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서울 서소문고가=오승혁 기자] "제가 오후 2시에 그 철길 건널목을 지나갔어요. 그런데 2시 30분에 그렇게 무너진 거죠. 아직까지도 얼마나 가슴이 철렁하고 심장이 벌렁거리는지..." (서울 서대문구 시민)
"아니, 저 서소문 고가를 철거하고 다시 만든다고 하는데요. 그냥 고가 철거된 상태로 도로만 유지됐으면 좋겠어요. 고가 때문에 이런 사고도 벌어지고 우리 일상도 더 불편한 것 같아." (서울 서대문구 상인)
27일 오전 '오승혁의 '현장''은 전날 철거 공사 중 붕괴돼 3명의 사망자와 3명의 부상자를 발생시킨 서울 서소문 고가도로 사고 현장을 찾았다. 출근과 자녀의 등원, 등교 등을 위해 발걸음을 서두르던 이들은 무너진 콘크리트의 단면과 각종 건설 자재가 나뒹구는 길거리에 모습에 놀란 듯 일시정지 상태로 멈춰섰다.
많은 이들의 꿈과 희망을 안고 서울로 향하기 시작했던 1960년대 도시의 인구와 교통량이 급증하면서 고가도로는 근대화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활발히 건설됐다. 1966년부터 신촌과 마포대로에서 충정로로 향하는 차들을 분산시키고 사대문 안으로의 빠른 진입이 가능하게 만든 서대문고가도로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6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서대문고가도로는 낡고 위험해졌다. 이에 서울시는 기존 서소문고가도로를 이달 내 철거 완료하고 오는 2028년 2월에 새로운 고가를 놓는 목표를 세우고 움직여왔다. 그러나 계획은 예기치 못한 비극과 마주했다. 철거 작업이 한창이던 중 상판 일부가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며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사고 현장은 서울시 서대문구와 중구의 경계 지점으로, 사고 이후 인근 교통은 전면 통제됐다. 대형 중장비와 철거 장비들이 도로를 막아선 가운데, 현장에 투입된 안전 점검 인력들은 붕괴 단면과 철근 구조물을 면밀히 살피며 추가 붕괴 위험을 점검하고 있다. 사고 당시 굉음과 진동을 직접 경험했다는 인근 직장인과 주민들은 여전히 현장 주변을 서성이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현장 상인과 주민들의 서소문고가도로 재설치에 대한 반발은 거세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가족은 "붕괴됐을 때 생전 들어본 적도 없는 거대한 굉음이 들려서 정말 죽는 줄 알았다"며 "고가를 다시 짓는다고 하는데 그 고가에서 또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법이 어디 있냐"며 두려움을 나타냈다.
특히 상권을 단절하고 도심 미관을 해친다는 비판과 함께, 구조물 자체가 도심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고가 없는 평면 도로만 운영해도 충분히 교통 분산이 가능하다"며 "시민들의 일상에 짐이 되는 고가를 왜 굳이 다시 짓느냐"고 입을 모았다.
한 장년 여성은 "매일 일상적으로 지나가는 길이고 어제도 사고 얼마 전인 시간에 이곳을 지나갔다"고 "지나간 뒤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른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60년 전 도시화의 상징으로 등장했던 서대문고가도로는 오늘날 노후 인프라의 위험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철거의 과정에서 마지막 비극을 남겼다. 당국이 잔해를 치우고 원인을 규명하는 동안, 현장을 지키는 신호등은 여전히 '정지' 신호만을 깜빡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