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 미국의 주요 인사들을 향한 설득작업, 여론조성 작업을 했다"며 "이 자료들은 이것을 입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