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지는 재선거론…장동혁, 사퇴 압박 속 거취 셈법 복잡


지도부 총사퇴론 제기·개혁파 의총 소집 압박
재선거론 당론화도 제동…의총 이후 거취 주목

정점식 신임 원내대표 선출 직후부터 국민의힘 내에서 장동혁 대표 퇴진론이 확산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시형·김수민 기자] 정점식 신임 원내대표 선출 직후부터 국민의힘 내에서 장동혁 대표 퇴진론이 확산하고 있다. 지도부 총사퇴론이 공개적으로 제기된 데 이어 당 개혁파 의원들까지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면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고리로 재선거론에 당력을 집중하려던 장 대표의 구상에도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우재준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6·3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총사퇴해야 한다고 공개 제안했다.

그는 "당 지도부가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와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며 "내년 8월까지 현 지도부 임기를 모두 채우게 되면 다음 지도부의 총선 준비 기간은 8개월밖에 남지 않는다. 우리 모두 다음 지도부를 위해 사퇴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퇴론을 일축해 온 것을 겨냥해서는 "차라리 전당대회를 다시 열어 재선거를 통해 평가받는 것이 어떻겠느냐"며 "그래야 불만이 있는 당원들도 결과에 승복하고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장 대표는 사퇴론을 거듭 일축하며 투표용지 부족 사태 해결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며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다음 총선에서도 우리에게 희망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선거 직후부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책임론을 제기하며 재선거 필요성을 촉구해 왔다.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신속한 수사와 특검법 통과 필요성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장 대표(오른쪽)는 선거 직후부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책임론을 제기하며 재선거 필요성을 촉구해 왔다. /배정한 기자

다만 당내 사퇴 요구가 잇따르면서 장 대표가 재선거론을 앞세워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려던 구상은 힘을 잃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 안팎에서는 장 대표의 재선거론이 오히려 사안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당 관계자는 "청년층의 참정권 침해라는 문제 제기가 장 대표의 개입 이후 부정선거 음모론과 뒤섞여 버렸다"며 "결과적으로 사안의 본질이 흐려지고 문제 제기의 정당성도 약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장 대표 주장에 힘을 싣는 당내 기류도 존재한다. 또다른 당 관계자는 "올림픽공원에 한 번이라도 가봤다면 재선거론을 이렇게 평가절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부정선거라는 말까지 나오더라도 누가 딴지를 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당력을 이 이슈에 집중해도 모자랄 정도"라고 했다.

당 개혁파로 꼽히는 대안과미래 소속 의원들도 이날 정 원내대표를 찾아 장 대표 사퇴를 위한 의원총회 소집을 공식 요구했다. 이들은 장 대표가 주장하는 재선거론의 당론 추진에 대해서도 "국민 정서와 거리가 있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장 대표가 당원 지지를 기반으로 버티기에 나서더라도 선거 패배 이후 당 대표로서의 정치적 동력은 사실상 상당 부분 소진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왼쪽은 정점식 신임 원내대표. /배정한 기자

일각에서는 장 대표가 당원 지지를 기반으로 버티기에 나서더라도 선거 패배 이후 당 대표로서의 정치적 동력은 사실상 상당 부분 소진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 전과 비교해 당내 영향력이 급감한 상황에서 '임기 채우기'식 버티기는 실익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보수 진영의 무게중심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무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장 대표에게는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선거 전 장 대표의 당내 영향력이 50%였다면 지금은 10% 안팎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장 대표가 사퇴하든 하지 않든 선거 전후의 정치적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다"며 "이미 리더십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은 만큼 거취 문제는 결국 시간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가 의총 이후에도 사퇴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할 경우 퇴진 요구가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배정한 기자

이에 당 안팎의 시선은 의원총회 이후로 쏠리고 있다. 장 대표가 의총 이후에도 사퇴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할 경우 퇴진 요구가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 개혁파로 꼽히는 한 의원은 "의원들의 신임을 받아야 하는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후보들 모두 현 지도부 체제로는 더 이상 당을 이끌기 어렵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던 만큼 이제는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총이 열린 뒤에도 장 대표가 물러날 뜻을 보이지 않는다면 당내 사퇴 여론을 더욱 키워나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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