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가 다르다" 산업發 '성과급 갈등'에도 은행권 조용한 이유


삼성전자·카카오는 산식·N%룰 놓고 갈등
은행권도 영업 인센티브 있지만…전사 이익배분 논쟁과는 거리

산업계에서 성과급 산정 방식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은행권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산업계에서 성과급 산정 방식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은행권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은행 수익이 금리 환경, 예대마진, 대출 성장, 충당금, 자본규제 등 외부 요인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제조업·플랫폼 기업처럼 초과이익을 임직원 기여와 직접 연결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과도한 영업 인센티브는 불완전판매와 소비자보호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고, 성과급 확대가 '이자 장사' 비판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도 은행권 보상 논쟁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카카오 등 대기업에서 성과급 산정을 둘러싼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과 별도로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을 사업성과와 연동하는 방안을 노사가 논의해 왔다. 기존 OPI가 경제적 부가가치(EVA)를 중심으로 운영돼 온 가운데, 노조 측은 영업이익 등 보다 명확한 성과 기준을 요구해 왔다. 최근에는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을 노사가 합의한 사업성과의 10.5%로 정하는 내용의 잠정합의안이 공개되기도 했다.

카카오도 성과급 논란의 중심에 있다. 카카오 노조는 지난해 실적을 근거로 영업이익의 13~14%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사측은 1인당 500만원 규모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성과급에 포함할지 여부 등을 놓고 다른 입장을 보이면서 노사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카카오 사례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구성원 보상 재원으로 정하는 이른바 'N%룰' 논쟁이라는 점에서 산업계 성과급 갈등의 또 다른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반면 은행권은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이 상대적으로 표면화되지 않고 있다. 은행권의 전사 성과급은 대체로 임금·단체협약에서 결정되는 '집단 보상' 성격이 강하다. 주요 은행들은 매년 임금 인상률, 성과급 지급률, 복지포인트, 특별격려금 등을 패키지로 협상한다.

최근 타결된 2025년 임단협에서도 신한은행은 기본급의 350%, 하나은행은 280%, NH농협은행은 200% 수준의 성과급에 합의했다. 이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자동으로 나누는 방식이라기보다 노사 협상을 통해 기본급 또는 통상임금 대비 지급률을 정하는 방식에 가깝다.

이는 은행권에 성과보상이 없기 때문은 아니다. 은행 영업직군은 개인·점포·본부 단위의 영업성과 평가를 받고, 이에 따라 인센티브나 포상, 고과상 차등을 적용받는다. 기업금융 RM, PB, 영업점 직원 등은 여신·수신 실적, 고객관리, 수익성, 건전성, 리스크 관리, 소비자보호 지표 등을 종합한 KPI 체계 안에서 평가된다.

다만 은행권의 영업 인센티브는 삼성전자·카카오식 성과급 논쟁과 층위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계 논란의 핵심은 회사 전체가 벌어들인 초과이익 중 얼마를 임직원에게 배분할 것인지다. 반면 은행의 이익은 직원 영업력뿐 아니라 기준금리, 예대금리차, 대출 성장, 충당금, 자본규제, 경기 상황 등 외부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영업직군 인센티브 역시 개인·점포 단위의 성과 관리 수단에 가까워 전사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전 직원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하자는 논의와는 성격이 다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이 산업계 성과급 논란에서 비켜서 있는 것은 성과보상 체계가 약해서가 아니라 보상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라며 "은행권도 영업직군을 중심으로 성과평가와 인센티브가 작동하지만 이는 개인·점포 단위 KPI 관리의 영역이며, 전사 성과급은 임단협을 통해 기본급 대비 지급률을 정하는 방식이 중심"이라고 말했다.

금융소비자 보호 부담도 은행권 보상 논쟁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은행의 영업 인센티브가 특정 상품 판매 실적에 과도하게 연동될 경우 불완전판매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실제 홍콩 H지수 ELS 사태 이후 금융당국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 관행 개선을 추진하면서,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소개영업 실적이 은행 성과보상체계인 KPI에 반영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은행권의 보상 체계가 단순한 성과주의로 설계되기 어려운 이유다.

여론 부담도 크다. 삼성전자나 카카오는 성과급 논란을 글로벌 인재 확보, 기술 경쟁력, 플랫폼 성장에 대한 보상 문제로 설명할 수 있다. 반면 은행권은 성과급 규모가 커질 때마다 '이자 장사' 비판과 금융의 공공성 논란에 직면한다. 고금리 국면에서 은행 이익이 늘어났을 경우, 내부 성과급 확대는 곧바로 금융소비자 부담과 사회적 책임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금융당국의 정책과 의사결정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은행권이 당국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며 "성과급 지급이 과도하다는 논란이 커질 경우 당국의 경고나 제도 개선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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