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세종=정다운 기자] 국내 이주노동자가 11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정부가 이주노동자 인권침해를 조기에 포착하기 위해 익명 신고 창구를 신설하고 폭행·괴롭힘 우려 사업장 약 100곳에 대한 기획감독에 나선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방지대책’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4일 밝혔다.
우선 노동부는 현재 진행 중인 정기감독(150개소)과 별도로 이달부터 인권침해 다수 발생 지역과 이주노동자 밀집 지역 약 1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폭행·괴롭힘 특화 기획감독을 실시한다.
익명 설문조사와 신고, 인권리더 활동 등을 통해 인권침해 정황이 확인된 사업장은 즉시 점검하거나 정기 감독 대상에 먼저 반영한다. 폭행 등 중대 사건은 기획감독과 연계하고 지방노동관서, 경찰, 출입국외국인사무소가 공조해 사건 해결까지 공동 대응할 방침이다.
또 노동부는 이주노동자가 모국어로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익명 설문조사를 상시 운영하고, 노동포털 재직자 익명제보센터에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항목을 신설한다. 조사와 제보 결과는 지도점검과 감독에 연계할 계획이다.
현장 모니터링 강화를 위해 ‘외국인 인권리더’ 제도도 새로 도입한다. 한국 생활 적응도가 높고 이주노동자 네트워크를 보유한 노동자를 중심으로 선발해 위험사례를 파악하고 권리구제 절차를 안내하는 역할을 맡긴다.
노동부는 이달 중순부터 인권리더 모집에 착수할 계획으로 올해는 50명 규모로 시범 운영한 뒤 내년에는 200명 수준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올해는 별도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외국인 인권리더를 명예직 형태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내년에는 활동 수당 등을 지급할 수 있도록 예산 반영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리구제 지원도 확대한다. 노동부는 이주노동자 밀집 지역 14개 지방노동관서에 ‘이주노동자 전담팀’을 신설해 감독·조사 대응을 총괄하도록 했다.
피해 노동자와 가해자의 신속한 분리를 위해 쉼터 연계를 강화하고, 공인노무사가 참여하는 출장신고센터를 통해 상담·신고를 원스톱 지원한다. 다국어 상담원과 통역 인력을 연계하고, 필요할 경우 3자 통역 서비스도 제공해 언어 장벽을 낮출 계획이다.
다만 권리구제 과정에서는 피해 사실에 대한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게 노동부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익명 신고만으로도 감독 착수 여부를 판단할 수 있지만 사업주가 사실관계를 부인할 경우 권리구제나 행정조치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입증 자료가 필요하다"며 "피해 사실을 뒷받침할 증거가 있어야 조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부당한 대우나 위험한 근무환경에 놓인 이주노동자가 보다 원활하게 사업장을 옮길 수 있도록 사업장 변경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권창준 노동부 차관은 "그간 이주노동자들이 다가가기 어려웠던 신고와 권리구제의 문턱을 낮추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를 더 빠르게 포착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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