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재점화한 '일베 폐쇄'…법조계 "위헌 소지 높아"


2018년 문 정부 때도 '70% 불법정보' 기준에 무산
"플랫폼 책임 강화는 가능…폐쇄는 헌법 장벽 높아"

이재명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조롱 논란을 계기로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폐쇄 조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법적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에서 일베 회원으로 추정되는 청년들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인 지난 5월23일 김해 봉하마을에서 일베 표식 손동작을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수진 변호사 페이스북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조롱 논란을 계기로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폐쇄 조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법적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혐오·조롱 콘텐츠 규제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현행법 체계상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 전체를 폐쇄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침해와 과잉금지 원칙 위반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다만 이번 논의가 단순한 사이트 폐쇄를 넘어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의 논의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조롱·혐오 표현에 대한 처벌과 징벌배상, 일베처럼 혐오를 방치·조장하는 사이트 폐쇄와 과징금 등 필요 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추도식에서 일베 이용자로 추정되는 인물들의 조롱성 행위가 논란이 되자 직접 대응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현행 정보통신망법 체계상 특정 사이트 전체를 강제로 폐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8년에도 청와대 국민청원을 계기로 일베 폐쇄 요구가 제기됐지만 법리적 한계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는 법률적 한계에 부딪혀 제재안을 내놓지 못했다. 정보통신망법상 인터넷 사이트 전체를 폐쇄하려면 게시물의 상당수가 명백한 불법 정보여야 하는데, 정부 안팎에서는 전체 게시물의 약 70% 이상이 불법 정보 수준이어야 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일베의 경우 혐오 게시물 외에도 일반 글이나 유머 게시물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불법 정보 비중 70%'를 입증하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로 사이트 폐쇄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법원 판례 역시 사이트의 개설 목적 자체가 오직 불법 정보 유통에 있을 때만 전체 차단을 인정해 왔다. 이같은 이유로 지난 2016년 여성·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물이 공유되던 사이트 '소라넷'은 폐쇄되고 운영자는 형사 처벌을 받았다. 반면 2021년 가수 강다니엘이 사생활 침해와 명예훼손을 이유로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폐쇄를 요구한 소송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할 수 있다"며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법에 따라 문제가 되는 혐오 표현이나 불법 게시물을 삭제하고 작성자를 처벌할 수 있다"며 "사이트 자체를 폐쇄하는 것은 법을 위반하지 않은 일반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까지 통째로 박탈하는 처분이며,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과 최소침해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가가 특정 플랫폼의 문을 닫는 방식의 규제는 자칫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인터넷 생태계를 검열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조롱 논란을 계기로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폐쇄 조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법적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일간베스트저장소 캡처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즉각적인 행정 처분으로서의 '사이트 폐쇄'보다는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플랫폼 사업자에게 혐오 콘텐츠 삭제·차단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반복적으로 방치할 경우 과징금이나 손해배상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한 지식재산권법 전문 변호사는 "과거 '소리바다' 사건처럼 플랫폼 운영자가 제3자의 불법 행위를 알면서도 방치했다면 '방조 책임'을 물어 처벌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있다"며 "현행법상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는 피해자 신고가 접수되었을 때 신속하게 게시물을 내리는 등 보호 조치를 취할 법적 의무가 있고, 이를 게을리하면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이나 방조 책임을 지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주의 국가에서 특정 정치 성향을 띤 사이트라는 이유로 입법을 통해 플랫폼 자체를 폐쇄하는 것은 과도한 발상이며 위헌 소지가 크다"며 "새로운 입법을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는, 플랫폼 내에 꼼꼼한 신고 채널 운영을 강제하고 모니터링 의무를 위반했을 때 책임을 무겁게 지우는 방향이 법체계 안에서 실현 가능한 대안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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