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클로즈업] '사이버레커의 칼끝'…김세의 구속영장이 준 '경고'


조회수에 짓밟힌 명예...미확인 폭로·자극적 방송 반복
검찰, 구속영장 청구…명예훼손 사건에 이례적인 강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김세의 대표에게 검찰이 최근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돼 있다. 사진은 김세의 가세연 대표가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 씨 명예 훼손 혐의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연예계가 또다시 '깊은 상처'를 되새김질하고 있다. 배우 김수현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김세의 대표에게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다.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된 가운데, 이번 사안은 단순한 연예인과 유튜버 간 법적 다툼 이상의 의미를 던진다. 무엇보다 명예훼손 사건에서 구속영장 청구 자체가 흔치 않다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이 크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검증되지 않은 일방 주장의 반복적인 방송 행위, 사안의 중대성, 증거인멸 우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구속 여부는 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다. 영장이 발부될 수도 있고 기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구속이나 기각 등 결과 이전에 이미 사법당국이 해당 사안을 결코 가볍게 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은 한 연예인의 행적을 둘러싼 의혹 제기에서 시작됐다. 가세연은 故 김새론과 배우 김수현 사이의 관계 및 사생활 문제를 지속적으로 언급했고, 각종 녹취록과 사진, 메시지 등을 공개하며 파장을 키웠다. 반면 김수현 측은 해당 내용 상당수가 허위이며 일부는 AI 조작 가능성까지 있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이후 법적 대응이 이어졌고, 경찰과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과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혐의다.

김수현 측은 가세연이 유튜브를 통해 주장한 내용의 상당수가 허위이며 일부는 AI 조작 가능성까지 있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사진은 김수현이 지난해 3월 故 김새론과 미성년자 시절 교제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서예원 기자

◆ 댓글과 커뮤니티, SNS 상에 인신공격과 조롱 난무 '악순환'

문제는 이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주장들이 유튜브와 SNS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소비됐다는 데 있다. 자극적인 제목, 충격적인 썸네일, 단정적인 표현은 순식간에 주목도를 올리고 조회 수를 끌어올린다. 하지만 그 뒤에 남는 것은 한 사람의 삶과 명예에 남겨진 돌이킬 수 없는 상처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폭로'를 정의와 동일시하고 검증되지 않은 주장도 '누군가 말했다'는 이유만으로 진실처럼 소비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유튜브 기반의 일부 사이버레커 채널들은 사실 확인보다 속도 경쟁에 몰두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자극이 곧 돈이 되는 구조 속에서 인간의 존엄과 사생활은 너무 쉽게 콘텐츠 재료로 이용되고,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이미 여론은 한 사람을 죄인으로 단정해버린다. 댓글과 커뮤니티, SNS에는 인신공격과 조롱이 넘쳐나고, 한번 찍힌 낙인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무혐의가 나오더라도 이미 삶은 망가진 뒤인 경우가 많다.

배우 김수현 관련 사건은 한 연예인의 행적을 둘러싼 의혹 제기에서 시작됐다. 가세연은 故 김새론과 배우 김수현 사이의 관계 및 사생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고, 각종 녹취록과 사진, 메시지 등을 공개하며 파장을 키웠다. 사진은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로고 및 이미지. /유튜브 캡처

◆ 악성 댓글과 루머, 허위사실 유포...수많은 스타들 '극단적 고통'

유명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근거 없는 의혹과 인격살인을 감내해야 할 의무는 없다. 표현의 자유 역시 타인의 인권과 명예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보호받아야 한다. 실제로 연예계는 오래전부터 '사이버 폭력'의 폐해를 겪어왔다. 악성 댓글과 루머, 허위사실 유포는 수많은 스타들을 극단적 고통으로 내몰았다. 일부는 활동을 중단했고, 일부는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호소했다. 안타깝게도 어떤 이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그런데도 유사한 일은 왜 반복될까. 이유는 간단하다. 처벌은 약했고, 책임은 흐릿했기 때문이다. 조회 수와 후원금, 광고 수익은 커졌지만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은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개인의 의견'이라는 이름 아래 무책임한 폭로가 사실상 방치된 측면이 없지 않다. 연예인은 대중의 관심 속에 살아가는 직업이다. 그러나 관심과 사적 린치는 전혀 다른 문제다.

이번 김세의 가세연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특정 유튜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유튜브 기반 폭로 방송의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 사회적 기준을 세우는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생성형 AI 기술까지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더 커진다. 음성 합성, 이미지 조작, 딥페이크 기술은 일반 대중이 진위를 구별하기 어렵다.

연예계는 오래전부터 사이버 폭력의 폐해를 겪어왔다. 악성 댓글과 루머, 허위사실 유포는 수많은 스타들을 극단적 고통으로 내몰았다. 김새론 전 남편 관련 논란 내용 중 일부. /유튜브 캡처

◆ 왜곡된 영상과 게시물 '완전 삭제' 불가능, 피해자는 평생 낙인

더 우려스러운 건 일부 시청자들의 스펀지같은 맹목적 소비 태도다. 자극적 콘텐츠에 열광하고, 검증되지 않은 폭로를 공유하며, 조회 수로 보상하는 순간 사이버레커 생태계는 더욱 커진다. 물론 모든 비판과 의혹 제기가 잘못이라는 뜻은 아니다. 공익적 목적의 문제 제기와 탐사 보도는 필요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반복적으로 유포해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행위는 단지 폭력에 불과하다.

법원의 판단은 곧 나오겠지만, 그 결과와 별개로 분명한 사실 하나는 남는다. 지금의 사이버 환경은 누군가를 너무 쉽게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번 퍼진 영상과 게시물은 완전히 삭제하기 어렵고, 허위 정보는 정정보다 훨씬 빠르게 확산된다. 피해자는 평생 낙인 속에 살아갈 수도 있다. 그래서 수사기관과 사법당국은 디지털 명예훼손 범죄의 심각성을 더 엄중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화려한 조명을 받는, 유명인의 삶도 지금은 단 몇 줄의 댓글과 몇 번의 클릭으로 무너질 수 있는 시대다. 연예인은 대중의 사랑으로 살아가지만, 동시에 가장 쉽게 공격받는 존재이기도 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자극이 아니라 더 크고 무거운 책임감이다. 명예훼손 구속영장을 둘러싼 김세의 사건은 단순한 연예뉴스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어디까지 무분별한 폭로와 사이버 폭력을 방치할 것인지에 대한 경고다.

eel@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