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중삼 기자] 오는 30일 압구정5구역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현대건설(이한우 대표이사)과 DL이앤씨(박상신 대표이사)가 막판 수주전에 총력을 쏟고 있다. 강남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압구정 일대에선 이미 2·3구역을 현대건설이, 4구역을 삼성물산이 따내며 대형 건설사 간 경쟁 구도가 형성된 상태다. 마지막 승부처로 떠오른 5구역을 차지하기 위해 현대건설과 DL이앤씨는 설계·금융·사업 조건 전반에서 차별화 카드를 내세우며 조합원 표심 잡기에 나섰다.
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5구역 재건축사업조합은 오는 30일 오전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최종 선정한다. 5구역 사업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1·2차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프로젝트다. 총공사비만 1조4960억원에 달한다.
이번 수주전이 업계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단순히 사업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압구정은 서울 재건축 시장에서도 상징성이 가장 큰 지역으로 꼽힌다. 한강변 입지와 희소성을 동시에 갖춘 데다 강남 집값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 지역이기 때문이다.
특히 압구정 재건축은 최근 대형 건설사들의 자존심 경쟁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현대건설이 지난해 2구역 시공권을 확보한 데 이어 최근 3구역까지 따내며 주도권을 넓혀가자 삼성물산은 4구역 수주에 성공하며 맞불을 놨다. 여기에 유일한 경쟁 입찰 구역인 5구역까지 시공사 선정이 임박하면서 이 지역 재건축은 사실상 국내 최상위 건설사들의 랜드마크 경쟁으로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압구정 현대' 완성 노리는 현대건설
현대건설은 이번 수주전에서 '압구정 현대' 브랜드를 앞세우고 있다. 이미 확보한 2·3구역에 이어 5구역까지 따내 압구정 일대를 현대 브랜드 중심의 프리미엄 주거타운으로 조성하겠다는 전략이다. 단지명으로는 '압구정 현대 갤러리아'를 제안했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이미 확보한 2·3구역과의 연계성을 강조하고 있다. 입주민 전용 수요응답형 교통서비스(DRT) 도입을 추진하고 갤러리아백화점과 연결되는 생활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압구정 원 시티' 청사진을 조합원들에게 제시했다.
이 외에도 제로 월(ZERO WALL) 240도 광폭 파노라마 조망·이주비 담보인정비율(LTV) 100%·로보틱스 특화·추가 분담금 최대 4년(2+2) 납부 유예 등을 제안했다. 현대건설이 제안한 공사 기간은 67개월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압구정5구역은 새로운 압구정 현대의 하이엔드 주거 문화·라이프스타일을 가장 직접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사업지"라며 "차별화된 상품 경쟁력과 설계 완성도·2구역 등에서 축적한 신속통합기획 경험을 기반으로 빠르게 안정적인 사업 추진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합이 필요로 하는 이행 가능한 조건을 통해 압구정 현대에 걸맞은 새로운 랜드마크 단지를 완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업계 일부에선 현대건설이 압구정 재건축 사업 초기부터 공을 들여온 데다 이미 2·3구역 시공권까지 확보한 만큼 조합원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 금융 지원 앞세운 DL이앤씨…실속 표심 공략
반면 DL이앤씨는 실질적인 사업 조건을 앞세워 조합원 표심 공략에 나섰다. 브랜드 상징성 경쟁으로는 현대건설과 정면 승부가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 혜택과 공사비 절감 같은 체감 가능한 조건으로 차별화에 나섰다.
DL이앤씨는 5구역에 물가인상 부담이 없는 평당 1139만원의 공사비를 확정 제안했다. 조합이 제시한 예정공사비 대비 100만원 이상 낮다. 공사 기간도 현대건설보다 10개월 짧은 57개월을 내세웠다. 여기에 이주비 주택담보인정비율(LTV) 150%·추가 분담금 최대 7년 납부 유예 등 파격적인 금융 지원 조건도 내걸었다. 단지명으로는 '아크로 압구정'을 제안했다.
최근 정비사업 시장에서는 공사비 상승과 금리 부담이 커지면서 조합원들의 사업성 민감도가 높아진 상태다. 강남권 재건축 역시 브랜드 가치 못지않게 추가 분담금과 금융 조건을 따지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DL이앤씨가 실속 전략에 집중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최근 정비사업 시장은 외부 변수 하나만으로도 사업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는 환경"이라며 "5구역은 특히 조합원 부담과 사업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사업지다. 불확실성을 줄이고 조합원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조건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5구역에 제안한 57개월이란 현실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한 공사 계획"이라며 "공기를 반드시 준수해 압구정의 최정점에 걸맞은 단 하나의 절대적 주거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이번 수주전 결과가 향후 강남 재건축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압구정은 서울 재건축 시장 흐름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역"이라며 "이번 결과에 따라 향후 대형 재건축 수주전 전략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