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중삼 기자] 전세는 귀해지고 월세 비중은 늘고 있다. 전셋값은 10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착공 감소에 따른 공급 공백이 현실화되면서 전세난이 구조적 국면으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한국부동산원 '6월 2주차(8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32% 올랐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폭은 가을 전세대란이 이어졌던 2015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서울 전셋값 상승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았다. 성동구가 전주 대비 0.64% 뛰어 가장 높았고 도봉구(0.55%)·송파구(0.53%)·강북구(0.49%)·성북구(0.48%)·동대문구(0.40%)·광진구(0.36%) 등이 뒤를 이었다.
부동산원은 임차 문의가 늘고 주요 단지를 중심으로 전세 수요가 집중되면서 가격 상승세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했다고 분석했다.
◆ 착공 감소→입주 축소…공급 공백 현실화 우려
정부는 최근 전·월세 시장 불안의 원인으로 착공 감소를 들었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에 대해서는 임대차 시장의 구조적 변화 영향을 꼽았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정부는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 공급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보도설명자료에서 "전·월세 가격 상승은 2022년~2024년 착공 감소가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기간 부동산 PF 위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건설공사비 급등 등으로 주택 착공이 크게 위축됐다"며 "이에 따른 입주물량(준공) 감소가 현재 서울·수도권 전·월세 가격 상승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착공 물량은 10년 평균 4만가구 수준이었지만 2023년 2만7000가구·2024년 2만2000가구·2025년 2만7000가구에 그쳤다.
입주물량으로 이어지는 준공 실적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부 '2026년 4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 1~4월 서울 준공 물량은 1만1197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41.3% 줄었다. 수도권 역시 3만7084가구로 41.0% 감소했다. 공급 감소가 계획 단계가 아니라 실제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세 매물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최근 전세 매물은 1년 전보다 약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토부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에 대해서는 임대차 시장의 구조적 변화 영향 때문이라고 했다. 국토부는 "학계와 주요 연구기관에 따르면 해당 현상은 1인 가구 비율 증가·전세사기 여파로 인한 임차인의 월세 선호 등 장기간에 걸친 임대차 시장 구조 변화의 결과"라며 "수도권 전·월세 거래 중 월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연도별 수도권 누적 전·월세 거래 건 중 월세 거래량 비중은 아파트·비(非)아파트 모두 늘었다. 아파트는 2020년 35.3%에서 지난해 47.2%로 늘었고 비아파트도 동 기간 42.8%에서 73.5%로 급증했다.
국토부는 "현재 국민 주거안정을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서울시 등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속도감 있게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전세시장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국토부 "실수요 임차인 보호·주거 사다리 복원 노력"
국토부는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공방 과정에서도 같은 입장을 내놨다. 오 시장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전세 소멸은 정상화가 아니라 서민의 주거 사다리가 무너진 정책 참사"라며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전·월세 가격 상승에 대해 '정상화 과정'이라고 했다. 현장의 고통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괴리된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세 소멸 현상은 어떤 시대적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다"며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이 초래한 뼈아픈 결과다. 현재 전세의 월세화는 임대 가격이 상승하는 기조 속에서 강제로 떠밀리듯 진행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서울시가 이러한 전후 맥락에 대한 고려 없이 현재의 전·월세 가격 상승 원인을 중앙정부의 책임으로만 전가하는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국토부는 장기 평균 이상 주택 공급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현장의 목소리에 기초해 지속적으로 공급 방안을 보완·발전시킬 것이다. 실수요 임차인 보호·주거 사다리 복원을 위한 노력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전세는 특이하게 대한민국에만 있는 일종의 사금융이다. 지금 사라져가는 추세"라며 "전세 물량이 줄어든 것은 당연하고 정상화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전세 대출을 많이 해준 것이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업계는 공급 부족에 따른 전세 매물 감소가 월세화 현상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세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하면서 반전세나 월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임차인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전세 공급 감소가 임차인의 거주 형태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착공 감소가 입주물량 축소로 이어지는 만큼 공급 회복이 본격화하지 않으면 전세시장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세제·금융·규제·공급 이런 것들을 정리해 조만간 한꺼번에 하려고 한다"며 "공급 정책은 속도를 좀 빨리 내서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시장에서는 다음 달 세제 개편안 발표 시점에 맞춰 부동산 관련 정책도 함께 내놓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