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강신우 기자] 거리감보다 친근함을 앞세운 유튜브 콘텐츠가 걸그룹의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무대 위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와 정돈된 이미지로 팬덤을 확장하던 시대를 지나 유튜브 속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모습들이 새로운 입덕 포인트가 되고 있다. 멤버들이 직접 자신의 캐릭터를 드러내고 팀 안의 관계성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대중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흐름이다.
최근 리센느부터 소녀시대, 프로미스나인까지 다양한 세대의 걸그룹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유튜브를 활용하며 새로운 전성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 리센느, 유튜브가 만든 '거제 야호' 신드롬
가장 먼저 걸그룹 리센느(RESCENE)는 최근 유튜브를 통해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2024년 데뷔한 5인조 걸그룹 리센느(원이 리브 미나미 메이 제나)는 최근 리더 원이의 개인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를 통해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거제 출신 원이와 경주 출신 제나의 사투리 콘텐츠, 일본인 멤버 미나미와 원이가 함께한 갸루 콘셉트 콘텐츠가 각종 소셜 미디어와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았다.
갸루는 영어 단어 '걸(Girl)'의 일본식 발음에서 유래한 말로 일본에서 독특한 패션과 화려한 화장법을 지닌 젊은 여성 문화를 뜻한다. 해당 콘텐츠에서 원이가 미나미의 갸루 복장을 보고 "너 지금 이러고 거제 가잖아? 너 거제 시민들한테 혼나"라고 말하자 미나미가 아무렇지도 않게 "거제 야호"라고 답한 장면이 숏폼을 통해 빠르게 퍼지며 밈이 됐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원이의 유튜브 채널은 개설 3개월 만에 구독자 47만 명을 넘겼고 리센느는 거제시 홍보대사로 위촉되기도 했다.
유튜브발 화제성은 음원 역주행으로도 이어졌다. 대표곡 'LOVE ATTACK(러브 어택)'이 멜론 차트에서 다시 상승세를 탔고 'Runaway(런어웨이)' 'Deja Vu(데자부)' 등 다른 곡들도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신인 걸그룹의 솔직하고 당당한 예능감이 음악적 성과로까지 이어지며 리센느는 새로운 터닝포인트를 맞고 있다.
◆ 소녀시대 효연, '효리수'로 완성한 자기희화화의 힘
그런가 하면 베테랑 걸그룹의 유튜브 활용도 눈에 띈다.
그룹 소녀시대 멤버 효연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 '효연의 레벨업'을 통해 2세대 걸그룹의 새로운 소비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효연의 유튜브는 게스트를 초대해 함께 식사하며 토크를 나누는 '밥사효'와 페이크 다큐 콘셉트인 '가짜 김효연'을 주요 콘텐츠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소녀시대 멤버 효연 유리 수영을 묶은 비공식 유닛 '효리수'가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9월 효연은 티파니에게 "태티서가 있으면 효리수"라고 말하며 소녀시대 대표 유닛 태티서의 대항마를 자처했다. 농담처럼 시작된 설정은 이후 실제 콘텐츠로 확장되며 큰 반응을 얻었다.
효리수의 재미는 정형화된 아이돌 유닛의 서사를 의도적으로 비트는 데 있다. 활동 당시 상대적으로 보컬 파트가 많지 않았던 세 사람은 가사 실수와 음이탈, 과장된 열창까지 숨기지 않으며 메인 보컬 자리를 두고 경쟁한다. 스스로를 웃음의 대상으로 만드는 이들의 설정 자체가 팬들에게 익숙한 그룹 서사를 유쾌하게 재가공한다.
이들의 유쾌한 '셀프 디스'는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빠르게 확산됐고 '효리수'의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출연으로까지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내년 소녀시대 데뷔 20주년을 앞두고 '효리수'가 어떤 방식으로 확장될지 기대하는 반응도 나온다. 그간 만들어온 이미지를 지키는 데 머무르지 않고 허술한 모습까지 콘텐츠화한 전략이 더 큰 친근감을 만든 셈이다.
◆ 프로미스나인, 새 출발과 함께 연 자체 예능 창구
걸그룹 프로미스나인(fromis_9) 역시 유튜브 채널을 통해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지난 2018년 Mnet '아이돌학교'를 통해 데뷔한 프로미스나인(송하영 박지원 이채영 이나경 백지헌)은 지난해 12월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 종료 후 5명으로 팀을 재편하며 신생 기획사 어센드로 이적했다. 이후 이들은 '스프 : 스튜디오 프로미스나인'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다양한 자체 콘텐츠로 팬들을 만나고 있다.
'우리가 하고 싶은 거 다 함'이라는 채널 설명처럼 프로미스나인은 해당 채널에서 자유롭고 친근한 매력을 보여준다. 한강 치맥, 찜질방 방문 등 일상적인 장소를 찾는 콘텐츠부터 무인도 겨울 바다 입수, 매운 돈가스, 매운 냉면 먹방 등 멤버들이 직접 몸을 던지며 웃음을 유발하는 콘텐츠까지 폭넓게 선보이며 솔직한 예능감을 드러냈다.
이러한 자체 콘텐츠는 그간 '군통령'이라는 별명과 함께 남성팬 중심으로 소비됐던 프로미스나인을 보다 친근한 그룹으로 확장시킨다. 멤버들의 끈끈한 팀워크와 8년 차 걸그룹다운 여유로운 입담은 팬덤을 결속시키는 동시에 프로미스나인을 잘 모르는 대중에게도 진입 장벽을 낮췄다.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프로미스나인은 이적 후 발매한 미니 6집 'From Our 20's(프롬 아워 트웬티스)'와 리메이크 디지털 싱글 '하얀 그리움'으로 음원 차트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뒀다. 새 출발 이후 음악과 유튜브 콘텐츠가 함께 시너지를 내며 팀의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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