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부족 사태 줄소송 예고…형사처벌은 '신중론'


헌법소원·손배소 이어질 듯
"직무유기 고의 입증 어려워"

5일 오전 경찰이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투표함을 반출한 가운데 부정 선거를 주장하는 유튜버·시위대 등이 선거인명부대조표 등을 수거하고 있다./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둘러싸고 헌법소원과 국가배상 청구 소송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현 단계에서 형사책임까지 묻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지난 4일 일반 유권자가 제기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선거일 투표용지 부족 위헌확인' 헌법소원 사건을 접수했다. 청구인은 선관위의 투표용지 과소 준비로 선거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를 맡았던 도태우 변호사도 '투표용지 수량관리 장부 부재는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소원과 가처분 신청을 오는 8일 제기한다. 도 변호사는 헌법소원 결정이 나올 때까지 선관위가 보관 중인 투표지의 반출 및 폐기 등을 금지해 달라고 헌재에 요청할 계획이다.

헌재는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에서 헌법소원이 법적 요건을 갖췄는지 여부를 심사한다.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되면 재판관 9명이 심리하는 전원재판부에 회부된다. 반면 청구인 적격이나 기본권 침해 가능성 등이 인정되지 않으면 지정재판부 에서 각하될 수 있다.

선관위에 따르면 6·3 지방선거 당일 추가 투표용지를 송부한 투표소는 총 67곳으로, 이 가운데 50곳에서 실제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중단됐다가 재개된 곳은 22곳이다. 특히 서울 송파구에는 15개 투표소에 투표용지가 추가 조달됐다.

선관위가 이번 지방선거부터 '투표용지 선거인단 기준 최소 50% 인쇄' 지침을 적용한 것이 사태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만 선관위는 이번 사태가 재선거나 선거 연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3일 오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 청사 앞 모인 시위대가 선관위를 향해 항의를 하고 있다./송호영 기자

이같은 국가기관의 준비 부족으로 유권자가 실제 투표 기회를 상실했다면 헌법상 선거권 침해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헌법소원뿐 아니라 국가배상 청구 소송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법무법인 온강 이고은 변호사는 "투표를 못한 국민은 기본권을 침해받은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려면 실제 해당 투표소를 방문했고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하지 못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021년 독일 베를린에서도 투표용지 부족 등으로 일부 유권자가 투표하지 못해 위헌·위법성이 인정된 사례가 있다"며 "우리 법체계와의 유사성을 고려하면 실제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의 선거권 침해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위온 이영훈 변호사는 "투표용지 부족은 전대미문의 사태로, 헌법이 보장하는 다양한 기본권 중에서도 기본이 되는 참정권이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어이없는 사유로 박탈된 것"이라며 "참정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은 물론 국가배상 청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투표소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선관위가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인지한 뒤 유권자들의 투표권 보장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했는지 여부가 법적 책임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국정조사와 특검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투표용지 부족 사태만으로 곧바로 직무유기 등 형사범죄가 성립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재경지검 부장검사는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만으로는 범죄 혐의가 포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경위 확인 차원의 진상조사는 필요할 수 있지만,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곧바로 형사처벌 대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무유기가 성립하려면 특정 투표소의 투표를 방해할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투표용지를 준비하지 않았다는 정도의 사정이 있어야 한다"며 "현재 드러난 사실관계만 놓고 보면 그런 경우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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