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서소문 고가 시공사 정조준…서울시 '중처법' 가능성은


시공사 안전조치 의무 위반 여부 조사
서울시 책임은 실질 관여 여부가 변수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를 둘러싼 경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시공사와 감리업체는 물론, 발주처이자 관리·감독 기관인 서울시도 형사처벌이 가능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은 사고 발생 이튿날인 27일 관계자들이 사고 잔해 콘크리트 코어 채취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김영봉·이예리 기자]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를 둘러싼 경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사고 전 침하가 발생했는데도 이후 안전진단 과정에서 별다른 안전조치가 없었던 정황이 드러나면서 시공사와 감리업체는 물론, 발주처이자 관리·감독 기관인 서울시도 형사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사고 원인과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날 0시부터 4시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사고 현장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전날에는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토목부로부터 안전관리계획서 등 관련 서류도 임의 제출받았다.

경찰은 우선 시공사와 감리업체의 안전조치 의무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적용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는 사업주가 붕괴 위험 장소에서 산업재해 예방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해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같은 법 제167조에 따라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상자가 발생했을 경우 형법 제268조에 따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도 적용될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으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은 "해체 계획서대로 작업했는지와 단차 발생 이후 어떤 대응을 했는지가 핵심"이라며 "우선 안전보건 확보가 제대로 안 된 것으로 보여 시공업체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를 둘러싼 경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시공사와 감리업체는 물론, 발주처이자 관리·감독 기관인 서울시도 형사처벌이 가능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새롬 기자

사고가 단순 철거 작업 도중이 아니라 침하 발생 이후 진행된 안전점검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서울시 책임론도 나온다. 특히 서울시 담당자가 침하 발생 사실을 처음 보고받은 것은 약 4시간30분이 지난 오전 7시였고, 이후 약 7시간 뒤인 오후 2시께 서울시 관계자들이 고가 하부 안전점검에 나섰다. 이에 위험 징후 인지 이후 대응과 안전조치가 적절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손익찬 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변호사는 "통상 공사 현장에서는 발주기관보다 시공사가 작업 방법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 드러난 내용만 보면 서울시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서울시가 공사 과정과 안전조치에 얼마나 실질적으로 관여했는지가 중요하다"며 "서울시의 현장 관여 수준에 따라 책임 범위는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외부 전문가 사망 경위를 근거로 서울시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도 적지않다는 시각도 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외부 구조기술사가 서울시 요청으로 현장 안전 점검에 참여했다면 중대재해처벌법상 '종사자' 개념으로 볼 여지도 있다"며 "서울시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이행 여부 역시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 한 관계자는 "사실 관계를 정확히 알기 전이지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가 기본적으로 검토될 수 있고, 요건이 된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이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도 함께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우선 사실 관계를 파악한 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는 물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을 검토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사건 초기 단계라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합동감식 결과도 몇 달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날 새벽 2시30분께 서소문 고가 슬라브 절단 작업 과정에서 2.9㎝ 단차가 발생해 공사가 중단됐다. 이어 오후 2시께 서울시와 시공사·감리단 관계자 등 점검 인력 9명이 안전진단에 나섰고, 약 30분 후인 오후 2시33분께 구조물이 무너졌다. 이 사고로 현장관리소장과 감리단장, 외부 구조기술사 등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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