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여신금융협회장 인선 레이스가 막을 올린 가운데 업권을 중심으로 차기 회장의 역할과 적정성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 회장 인선이 7개월가량 지연되면서 민간과 학계를 중심으로 하마평만 무성했는데 정치권에서도 깜짝 등판이 이뤄진만큼 셈법이 복잡하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14대 여신금융협회장 후보자 공모가 모두 마감된 가운데 지원자 총 5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지원자는 장도중 전 기획재정부 정책보좌관과 윤창환 전 국회의장 수석비서관, 이동철 전 KB국민카드 사장, 박경훈 전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등으로 전해진다. 앞서 관료출신 인물이 하마평에 오르면서 업권의 이목이 쏠렸지만, 정치권과 민간, 학계의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 민간·학계·정치권 '3파전'…각양각색 후보군
민간과 학계 후보자에 대한 업계의 관측이 적중했다. 지난해부터 업계 안팎에서는 이동철 전 사장과 김상봉 교수 등이 차기 여신금융협회장 후보로 지원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이 전 사장은 KB금융지주 전략담당 상무와 총괄 부사장 등을 거쳐 KB국민카드 대표이사를 역임한 '전략통'으로 잘 알려져있다. 아울러 여신금융협회장이 상근직으로 전환된 2010년 이후 유일한 민간 출신인 김덕수 전 회장 또한 KB국민카드 출신이다.
박 전 대표도 업권에 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로 손꼽힌다. 1990년 우리은행에 입행해 30년간 몸담으며 자금부 부장, 글로벌 그룹 상무 등을 역임했다. 이후 우리금융캐피탈 대표이사직을 수행하면서 여전업권에 잔뼈가 굵은 인물로 평가된다. 이어 김 교수는 여신금융협회 자문위원을 6년 이상 역임한 만큼 여전협회와 직접 인연이 있다. 과거 신한카드 리스크관리팀 근무 경험까지 갖춰 이론과 현장을 아우르는 전문성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 후보자 모두 여전업계에서는 잘 알려진 인물인 만큼 아직까진 정치권 후보자를 향해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에서는 윤창환 전 국회의장 수석비서관과 장도중 전 기획재정부 정책보좌관이 출사표를 던졌다. 두 인물 모두 보좌직 출신으로 정통 관료 출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다. 이에 14대 여신금융협회장 인선은 관료 출신 후보자 없이 치르는 최초의 선거로 자리 잡았다.
장 전 보좌관은 중앙대 법학과와 연세대 법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문재인 전 대통령 예비후보 캠프를 통해 처음 정계에 입문했다.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입당 이후 2017년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으며, 이후 경제부총리 정책보좌관과 신용보증재단중앙회 상임이사를 역임했다. 21대 총선에서는 강동구(을)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장 전 보좌관이 차기 협회장직에 오를 경우 서민금융 정책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 상임이사 경험에 더해, 과거 SNS를 통해 법정최고이자율이 19년 만에 66%에서 20%까지 낮아진 흐름을 두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서민 친화적 금융 환경 조성에 공감하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어서다. 거시경제와 노동 분야에도 관심이 높아 여전업계 정책 방향에 변화가 불가피할 예정이다.
윤 전 비서관은 인공지능 분야에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다. 여신금융산업 3.0 AI·AX 전략센터 센터장 겸 수석 아키텍트와 정보통신개발원 원장 등을 역임하고 있다. 그는 여신금융협회장에게 요구되는 역량으로 △국회 입법 전문성 △대관 능력 △AI 전문성 등을 꼽으며 차별화 전략을 제시한다. 국회의장 정책수석을 포함해 30년에 달하는 국회 경력과 이재명 대통령 후보 시절 AI정책 특보단장 경험을 적극 살리겠다는 포부다.
◆ 정치권, 현 정부 금융인사 코드와 맞닿은 후보군
정치권 후보자와 금융당국 인사 사이에 공통점도 포착된다. 두드러지는 부분은 이 대통령과의 정치적 연결고리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대선 캠프 변호인 출신이다. 장 전 보좌관 또한 이번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정책보좌관을 수행한 것과 궤를 함께한다. 아울러 윤 전 비서관 역시 이 대통령 후보 시절 AI정책 특보단장을 맡은 바 있어, 현 정부와의 접점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비(非)전통 금융 인사라는 점도 일맥상통한다. 법조인 출신의 이 원장 또한 취임 당시 금융 현장 경험이 부족한 비전문가란 비판이 나온 바 있다. 장 전 보좌관과 윤 전 비서관 또한 여전업계 정통 관료나 업권 전문가로 분류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협회장 후보군에 정통 관료 출신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이 원장 인선 당시와 유사한 구도가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비서관과 기획재정부 1차관을 역임했다. 단 이 위원장의 경우 행정고시 35회 출신의 정통 경제관료로 통한다.
정치권 후보자와 민간·학계 출신 후보자의 장단점은 뚜렷하게 갈린다. 정치권 후보자는 금융당국과의 조율 및 입법 대응에 능통하다는 강점이 있지만, 업권의 실익을 대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따른다. 반면 민간·학계 출신은 여전업권과의 소통 면에서 유리하지만, 오는 2027년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 논의 여부 결정 등 굵직한 정책 현안이 다가오는 만큼 당국과의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현재 여전업권의 숙원 과제는 규제 개선으로 쏠려 있다. 카드업권은 지급결제 전용계좌 허용을 핵심 과제로 낙점했다. 캐피탈업권은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고도화와 보험대리점 업무 허용을 요구하고 있으며, 신기술금융업권은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별도법 제정과 규제체계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업권 공통으로는 해외 비금융 자회사 출자 규제 완화도 과제로 제기된다.
한 여전업계 관계자는 "정치권 인사는 예상을 하지 못한 부분이다. 나오더라도 정통 관료 출신을 예상했을 것이다"라며 "정계 출신 후보자와 민간 출신 후보자의 장단점이 뚜렷한 만큼 업권에서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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