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영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 핵물질 생산공장을 시찰하며 핵무력 증강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로 추정되는 핵물질 생산시설을 공개한 것은 2024년 9월과 지난해 1월에 이어 세 번째로, 핵보유국 이미지를 대내외에 부각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북한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지난 3일 새로 조업한 핵물질 생산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4일 보도했다. 군수공업부와 핵무기연구소 지도간부들이 동행한 가운데 김 위원장은 생산공정을 점검하고 핵물질 생산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무기급 핵물질 생산 능력은 종전의 2배를 능가하는 수준에 도달했다"며 "당 제9차 대회는 나라의 핵전쟁 억제력을 지속적으로 제고해 나가기 위한 핵무력 강화의 새로운 5개년 계획을 결정"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핵물질 생산 능력을 더 확대하며 그에 따라 핵무기 보유 수를 계속 늘려갈 데 대한 전략적 결정을 채택"했다고 부연했다.
또 "국가 핵무력을 기하급수적으로 강화할 앞으로의 방대한 계획실행의 순차와 그 담보를 확정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2024년 9월 김 위원장의 고농축 우라늄 제조시설 방문을 처음 공개했다. 이후 지난해 1월에도 김 위원장의 핵물질 제조시설 방문 소식을 전했다.
이번 보도에선 '새로 조업한 핵물질 생산공장'이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보도의 핵심은 '새로 조업한'이라는 표현"이라며 "기존 시설의 점검·확장을 알리던 종전과 달리 신규 완공·가동에 들어간 공장을 처음으로 선보였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분석했다.
구체적인 시설 위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지난해 6월 IAEA 이사회에서 영변 핵단지 내 우라늄 농축시설과 비슷한 시설이 건설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미들베리 국제연구소도 지난해 6월 민간위성 서비스 '플래닛랩스'를 통해 영변 내 새로운 핵시설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북한이 생산능력이 기존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고 주장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실제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북한이 핵탄두 생산에 필요한 고농축 우라늄 확보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는 메시지를 의도적으로 내보냈다는 의견이 많다.
시점도 예사롭지 않다. 현재 미국과 이란 간 핵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북한은 핵물질 생산 확대를 공개적으로 과시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핵물질 생산 능력이 5년 전보다 '2배를 능가'한다는 구체적 수치를 제시함으로써 비핵화 협상은 불가능하며 우리는 이란과 다르다는 점을 확실히 각인했다"고 평가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비핵화 문제가 북미간 협상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하기 위함"이라며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사실상 좌절되는 가운데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임을 분명히 하고자 하는 의도도 내포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적극적으로 부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재차 강조하면서 핵무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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