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우지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일 '2026 삼성호암상' 시상식을 찾았다. 행사 시작 10분 전 신라호텔에 도착한 이 회장은 별다른 말 없이 곧장 시상식장으로 향했다. 최근 노조 총파업까지 거론됐던 노사 격랑 속에서도 5년 연속 자리를 지키며 선대의 '인재제일' 철학을 묵묵히 이어가는 모습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22년 6년 만에 호암상 시상식에 모습을 드러낸 뒤 매년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 별다른 메시지 없이 수상자들을 축하하는 행보를 두고 재계에서는 조부 이병철 창업주와 부친 이건희 회장의 인재 중시 정신을 잇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과 노태문 DX부문장 직무대행 사장 등 사장단도 이 회장보다 20분가량 앞서 행사장에 들어서며 힘을 보탰다.
호암재단은 이날 오후 4시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제36회 삼성호암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수상자 가족과 지인, 재단 관계자 등 270여 명이 자리한 가운데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의 인사말, 어도선 심사위원장의 심사보고, 부문별 시상과 수상소감, 유홍림 서울대 총장의 축사 순으로 진행됐다. 스벤 리딘 스웨덴 왕립학술원 회장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올해 수상자는 △과학상 물리·수학부문 오성진(37) 미국 UC버클리 교수 △과학상 화학·생명과학부문 윤태식(51)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 교수 △공학상 김범만(79) 포스텍 명예교수 △의학상 에바 호프만(51)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 △예술상 조수미(63) 소프라노 △사회봉사상 오동찬(58) 국립소록도병원 의료부장 등 6명이다. 각 부문 수상자에게는 상장과 메달, 상금 3억원씩 총 18억원이 수여됐다.
오성진 교수는 블랙홀 내부에서 나타나는 불안정성을 비선형 쌍곡 편미분방정식으로 규명해 수학과 물리학의 난제 해결에 돌파구를 마련했다. 윤태식 교수는 자외선에 의존하던 기존 광화학의 한계를 넘어 안전한 가시광선만으로 복잡한 유기 분자의 결합 반응을 유도하는 유기합성 방법론을 개발했다.
김범만 교수는 고효율·고선형·고출력을 동시에 구현하는 무선주파수 전력증폭기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휴대전화와 이동통신 기지국 송신기 설계에 쓰이며 6세대(6G) 이동통신 무선 송신기 구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호프만 교수는 인간 난자의 감수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염색체 분리 오류의 원리를 규명해 불임과 유산, 다운증후군 연구의 토대를 마련했다.
예술상을 받은 조수미 소프라노는 40년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빈 국립오페라 등 세계 주요 무대에서 주역으로 활동하며 한국 성악의 위상을 높인 공로를 인정받았다. 사회봉사상 수상자인 오동찬 의료부장은 소록도에서 31년간 한센인을 돌봐 온 헌신을 평가받았다.
조 소프라노는 수상소감에서 "외롭고 치열했던 시간 속에서도 음악과 삶에 대한 신념을 지켜왔고 클래식과 대중의 경계를 넓히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해 왔다"며 "음악은 결국 사람과 나라를 위한 것이라는 믿음으로 걸어온 만큼 데뷔 40년을 맞아 더 많은 이들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탁월한 업적으로 호암상의 영예를 안은 수상자 여러분을 모시게 된 것을 큰 기쁨이자 자랑으로 생각한다"며 "창의적 지혜와 학문적 열정, 투철한 봉사 정신으로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의 발전에 기여하고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데 힘써온 수상자들의 뜻깊은 업적을 높이 기린다"고 축하했다.
삼성호암상은 1990년 고(故) 이건희 회장이 부친인 호암 이병철 창업주의 인재제일·사회공익 정신을 기려 만든 상이다. 올해까지 모두 188명의 수상자에게 379억원의 상금이 돌아갔다. 운영 재원은 주요 계열사 출연으로 마련되는데, 지난해에는 삼성전자가 전체의 75.8%인 약 37억9000만원을 내는 등 계열사들이 총 50억원을 출연했다.
한편 호암재단은 오는 7월 4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노벨상·호암상 수상자를 초청한 청소년 특별 강연회를 연다. 석학들이 연구 인생과 청소년의 진로를 놓고 강연한 뒤 현장 질문을 받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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