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사건팀] 전국 19곳 대학 총학생회가 10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대자보 게시와 연서명 모집 등 대학가에서 총학 차원의 집단행동이 이어지면서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대학가에 따르면 전국 19곳 대학 총학은 6·10 민주항쟁 39주년인 이날 오후 6시 각 캠퍼스에서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서울에서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경희대·서울시립대·한국외대·중앙대·건국대·홍익대·숙명여대·숭실대·서울과학기술대 총 15곳이 동참했다. 지역 참여 대학은 부산대·충북대·전남대·전북대 4곳이다.
연세대 총학은 "한 표를 빼앗긴 국민은 국가의 주인으로서의 자리를 침해당한 것"이라며 "단지 선거 제도의 문제점을 말하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라 국가가 지키지 못한 국민의 권리와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장면을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겠다고 선언하기 위해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한열 열사는 민주주의가 후퇴할 때 외면하지 말라는 책임을 남겼다. 6·10 민주항쟁이 국민의 참정권을 되찾아 온 역사였다면, 우리의 선언은 그 참정권을 다시는 빼앗기지 않겠다는 다짐"이라며 "국민의 한 표가 조롱당하지 않도록 끝까지 행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려대 총학은 "지금의 사태는 대학생들이 피 흘려 지킨 민주주의는 아니다"라며 "민주주의는 민의로부터, 민의는 공정한 선거로부터 보장된다. 민주주의가 민주주의로 작동하지 못하는 사태에 분노한다"고 강조했다.
서강대 총학은 "대학생과 청년이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국민의 한 표가 온전히 보장돼야 한다는 원칙, 민주주의의 절차가 신뢰받아야 한다는 상식, 국가기관은 국민 앞에 책임있게 설명해야 한다는 기본을 요구하기 위함"이라며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단순한 현장 운영상의 혼란으로 축소될 수 없다. 국가에 의한 기본권 침해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균관대 총학은 "청년들에게 1인 1표라는 공정성이 훼손된 이 사태는 결코 가볍지 않다"며 "선거 결과와는 별개로 모두에게 동등하게 보장돼야 할 권리가 누군가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는 부정의가 분노하게 만들었다. 민주주의를 향한 청년들의 외침이 독백이 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서울과학기술대 총학도 "최근 드러난 사태는 국민의 참정권이 온전히 보장되고 있는지, 국가의 선거관리 시스템이 주권자의 신뢰에 부응하고 있는지 묻고 있다"며 "청년의 이름으로, 대학생의 이름으로, 이 나라의 주권자인 국민의 이름으로 이번 사태에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학 총학들은 한목소리로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제도 등을 통한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수립 △선관위 구조 개혁 추진 등도 촉구했다. 한양대와 숙명여대 등 일부 대학 총학은 재학생 대상으로 연서명도 모집했다. 이날 모집한 연서명이 담긴 시국선언문은 각 캠퍼스 내 게시판 등에 공개될 예정이다.
고려대·연세대·이화여대·건국대 등 전국 100여개 대학 총학 등으로 구성된 단체인 전국총학생회협의회(전총협)도 성명을 내고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한 헌법기관의 직무유기로 규정한다"며 "민주주의를 지켜온 학생자치의 이름으로 침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번 지방선거 본투표가 진행된 지난 3일 서울 송파구와 강남구, 광진구 등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대기했다. 선관위는 투표 종료 시각을 오후 10시로 연장했지만, 이후 선관위를 규탄하고 재선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