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인천=이태훈 기자] 정치적 고향인 인천 계양구를 떠나 연수구에서 재도약을 노리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연수구갑 재보궐선거 후보. 그를 바라보는 연수갑 지역민들의 시선은 다소 엇갈렸다. 지역 발전을 위해 여당 소속인 송 후보를 지지한다는 목소리와 중앙 정치에 몰두할 가능성이 있는 송 후보를 뽑을 수 없다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송 후보는 6.3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5선을 했던 인천 계양을을 뒤로하고 연수갑에 출마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로 자리를 옮기며 계양을 또한 보궐선거 지역이 됐고, 때맞춰 '사법 리스크'를 벗은 송 후보도 계양을 출마를 원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의 복심인 김남준 전 청와대 대변인도 이번 선거에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를 희망했고, 중앙당의 교통정리에 따라 송 후보는 연수갑으로 향하게 됐다.
연수갑 보궐선거 승리를 통해 정치적 재기를 노리는 송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도래한 직후 쉴 틈 없이 지역을 누비고 있다. 선거운동 기간 첫 주말인 23일엔 유동 인구가 많은 연수구 동춘동 스퀘어원 광장을 찾아 △인천대 국립대 전환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 △하나 금융타운 청라 유치 등 인천시장 재임 당시 치적을 언급하며 "인천을 변화시켰던 힘으로 연수를 변화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수갑은 바로 옆 송도국제도시(연수을)와 비교해 발전이 더딘 게 지역 숙제다. 원도심인 연수갑은 재건축·재개발, 대중교통망 확충 등 각종 인프라 개선이 선거 때마다 주요 화두로 부상하곤 한다.
이날 유세 현장에서 <더팩트>와 만난 송 후보는 '민심을 어떻게 느끼고 있느냐'는 질문에 "체감하는 분위기는 아주 좋다"고 전했다. 또 '구민들이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많이 얘기하는데, 복안이 있느냐"는 질문엔 "주가는 연일 상승하고 있지만, (그 과실의 분배가) 불균형한 상태"라며 "(반도체 기업 호황 등으로) 얻은 초과 세수가 소상공인들에게 퍼져나갈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정책을 펴야 할 것이고, 저도 신경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더팩트>가 만난 연수갑 유권자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집권 여당의 중량급 인사인 송 후보가 당선될 경우 지역 발전이 속도감 있게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최근 결혼해 연수로 이사했다는 30대 여성 박연진(가명) 씨는 "그동안 (송 후보에 대해) 워낙 안 좋은 뉴스도 많았고 해서 호감을 느끼지는 않는다"면서도 "시장 이력도 있고, 민주당 대표도 했다는 얘길 들었다. 야당 후보보단 (지역에) 뭐라도 하나 더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고 말했다.
옥련동에 오래 거주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옥련시장 나물 상인 70대 여성 김필녀 씨는 "송 후보가 시장을 할 때 일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뽑을 것"이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옥련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40대 남성 이명호 씨는 "(송 후보에 대한) 상인들의 민심은 반반이다"라며 "(저는) 나쁘게 보지 않는다. 정부에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후보이지 않나. 공약이 괜찮으면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지역을 향한 송 후보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과거 당대표까지 지낸 민주당 유력 인사인 송 후보가 여의도로 복귀할 경우, 지역보다는 중앙 정치에 더 신경 쓰는 것 아니냐는 우려였다. 선학동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윤성민 씨는 송 후보에 대해 "다른 지역(계양)에서 (정치를) 오래 했던 사람 아니냐"고 달갑지 않은 시각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야당 후보라도 다른 데 한눈 안 팔고, 지역을 잘 아는 후보를 뽑으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정부·여당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를 뽑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인천에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50대 여성 양 씨는 "나라가 바로 서야 한다. 국회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 대통령 공소 취소'는 막아야 한다"며 연수갑 재보궐선거에서 박종진 국민의힘 후보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15년 전부터 옥련동에 산다는 60대 남성 강대만 씨는 "지금 민주당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송 후보를 뽑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거듭되는 여야 정쟁에 선거 자체에 환멸을 느끼는 유권자도 만날 수 있었다. 동춘동에 사는 70대 여성 문영순 씨는 "옛날에는 관심을 두고 정치를 지켜봤는데, 요즘은 그러고 싶지 않다"며 "주변 사람들도 정치 얘기를 하는 걸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