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정채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순방 출국 환송 행사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반면 김민석 국무총리는 참석하면서 정치권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 불거진 민주당 내부 기류와 8월 전당대회를 앞둔 당권 구도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9일 오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국했다. 열흘간 벨기에, 이탈리아, 교황청, 프랑스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날 환송 행사에는 김혜경 여사를 비롯해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김민석 국무총리, 홍익표 정무수석 등이 참석해 이 대통령을 배웅했다.
관례상 대통령 해외 순방 출국 행사에는 대통령비서실장이 참석하고 국무총리는 귀국 행사에 참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날은 김 총리가 직접 서울공항을 찾아 이 대통령을 배웅했지만 정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날 민주당 공지에 따르면 정 대표는 별도 공개 일정을 잡지 않았다. 한 원내대표 역시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 외에 공개 일정이 없었다.
이날 이주희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원내대책회의 직후 정 대표의 불참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저희도 내막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면서도 "중동 전쟁 장기화와 선관위 관리 부실 사태 등 국내 현안을 고려해 순방 환송 인원을 최소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청와대 역시 "중동 전쟁의 장기화와 선관위 부실 관리 대응 등의 국내 상황을 염두에 두어 청와대 및 내각 인사 등 환송 인원을 최소화했다"라며 말을 아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도 이날 국회에서 신임 국회의장단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정 대표의 불참을 두고 "워낙 국제 정세가 엄중하고 특히 부실 투표와 관련해 국내외 상황이 많기 때문에 인원을 최소화하자는 뜻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청래 패싱' 아니냐는 해석에 대해서는 "국내 여러 어려운 상황 때문에 배웅 인원을 최소화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은 안 해주셔도 된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특히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경쟁이 본격화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의전 축소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런 해석에는 이 대통령이 전날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6·3 지방선거 결과를 사실상 공개 비판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은 "이길 것을 졌다거나 이겨야 하는 곳을 졌다면 문제가 다르다.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라며 "이해가 안 되는 장면들이 많이 있었다. 이것도 국민의 경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선거 16곳 중 12곳을 차지하며 승리했지만, 최대 승부처로 꼽혔던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패배했다. 선거 직후부터 당 안팎에서는 지도부 책임론과 선거 전략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여당이 그릇이 돼야 한다. 욕설 잘한다고 강한 당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도 말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지방선거 결과를 둘러싼 현 지도부에 대한 지적과 함께, 전당대회를 앞둔 차기 당권 주자들을 향한 메시지로 해석하는 시각도 나왔다.
반면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김 총리가 이날 이례적으로 출국 환송 행사에 참석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정 대표를 비롯한 현 지도부가 빠진 자리를 김 총리가 채운 장면 자체가 당내 권력 구도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전날 이 대통령은 기자간담회에서 김 총리에 대해 "이렇게 구체적인 성과를 낸 내각이 역사적으로 있었느냐"며 "김 총리가 또 다른 역할을 하는 것도 적정하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사실상 김 총리의 당권 도전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김 총리는 최근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후임 총리 후보자가 지명되면서 차기 당대표 선거 출마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정 대표 등 현 지도부가 사실상 눈 밖에 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며 "통상 당대표가 참석하던 자리에 김 총리가 나온 것은 이제 대통령실이 김 총리를 당권 주자로 보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