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다빈·안디모데 기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따른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나흘째 이어졌다. 다만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위대가 가세하면서 재선거 요구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규탄에 집중하던 목소리가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기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실시간 인구는 1만~1만2000명이었다. 연령대별로는 60대 이상이 25.2%로 가장 많았고, 이어 40대(18.8%), 30대(18%), 20대(16%), 50대(15.8%), 10대(6.3%) 등 순이었다. 개표소가 마련된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는 4000여명이 모여 있었다.
돗자리나 종이 상자, 캠핑 의자에 앉아 자리를 지키거나 은박담요를 두르고 밤을 샌 70여명은 총 10곳의 개표소 출입문 앞을 막고 있었다. 개표소 인근에 생수와 이온음료, 과자, 생리대, 모기 기피제, 선크림 등이 놓인 무료 물품 지원 테이블과 푸드트럭 등도 설치됐다. 이들은 '정치인 개입 금지. 비폭력. 질서유지', '국민이 뭉쳤다. 수개표로 재선거' 등 문구와 태극기가 그려진 손피켓을 들었다.
다만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위대가 뒤섞이면서 곳곳에서 말다툼이 벌어졌다. 빨간색 야구모자를 착용한 50대 남성이 "부정선거. 이재명 탄핵"이라고 외치자 '재선거'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던 20대 남성이 "어디 소속이냐. 저리 가라"고 저지했다.
일부는 "부정선거. 재선거" 등 구호를 외치며 성조기와 태극기를 흔들었다. 경찰 바리케이드에는 '재선거 자유민주주의', '창문으로 탈출 못 하도록 감시해주세요', '중국인 투표 금지', '스톱 더 스틸(STOP THE STEAL)' 등이 적힌 피켓 30여개가 빼곡히 부착돼 있었다. '부정선거 외쳐도 된다. 부정선거 입막음 지령. 선동하지 마', '대진연(한국대학생진보연합) 선동 조심' 등이 적힌 피켓도 눈에 띄었다.
특히 '재선거와 참정권 침해. 애국가만 외쳐주세요', '태극기만 흔들어 주세요'라고 적힌 피켓에 '만'이라는 글자에는 X 표시가 된 채 '부정선거', '성조기 가능' 등 문구로 덧씌워져 있었다. '다른 나라의 국기를 흔드는 것은 언론과 대중에게 오해를 살 소지가 있다'는 문구 역시 지워져 있었다.
20대 남성 이모 씨는 "시위 첫 날엔 분위기도 좋았고, 참정권이 침해된 것만 순수하게 외치는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좀 이상하게 변질됐다"며 "좌·우의 문제가 아닌데, 왜 이곳에 모였는지 본질을 생각하지 않고 온 사람들이 많다. 역사적인 현장에 있다고 자부심을 느끼는데 물이 흐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40대 남성 김모 씨는 "젊은이들이 부정선거랑 성조기를 못 들게 하고, 한 목소리 내야 한다고 설득하는데, 왜 그걸 막는지 의아하다"며 "오늘은 다시 부정선거 외치고, 되찾은 것 같다. 선동되면 안 된다"고 했다.
70대 여성 김모 씨도 "성조기 들지 말고 부정선거 외치지 말라는 말 들으면 안 된다. 이틀 밤 샜다"며 "여기 온 건 부정선거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선거를 이기는 게 문제가 아니라 부정선거를 잡아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석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규명을 지시하면서 수사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SNS에서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해 행정부 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검찰과 경찰이 참여하는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사건의 전모를 철저히 규명할 것을 지시했다"고 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은 이날 오전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 측을 불러 고발인 조사를 벌였다. 서민위는 노태악 전 선관위원장 등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혐의로 지난 3일 경찰에 고발했다. 지난 4일에도 선관위 관계자들을 업무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고발은 총 4건 접수됐으며, 서울청 광역수사단에 일괄 배당됐다. 대검찰청도 조만간 투표용지 부족 사태 검·경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