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등급 판정 6년 만에 늑장 철거…사업 지연이 화 불렀나


서소문 고가 위험 오래 전부터 지적
시공사 선정·착공 과정은 촉박 진행
"사업 지연으로 안전 조치 미흡 가능성"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구조물 붕괴 사고 발생 이튿날인 지난 27일 무너진 구조물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 | 김명주 기자]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는 이번 붕괴 사고 전 최소 7년 전부터 안전 문제와 붕괴 위험 가능성이 제기됐다. 긴급 보수가 필요한 D등급 상태로 장기간 유지되다 사고가 발생하면서 사업 지연이 사고 원인 중 하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공사 기간은 지난해 4월 30일부터 오는 7월 29일까지다. 새 고가차도 준공 목표 시점은 2028년 2월이다. 2020년 5월 철거 후 신설하는 서소문고가 유지관리방안이 추진됐고 같은 해 12월부터 2022년 1월까지 기본설계, 2022년 9월부터 2024년 9월까지 실시설계가 이뤄졌다.

1966년에 지어진 서소문 고가차도는 연장 493m, 폭 15m 왕복 4차로 도로다. 2018년 B등급 판정 후 약 7개월 만에 교각 콘크리트 낙하 사고가 발생해 정밀안전진단 결과 2019년 D등급을 받았다. D등급은 주요 부재 결함으로 긴급 보수·보강 필요, 사용제한 여부 검토가 필요한 안전성 미흡 상태다.

하지만 2019년 D등급 판정 이후 착공은 약 6년 뒤인 지난해 4월 이뤄졌다. 당초 서울시는 2023년 철거와 지난해 개통 계획을 검토했으나 기본설계와 실시설계 등이 지연되며 일정이 미뤄졌다. 이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안전 우려가 제기됐다.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구조물 붕괴 사고 발생 이튿날인 27일 관계자들이 사고 잔해 콘크리트 코어 채취 작업을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2023년 11월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도안위) 행정사무감사 회의록을 보면 송도호 위원장은 "서소문고가는 D등급이 나왔는데도 운행하고 있다"라며 "그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되겠지만 갑자기 일부 붕괴가 된다든가 시민들의 안전에 문제가 발생하면 안 되기 때문에 서소문고가 개축을 신속하게 추진하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2024년도 11월 도안위 행정사무감사에서는 공사 지연 문제를 둘러싼 질타가 이어졌다. 회의록을 보면 강동길 위원장은 "벌써 D등급 판정을 받고 5년 가까이 지났다. 늦어도 2023년 3월에 공사를 시작해서 2025년도 3월에는 개통을 완료하겠다 해서 기본 예산도 잡았는데 실시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냐"라고 지적했다.

이에 당시 서울시 재난안전실장은 "주요 원인은 철거공사 시행 중에 교통 소통대책 마련을 위해 경찰청 교통규제 심의를 받게 돼 있다. 교통규제 심의 절차가 지연이 돼서 실시설계 용역 시작이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실시설계에 앞서 기본설계 지연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2021년 8월 도안위 회의록에 따르면 김평남 의원은 서소문고가 개축 공사 감액 관련 질의를 하며 "유독 서소문 고가차도만 현재까지 방치해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강하게 들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이에 당시 서울시 안전총괄실장은 "기본설계를 금년 11월 마무리하고 실시설계를 발주하려 했지만 기본설계에서 실시설계를 위한 사전절차를 이행하지 못해 감추경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다리 상판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해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친 가운데 사고 현장 복구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박상민 기자

이번 서소문 붕괴 사고 이후 이같이 장기간 이어진 사업 지연이 사고 가능성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사 일정이 촉박해지면서 안전 조치가 충분하지 못 했던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실제 나라장터에 게시된 서소문고가 철거 공사 입찰 공고는 긴급공고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4월 10일 공고 후 16일 개찰이 이뤄졌고 시공사가 선정돼 30일 착공했다. 입찰 공고 20일 만에 착공한 셈이다. 지방계약법시행령 제35조에 따르면 긴급공고는 입찰서 제출 마감일 전날부터 5일 전까지 공고할 수 있다.

최명기 한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는 없지만 정성적으로는 사업 지연이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일찍 공사를 시작하고 많은 공사 기간이 주어졌으면 사고를 방지할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긴급공고로 발주가 됐다는 것은 공사 기간이 충분치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라며 "공사 기간이 '타이트'했다면 안전 조치가 제대로 진행이 안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반면 공사 지연 자체를 사고 원인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착공이 늦어지면서 준공도 순연됐다면 공사 지연이 사고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철거 공사 시공사 선정 과정 역시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됐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의 절차가 허용하는 범위에 따라 진행했을 것"이라며 "그 자체가 사고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sil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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