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프로모션 논란으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경영진을 향한 고소·고발이 이어지고 5.18, 박종철 열사 유족들도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실제 형사처벌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행법상 관건인 피해자 특정성과 공모 관계 입증이 쉽지않기 때문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와 유족 27명은 지난 20일 정 회장과 손정현 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 등을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과 모욕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고 박종철 열사의 친형 박종부 씨도 경찰 조사에서 정 회장의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번 논란은 스타벅스코리아가 지난 18일 진행한 프로모션에서 '탱크데이', '책상에 탁!' 등의 문구를 사용하면서 불거졌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탱크 투입과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키는 표현이어서다. 특히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과 맞물리면서 의도된 마케팅이라는 거센 비판과 함께 국민적 공분이 확산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실제 형사처벌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문턱이 낮지 않다고 보고 있다. 형사상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의 구성요건을 갖추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형법상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경우 각각 성립한다. 판례는 두 범죄 모두 피해자가 특정될 수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피해자가 집단인 경우에는 특정성이 인정되기 쉽지 않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피해자가 집단적인 경우에는 명예훼손이 성립하기 어렵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며 "기자·판사·공무원 등 일반적인 집단 전체를 대상으로 한 표현은 개별 피해자의 특정성이 인정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프로모션 문구와 날짜가 단순한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최소한 논란 가능성을 인식한 상태에서 진행됐다는 의미의 미필적 고의가 문제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더라도 범죄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는 별개라는 분석이다.
법무법인 위온의 이영훈 변호사는 "명예훼손은 구체적 사실의 적시를, 모욕은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만한 경멸적 감정의 표현을 각 구성요건으로 한다"라며 "이번 마케팅에서는 그러한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표현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역시 허위사실 유포 행위만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그 외 행위에 대한 별도 처벌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정 회장을 비롯한 신세계그룹·스타벅스코리아 경영진이 해당 프로모션에 구체적으로 관여했는지를 입증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회장 등 경영진에게 곧바로 형사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직접 행위자가 아닌 경영진을 정범으로 처벌하려면 단순 보고를 받은 수준을 넘어 해당 프로모션의 기획·집행 과정에 구체적으로 지시 및 관여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며 "공모공동정범 법리상 사실상 본인이 직접 행위를 한 것과 같이 평가될 정도의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정범의 성립은 어렵고, 방조로 보더라도 행위자의 고의 외에 방조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