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태훈 기자] 박용진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민간 부위원장은 원래 심지 굵은 정치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국회의원 시절 기업에 대한 송곳 감시로 '삼성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었고, 진영과 정당을 불문한 문제의식으로 '모두까기 의원'으로 불렸다. 과거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같은 잣대를 들이댔다. 그게 박용진이라는 정치인이다.
박 부위원장은 지난 10일 서울 중구 규제합리화위 사무실에서 진행한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정치 현안에 대한 견해를 가감 없이 풀어놨다. 특히 6·3 지방선거 본투표 과정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선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탄핵됐어야 할 사안"이라며 선관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 부위원장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초래한 선관위를 '전쟁 중 경계 근무에 실패한 초병'에 비유했다. 그는 "선거라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최전선을 지키라고 만들어 놓은 조직이 스스로 국민의 '선거 불신'을 초래했다"며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는데 세월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지금 선관위는 '즉결 처분' 대상"이라며 질타 수위를 높였다.
박 부위원장은 선관위 사태와 관련해 친정인 민주당이 "민주주의를 위해 더 나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진영이 뚫려버린 사건"이라며 "노태악 전 선관위원장을 비롯해 선관위 고위 관계자들을 줄탄핵했어야 했다. 이번 사태는 민주당이 검찰에 분노하는 것보다 10배 더 분노하고, 검찰 개혁보다 10배 더 강하게 나서야 하는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선관위는 이제라도 외부 감시를 받아야 한다. 헌법을 바꾸지 않더라도 법령 개정을 통해 '감시 체계'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며 "예산권을 가진 국회가 선관위와 협상에 나서 선관위가 스스로 감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부위원장은 민주당이 6·3 지방선거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 든 데 대해선 "국민의 경고"라며 이재명 대통령과 같은 해석을 내놨다. 그는 "당이 국민의 경고를 잘 받아들이면 몸에 좋은 쓴 약이 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독약이 되는 것"이라며 "당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민주당의 변화 방향에 대해선 "민심에 더 순응하고, 더 미래지향적으로 국가를 책임질 수 있는 세력이라는 걸 국민께 보여드려야 한다"며 "공격적인 언사에만 몰두하는 게 아니라, 야당과 원활히 대화하고 협상하는 능수능란함을 국민들께 보여드릴 때"라고 제언했다.
민주당은 오는 8월 17일 전당대회를 열고 신임 지도부를 선출한다. 신임 지도부는 집권 중반기 각종 개혁 정책에 속도를 내야 하는 이재명 정부를 빈틈 없이 지원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된다. 박 부위원장은 차기 지도부의 과제에 대해 "'여당은 그릇처럼 모든 걸 담아내야 한다'는 이 대통령 말씀에 모두 들어있다"며 "거친 언사로 상대를 자극하는 게 아닌, 유려하게 합의를 이끌어내 정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게 돕는 게 여당의 역할이다. 이에 걸맞은 리더십이 세워질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