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군위=정창구 기자] "군위는 공기도 좋고 자연환경도 좋은데 여름만 되면 돼지축사 냄새 때문에 창문을 열기가 겁납니다."
군위군 의흥면 수서리 주민들의 하소연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비가 오거나 습도가 높은 날이면 양돈장 주변에서 퍼져 나오는 악취가 마을을 뒤덮고, 한여름 밤에도 창문을 닫은 채 생활해야 할 정도라는 것이 주민들의 이야기다.
주민들은 "냄새 때문에 잠을 설칠 때도 많다"며 "축산업이 지역에 필요한 산업인 것은 알지만 최소한 일상생활은 보장받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외지인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인근 관광지와 레저시설을 찾는 방문객들 사이에서는 "자연은 아름답지만 돈사에서 나는 냄새가 아쉽다"는 말이 적지 않다. 청정 자연을 강점으로 삼고 있는 군위군 입장에서는 악취 문제가 단순한 생활민원을 넘어 지역 이미지와 관광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된 셈이다.
◇주민과 농가, 행정 모두 안고 있는 오래된 숙제
군위군의 축산악취 문제는 하루아침에 생긴 문제가 아니다. 특히 의흥면 수서리 일대 양돈농가는 수년 동안 악취 민원이 반복되면서 주민과 농가, 행정 모두가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민을 이어왔다.
군위군은 민선 8기 들어 축산악취 TF팀을 운영하며 현장 점검과 전문가 자문, 악취 저감시설 지원사업 등을 추진해 왔다. 일부 주민들은 "예전보다는 다소 나아졌다"고 평가하지만 특정 기상조건에서는 여전히 악취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축산농가 역시 악취 문제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환경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고, 주민 민원이 지속되면 농가 운영에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주민은 "축산업도 살고 주민들도 함께 살아야 한다"며 "누군가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방식이 아니라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축산도시 군위…악취 해결이 곧 지속가능성
군위군은 대구 편입 이후에도 대표적인 농업·축산 복합지역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한우·육우는 1000여 농가에서 4만~5만 두를 사육하고 있으며 지역 축산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양돈은 50여 농가에서 15만~20만 두 안팎을 사육하고 있는데, 농가 수는 적지만 농가당 사육 규모가 커 축산 생산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양계산업도 20~30여 농가에서 100만 수 이상을 사육하는 등 대규모 집약형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처럼 축산업은 군위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산업이지만, 사육 규모가 커질수록 악취와 환경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축산 정책이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악취 저감과 스마트 축산, 친환경 축산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허 미생물 투입…'체감하는 변화'에 초점
군위군은 올해 여름 악취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과 공동으로 특허 미생물을 활용한 축산악취 저감 현장 실증연구를 시작한 것이다. 연구는 오는 8월 25일까지 12주 동안 진행된다.
이번에 사용하는 미생물은 물에 잘 녹지 않고 휘발성이 강한 비수용성 유해가스를 분해·억제하는 기능으로 특허를 받은 균주다. 군위군농업기술센터 유용미생물 배양소에서 직접 배양한 뒤 악취 민원이 잦은 양돈농가에 매주 공급해 실제 효과를 검증한다.
특히 이번 연구는 단순히 미생물을 뿌려보고 끝내는 사업이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은 돈사 내부와 외부의 공기를 채취해 악취 원인물질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돈사에서 주거지역까지 악취가 어떻게 확산하는지도 측정할 계획이다.
여기에 인근 주민 100명을 대상으로 악취 발생 빈도와 강도, 생활 불편도, 만족도 등을 조사해 연구 전후의 변화를 비교한다. 악취 측정 장비의 수치뿐 아니라 실제 주민들이 얼마나 변화를 느끼는지를 정책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악취 줄이는 일은 지역 미래를 지키는 일
군위군은 축산업이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중요한 산업인 만큼 악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주민 삶의 질은 물론 관광과 지역 경쟁력에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실증연구는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축산농가와 주민이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찾기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김진열 군위군수는 "특허 미생물의 현장 적용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해 우수한 성과가 확인되면 더 많은 양돈농가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지속 가능한 축산업과 주민 생활환경 개선이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루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수년째 여름이면 창문을 닫고 생활해야 했던 마을.
이번 실증연구가 군위의 오랜 악취 민원을 해결하고 주민과 축산농가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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