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헌정사 첫 '외환죄 유죄' 오명…'노상원 수첩'은 빠졌다


"오물 풍선 대응" 주장에 "북한 도발 유도"
"윤 승인 없이 불가능"…김용현과 공모 판단

법원이 평양 무인기 침투를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상황 조성 작전으로 규정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7월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법원이 평양 무인기 침투를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상황 조성 작전'으로 결론내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헌정사에서 처음으로 외환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직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이정엽 부장판사)는 12일 오전 일반이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두 사람의 지시에 가담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은 징역 15년, 김용대 전 드론작전사령관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일반이적죄는 1953년 제정된 형법상 외환죄 중 하나다. 대한민국의 군사 이익을 해치거나 타국에 군사적 이익을 공여할 때 처벌한다. 시행 73년간 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직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이 처음이다.

윤 전 대통령은 무인기 침투가 국가안보를 위한 통상적 군사작전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유도해 계엄 명분을 만들려는 목적이었다고 봤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처음부터 승인하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특검이 핵심 증거로 제시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수첩은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평양 무인기 침투가 북한 오물풍선에 대한 군사적 대응이었다는 주장했지만 소용없었다. 오히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여 전 사령관이 비상계엄 선포를 위해서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필요하다고 보고, 그 요건과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을 자극해 군사적 도발을 유도하기로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북한을 심리적으로 자극하는 이른바 '심리전'을 활용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국가적 비상상황을 조성하려 했다"며 "이 사건 작전은 비상계엄 상황 조성을 위해 실행된 작전으로 정당한 군사작전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 승인 없이 장관 권한만으로 작전을 감행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작전의 성격과 당시 지휘 체계, 계엄 준비 정황 등을 종합했을 때 윤 전 대통령의 공모와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었다고 본 것이다. 기능적 행위지배는 범행을 직접 실행하지는 않았더라도 기능을 분담해 관여했다면 공동정범으로 인정한다는 개념이다.

법원이 평양 무인기 침투를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상황 조성 작전으로 규정했다. 사진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서울중앙지법

다만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특검)이 핵심증거로 제출한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은 증거로 인정되지 않았다. 이 수첩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 1심에서도 증거로 인정되지 않았는데, 이번 재판부 역시 같은 결론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수첩을 배제하더라도 관련자 진술과 군 내부 보고 체계, 작전 진행 경위 등 다른 증거만으로 공모관계와 범행 목적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무인기 침투 작전을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상황 조성 행위로 판단하고 윤 전 대통령의 승인과 공모를 인정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내란 우두머리 항소심에서도 관련 사실관계와 계엄 준비 정황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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