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강신우 기자] '원조 맛집'이더라도 매번 같은 반찬만 내놓으면 질린다는 반응이 나오기 마련이다. 음식도 그런데, 변화에 민감한 방송 콘텐츠는 더더욱 그렇다.
채널A '하트시그널' 시즌5(이하 '하트시그널5')가 현재 처한 상황이 그렇다. 악플이 무플보다 낫다는데, 아무런 반응조차 없으니 힘이 더 빠지는 모양새다. '원조 연프(연애 프로그램)'라는 타이틀과 함께 연애 예능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하트시그널'이 다섯 번째 시즌에서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채널A '하트시그널'은 시그널 하우스에서 펼쳐지는 청춘남녀의 연애를 관찰하고 분석해 최종 커플을 추리하는 연애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다. 2017년 시즌1으로 출발한 이후 시즌4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채널A의 대표 연애 예능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23년 시즌4를 방송한 '하트시그널'은 지난 4월 3년 만에 시즌5로 돌아왔다. '젊음'과 '변화'를 강조하며 야심 차게 다시 문을 열었지만 이번 시즌은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다.
첫 방송 시청률 0.6%로 시작한 프로그램은 8회까지 방송된 현재까지도 0.4-0.6% 사이를 오가고 있다. 같은 날 첫 방송을 시작해 지난 2일 종영한 MBC에브리원·E채널 '돌싱N모솔'에도 시청률이 밀렸다. 앞선 시즌들이 2%대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흐름이다.
더 뼈아픈 것은 화제성이다. 사실 연애 프로그램은 초반 시청률이 다소 낮더라도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 미디어에서의 반응이 뜨거우면 얼마든지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하트시그널5'는 출연자 개인의 매력이나 러브라인이 대중적으로 확산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방송이 끝난 뒤 다음 회를 기다리게 만드는 장면도, 소셜 미디어를 달구는 이른바 '알고리즘을 타는' 화제성 있는 숏폼 영상도 아직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하트시그널'의 문법이 더 이상 새롭지 않다는 점이다. 9년 전과 현재의 연애 예능 시장은 많이 달라졌다. '하트시그널'의 인기 이후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나는 솔로', 실제 연인이었던 출연자들의 서사로 몰입을 만드는 '환승연애', 화려한 비주얼과 당당함을 전면에 내세운 '솔로지옥' 등 다양한 연애 프로그램들이 나왔고 각자의 마니아층을 등에 업고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 프로그램들의 빠르고 직관적인 감정 표현에 시청자들은 이미 익숙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3년 만에 재등장한 '하트시그널' 특유의 느린 템포는 장점보다 약점으로 읽힌다. 고자극의 패스트푸드에 길들어진 시청자들에게 아무리 정갈한 나물 반찬을 내놓은들 쉽게 손이 갈 리 없다. 짧고 강한 자극에 익숙한 요즘 시청자들에게 '하트시그널' 특유의 정적인 연출은 낭만보다 지루함에 가깝게 다가온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하트시그널5' 역시 '셀프톡(Self Talk)' 시스템을 새롭게 도입했지만 이 역시 엇갈린 반응을 낳고 있다. 입주자가 직접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방식은 출연자의 감정을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청자가 출연자의 마음을 직접 추리하던 기존 재미가 반감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청자가 상상하고 해석할 공간이 줄어들며 오히려 '하트시그널'만의 정체성이 옅어졌다는, 이도저도 아닌 시스템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출연진의 매력도 이전 시즌만큼 강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간 '하트시그널'은 단순한 연애 예능을 넘어 일반인 출연자를 스타로 만드는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첫 시즌을 통해 스타덤에 오르며 배우로 전향한 배윤경을 시작으로 시즌2 김현우 임현주, 시즌3 박지현, 시즌3 김지영 등 매 시즌 화제의 출연자가 등장했고, 이들의 러브라인과 선택은 소셜 미디어를 달궜다.
다만 이번 시즌은 그런 중심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중간에 새롭게 투입된 메기 출연자들 역시 판을 흔들 만큼의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매 시즌 존재했던 아련한 첫사랑의 분위기를 가진 강렬한 캐릭터가 이번 시즌에서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늘 거론되는 진정성 문제 역시 이번에도 대두된다. 연애 프로그램의 시즌이 거듭될수록 시청자들은 출연자의 진정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 사람이 정말 새로운 인연을 찾으러 나온 것인지, 아니면 방송 이후의 유명세를 기대하고 나온 것인지 빠르게 알아차린다.
물론 수많은 연애 프로그램이 쏟아지면서 더 이상 완전히 사랑만을 찾으러 나온 '일반인' 출연자를 섭외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결국 이번에도 일부 출연자의 직업과 이미지 역시 시청자들의 과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패션 모델 등 이미 인플루언서적 성격이 강한 출연진의 등장에 이들이 진짜 사랑을 찾기 위해 나왔는지에 대한 의심도 자연스럽게 따라붙었고, 프로그램의 몰입도도 급격히 떨어졌다.
이 밖에도 패널들의 진부한 리액션과 멘트가 반복된 점도 발목을 잡았다. 기존 김이나 윤종신 이상민에 츠키 로이킴이 새 얼굴로 합류하며 변화를 꾀했으나 이렇다 할 공감을 크게 얻지 못하고 있다. 출연자들의 감정선보다 패널들의 과장된 반응이 도드라지면 몰입은 끊긴다. 더 이상 시청자의 이목을 끌 만한 '하트시그널'만의 매력이 이번 시즌에서는 충분히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결국 '하트시그널5'의 부진은 다양한 요인이 종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한때는 '하트시그널'만의 감성이 세련되고 획기적인 연출로 받아들여졌지만, 지금은 답답하고 오래된 문법으로 읽히고 있다. 시간이 흐른 만큼 시청자는 달라졌지만, 프로그램은 그만큼 변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물론 '하트시그널'이라는 브랜드 IP(지식재산권)가 가진 힘은 여전히 남아 있다. 다만 '원조 연애 예능'이 계속해서 원조로 남기 위해서는 과거의 성공 공식에 답보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시청자들의 새로운 니즈를 빠르게 파악하고, 왜 다시 '하트시그널'을 봐야 하는지 새롭게 증명해야 한다.
이대로라면 '하트시그널5'는 설렘보다 무관심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원조의 이름값을 되찾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예쁜 집이나 완벽한 비주얼의 출연자가 아니다. 변화한 시청자의 감각을 읽는 새로운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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