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헌일 기자]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유럽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한-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 EU의 철강 무관세 쿼터와 관련해 한국 기업들이 불합리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최선의 배려와 관심을 기울이도록 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이에 EU측은 한국의 요청을 최대한 고려하겠다고 했다는 설명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11일 이탈리아 로마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철강 문제가 양국 관계에 갖는 중요성을 설명하며 이같이 요청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EU의 새로운 철강 수입 제도가 철강산업뿐 아니라 양국 간 산업협력, 공급망 안정, 투자 및 고용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며, 한-EU FTA를 통해 구축된 호혜적 경제 협력 관계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걸맞는 결과가 도출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한-EU FTA에 따른 상호이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철강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 이해관계를 조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김 실장은 "EU측은 한국은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이자 전략적으로 중요한 파트너 국가이므로, 우리의 요청을 최대한 고려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상회담이라는 계기 외에도 동 철강 쿼터 협상 기간 브뤼셀을 가장 많이 방문한 국가가 한국이었다"며 "양국 정상의 지침에 따라 우리 통상교섭본부장과 EU 통상집행위원 간 한국 철강 쿼터 물량에 대해 집중적인 협상을 진행해 상당한 진전을 이뤘고, 아직 공개하지는 못하지만 다른 나라 대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U는 지난 2018년부터 운영해 온 WTO 기반 철강 글로벌 세이프가드 조치가 올 6월 30일 종료됨에 따라 이를 대체하기 위한 새로운 철강 수입 제도를 마련했으며, 철강공급과잉대응법을 제정해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 제도를 통해 철강 30개 품목의 관세를 50%로 인상하되, 일정 물량에 대해서는 무관세 수입을 허용하는 관세 할당제도(TRQ)를 운영할 계획이다. 다만 EU가 허용하는 전체 무관세 수입 물량은 현재 세이프가드 체제 상 총 수입 쿼터 3382만톤에서 1835만톤으로 약 46% 축소된다.
EU는 한국의 두 번째 철강 수출 시장으로, 지난해 철강 수출 2825만톤 중 324만톤을 차지했다. 한국은 현재 EU에서 약 258만톤 규모의 국가 무관세 쿼터를 배정받아 자동차, 조선, 기계·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철강을 공급하고 있다.
김 실장은 "정부는 EU의 새로운 철강 수입 제도가 우리 철강 업계의 대EU 수출과 현지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우리 기업들이 FTA 체결국으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고 안정적인 시장 접근 기회를 유지할 수 있도록 협상 초기부터 총력 대응해왔다"며 "지난 4월 시작된 이번 협상은 EU의 신규 제도 시행일인 7월 1일을 앞두고 매우 제한된 시간 내에 진행되다 보니 여러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었으나, 이번 한-EU 정상회담은 최고위급에서 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철강 외에도 양 정상은 반도체 분야에서 공동연구를 긴밀히 할 필요가 있다는 데 뜻을 모았다. 또 방위 산업 협력 필요성에 대해서도 상호 공감했다.
김 실장은 "EU는 한국이 고품질의 제품을 신속히 생산하는 것이 매우 혁신적이라고 평가했다"며 "한국이 대체불가 국가라면서 유럽 방위산업 발전에 한국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또한 양 정상은 최근 WTO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일부 국가들이 공급망을 무기화하는 등 글로벌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크고, 다자주의가 위기 상황이라는 것에 동의했다. 이에 EU는 룰베이스드, 공정성 추구, 단일 강대국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유사 입장국들 간 협력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한국과 협력 확대 의사를 피력했다.
이 대통령은 곧 시행을 앞둔 EU의 산업가속화법과 관련해 한국이 FTA 체결국으로서 EU와 같은 처우를 받기로 했는데 일부 규정에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는 산업계 우려를 전달했다. 아울러 한국도 EU와 반드시 같은 처우를 받게 해 달라고 강조했다. 또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검증하는 기관에 한국 기관도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전날 회담을 계기로 한국과 EU는 공동성명을 통해 경제 안보, 무역 및 산업정책 분야 협력을 심화하기 위하여 한-EU 고위급 경제대화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김 실장은 "EU는 4억5000만명의 소비자를 가진 거대 시장이자 환경·AI·개인정보 보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표준을 선도하는 지역"이라며 "한국에게 EU는 시장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우리의 경제적 선택지를 넓히고 국제질서 변동성을 대응할 수 있게 하는 전략적 자산"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런 의미에서 어제 합의한 한-EU 최상위급 경제 협력 채널인 경제협력 파트너십과 이를 구체적으로 이행해 나가기 위한 한-EU 고위급 경제 대화 출범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양 정상급에서 이 채널을 신속하게 구상해서 구체화해 나가기로 한 만큼, 새로운 국제질서에 한국과 EU가 공동대응해 나갈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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