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매관매직' 혐의 1심 선고를 앞두고 김건희 여사 측이 고가 명품 시계를 건넨 로봇개 사업가 서모 씨에게 시계값 잔금을 뒤늦게 지급했다. 변제 자체는 양형 참작 사유가 될 수 있지만, 대통령 배우자라는 지위를 고려하면 일반 사건과 같이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 측은 지난 11일 고가 명품 시계를 건넨 로봇개 사업가 서모 씨에게 약 2876만 원을 이체했다. 다음 날인 12일에는 송금 내역을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순표 부장판사)에 제출했다. 김 여사 측 변호인단은 "정신 건강 문제 등 여러 사정으로 잔금 지급을 잊고 있었다"며 "주요 증인신문을 끝낸 후 지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여사는 지난 2022년 9월 서 씨에게 3990만 원 상당의 바쉐론 콘스탄틴 손목시계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여사 측은 그동안 서 씨가 단순히 시계 구매를 대행했을 뿐 청탁은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계약금 명목으로 서 씨에게 500만 원을 지급했다고도 주장했다. 이번에 전달한 돈은 시계값에서 500만원을 제외한 잔금인 셈이다.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은 지난 13일 단순 구매 대행이라는 김 여사 측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일각에서는 김 여사 측이 매관매직 혐의 선고를 앞두고 양형 단계에서 정상 참작을 염두에 둔 재판 전략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대통령 배우자라는 지위와 수사·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해온 점 등을 고려할 때 양형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누가 봐도 판결 선고를 앞두고 이뤄진 조치"라며 "형사 피고인이 선고 직전 기습 공탁하는 것과 비슷한 성격으로 볼 수 있어 큰 영향을 주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김 여사가 여러 인사들에게 각종 금품과 청탁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점을 고려하면 이번 변제가 양형에서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여사는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 외에도 지난 2022년 3~5월 이봉관 이봉관 회장에게 맏사위 인사 청탁과 함께 반클리프앤아펠 목걸이, 티파니앤코 브로치, 그라프 귀걸이 등 총 1억380만 원 상당의 귀금속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에게 265만 원 상당의 금거북이를, 김상민 전 부장검사에게 1억4000만 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그림을, 최재영 목사에게 540만 원 상당의 디올 가방 등을 받은 혐의도 있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변제는 양형에 참작되는 요소"라면서도 "대통령 배우자라는 지위와 수사·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해온 점 등을 고려하면 일반 사건보다는 양형에 반영되는 정도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형 기준상 수사 이후 이뤄진 변제는 통상 감경 요소로 크게 반영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명시적인 양형 기준이 없는 사안인 만큼 재판부가 대금 지급 사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더라도 문제될 것은 없다"며 "다른 양형 기준에서도 수사 개시 이후 이뤄진 반환은 통상 감경 요소로 반영되지 않는 만큼, 양형 부당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