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 또 유증…증권사들 '실탄 확보' 몸집 불리기 속도전


한투·NH·KB·우리證 유상증자 러시
중소형 증권사 체급 키우기 '안간힘'

국내 증권사들이 유상증자를 통한 대규모 자본 확충에 나섰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유상증자를 통한 실탄 확보에 나섰다. 자기자본 규모가 곧 기업금융(IB)과 종합투자계좌(IMA), 발행어음 사업 경쟁력 등으로 이어지는 만큼 대규모 자본 조달을 통해 몸집을 불리는 모습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 우리투자증권 등이 유상증자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업계 1위 한국투자증권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월 모기업 한국금융지주에서 1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받았다.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1분기 말 별도 기준 자기자본은 12조7085억원으로 업계 최대 규모다.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기준 업계 1위 왕좌를 수성하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각오다.

그룹 내 증권사의 수익창출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주사들이 전폭적인 자금 지원에 나선 모양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일 최대주주인 NH농협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총 40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조달 자금은 IMA 사업과 기업금융 경쟁력 강화, 모험자본 투자 확대 등에 활용한다. NH투자증권의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159.3%로 주요 경쟁사 대비 낮은 수준이었으나 이번 증자를 통해 자본 적정성을 높이고 IMA 사업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KB증권도 지난 2월 KB금융지주에서 총 7000억원 자금을 수혈받았다. 이번 증자를 통해 자본 효율성이 높은 영역 중심으로 자금을 배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위험가중자산 대비 수익성(RoRWA)을 제고하고, 실질적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개선한다는 각오다. 이로써 자기자본이 1분기 말 7조6377억원으로 증가해 IMA 요건인 8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게 됐다.

중소형 증권사들도 체급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달 유상증자를 통해 우리금융지주에서 1조원 자금을 수혈 받았다. 1조원 규모 유상증자로 우리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2조2000억원으로 늘며 자본력이 업계 11위권으로 올라서게 됐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를 제외한 일반 증권사들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우리금융지주는 내년 추가 증자를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투자증권이 종투사 진입 기반을 갖추도록 판을 깔아주겠다는 의도다. 일반 증권사는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100%지만 종투사 지위를 획득하면 한도가 200%로 증가한다.

현대차증권은 지난해 유상증자를 완료했고, 교보증권 역시 오는 2029년까지 자기자본 3조 원을 확보해 종투사 인가를 획득하고 2031년에는 초대형 IB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상태다.

증권사들이 자본 확충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사업 기반 확대와 성장 동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 우리투자증권 등이 유상증자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송호영 기자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는 발행어음 사업자로 지정될 수 있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을 활용해 조달 기반을 넓히고 IB 수익성을 강화할 수 있는 사업으로, 초대형 IB 경쟁력의 상징으로도 평가된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을 확충해 IMA 사업자로 선정되면 발행어음과 IMA를 합쳐 최대 300%까지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자본 규모가 클수록 IB와 투자 여력이 확대돼 '규모의 경제'가 심화되는 구조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우리투자증권의 유상증자를 두고 "자기자본이 약 2조2000억원 수준으로 크게 증가해 사업기반 확대 및 신용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경쟁사 대비 우수한 자본경쟁력을 바탕으로 IB, 리테일, 운용 부문 등에서 보다 공격적으로 사업기반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자본 확충 경쟁이 가열되면서 대형사와 중소형 증권사 간 양극화가 심화딜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발행어음과 IMA 사업을 통해 대규모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대형사와 그렇지 못한 중소형사 사이에는 비교할 수 없는 '체급 차이'가 존재한다"며 "앞으로도 이 같은 유상증자 행렬이 계속될수록 잘 나가는 대형사와 사업 구조가 제한된 중소형사간 격차는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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