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파업 임박…'사면초가' 카카오, 'AI 카톡' 전환 위기


카카오 노조, 내달 파업 강행…6월10일 결의대회
핵심 경영진 이탈 등 카카오톡 개편 작업 차질 예상

카카오 노조가 오는 6월 중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카카오의 핵심 성장 동력과 방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노조원들이 지난 2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열린 카카오 노조 결의대회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성남=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최문정 기자] 카카오가 전방위적인 위기에 직면했다. 카카오 노조는 오는 6월 대대적인 파업을 예고했다. 카카오의 노사 갈등이 첨예해지고, 장기화 가능성마저 제시되는 상황에 카카오톡을 실행형 인공지능(AI) 플랫폼 전환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29일 IT업계에 따르면, 전국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이하 카카오 노조)는 현재 구체적인 파업 일정 및 규모 등을 논의하고 있다.

앞서 카카오 노사는 지난 27일 경기지역노동위원회의 임금협상 2차 조정 절차를 밟았다. 노사는 8시간이 넘는 논의에도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해 조정이 최종 결렬됐다. 이에 따라 카카오 본사 노조를 포함한 카카오페이·카카오엔터프라이즈·디케이테크인·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이 쟁의권을 획득했다.

이들 노조는 노동위 조정에 앞서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결과 5개 법인에서 모두 파업이 찬성으로 가결됐다.

카카오 노조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노조는 조정 중지 결정 이후에도 대화의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더 이상 기다림과 인내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 역시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의 가치가 정당하게 존중받고, 회사의 성과가 함께 일한 구성원들과 공정하게 나누어질 수 있도록 조합원들과 함께 6월 파업투쟁을 본격적으로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IT업계 등에 따르면 카카오 노조는 오는 6월1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1200명 규모의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카카오는 2026년 임금협약과 관련해 경기지역노동위원회의 조정 절차를 진행해 왔지만, 지난 27일 끝내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결렬됐다. 이에 따라 카카오 노조는 6월 중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은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이 조정장을 나서며 조정결과에 대해 발표하는 모습이다. /수원=최문정 기자

노조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카카오 역시 공식 입장문을 내고 서비스 이용자와 주주, 파트너 등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카카오는 이날 오전 공식 사과문을 통해 "최근 임금 교섭과 관련한 상황으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현재 카카오 노사가 이견을 보이는 부분은 성과급 등을 골자로 하는 성과보상 체계와 경영진과 기업문화 운영 방향성 등이다.

특히 성과 보상의 경우, 임금 인상률과 더불어 1인당 500만원 상당의 제한조건부주식(RSU)을 성과급에 포함할 것인지를 두고 이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대신 1년 근속한 직원에게 매년 500만원 상당의 RSU를 지급하고 있다. 사측은 성과급 재원에 RSU를 포함해야 한다고 보고 있지만, 노조 측은 이는 별도라는 입장이다. IT업계 등에 따르면 카카오 노조는 지난해 카카오 영업이익의 13~15% 수준에 해당하는 비용을 성과급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이러한 노조의 요구가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카카오는 공식 입장을 통해 "현재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 보상안의 총 규모는 영업이익 기준으로 고려할 때 회사 경영에 큰 부담이 되는 수준"이라며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주주 가치를 높여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부담"이라고 했다.

그러나 노조 측은 카카오가 이번 논쟁의 쟁점을 성과급 등 보상 체계에 한정짓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카카오 노조 관계자는 "노조는 임금인상만을 요구하지 않았다"며 "반복돼 온 불투명한 성과보상 구조를 개선하고, 회사의 성장과 성과가 실제로 일한 구성원들에게도 합리적으로 분배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자고 요구했다"고 반박했다.

경영진과 조직문화를 둘러싼 갈등도 큰 변수 중 하나다. 최근 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사의를 밝히고 퇴사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CPO는 지난해 카카오에 합류해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을 사회관계망(SNS)에서 널리 쓰이는 피드형 방식으로 바꾸는 대전환을 이끈 인물이다.

노조 측은 입장문을 통해 "홍 CPO는 카카오톡 업데이트의 부정적인 논란과 노사관계에 있어서도 근로감독을 촉발시켰지만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다가 아무일 없다는 듯이 사라졌다"며 "카카오 공동체에는 유독 부정적인 경영진이 많았다. 논란이 있었던 경영진들이 지금까지 수령한 보상 규모만 수백억 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기존의 프로덕트 조직을 '카카오톡'과 '비즈니스'로 이원화하고, 분산돼 있던 디자인 조직을 통합하는 내용의 조직 개편을 발표했다. 특히 카카오톡의 경우, 이용자 최우선(유저퍼스트) 가치 실현을 위해 '유저 퍼스트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카카오는 올해 카카오톡에 AI 모델을 결합해 대화·쇼핑·예약 등으로 이어지는 플랫폼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하지만 최근 노사 갈등의 국면 속에 핵심 경영진이 퇴사하고, 파업으로 인한 일정 차질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이다. /더팩트 DB

카카오의 노사 갈등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카카오톡과 카카오페이 등 서비스의 실제 마비 가능성은 상당히 낮은 것으로 보인다. IT 서비스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적은 인력으로도 서비스의 운영이 가능해서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당장의 서비스 제공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면서도 "다만, 파업에 참여하는 인원과 기간 등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고, 장기화할 경우 보안이나 유지·보수 등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카카오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은 '에이전틱 AI 플랫폼' 전환 작업이다. 카카오는 올해 카카오톡에 AI 모델을 결합해 메신저 내에서 대화·검색·쇼핑·예약 등이 가능한 플랫폼으로 진화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현재 카카오는 자체 모델 기반의 '카나나 인 카카오톡'과 오픈AI와의 협력을 통한 '챗GPT 포 카카오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한 편이다. 또한 카카오톡 중심의 변화를 이끌어 온 홍민택 CPO의 퇴사와 조직 개편 등은 이러한 변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카카오 AI 전략의 중심인 '카나나 인 카카오톡'과 '챗GPT 포 카카오'는 출시 이후 유저 선호도와 화제성 측면에서 높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리포트를 통해 "피드형으로의 카카오톡 친구탭 개편은 기대 이상의 체류시간을 발생시키고 있으나, 챗GPT 포 카카오와 카나나의 체류시간 증대 효과는 상대적으로 미진한 편"이라며 "두 서비스 모두 아직 인지도가 낮은 수준"이라고 짚었다.

이어 "시장에서 기대하고 있는 AI 도입을 통한 카카오톡 체류시간 성장세 가속화라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전까지 카카오의 리레이팅이 이뤄지기 어렵다"며 "주요 플랫폼과의 제휴를 통해 카나나의 AI 서비스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카카오 측도 노조와의 갈등 국면에서 AI 등 핵심 기술 경쟁력 확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의 뜻을 전했다.

카카오는 공식 입장을 통해 "현재 카카오는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글로벌 AI 빅테크들과 경쟁하고 있다"며 "생존과 미래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때"라고 밝혔다. 이어 "안팎의 어려움을 넘어 주주, 이용자 여러분의 신뢰를 지켜내기 위한 과정에 노사가 따로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jay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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