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인지 기자] 노인복지회관에서 조리사로 일하던 60대 여성이 결혼 20주년을 앞두고 뇌사 장기기증으로 6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났다.
21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김옥희(68) 씨는 40대 중반에 남편 박천식 씨를 만나 결혼했다. 이후 남편과 함께 전남 영암군으로 귀향한 김 씨는 노인복지회관에서 조리사로 일했다. 박 씨는 "어르신들이 입을 모아 칭찬할 정도로 아내의 음식 솜씨가 좋았다"며 "밝고 서글서글한 성격에 주변 사람들과도 두루 잘 어울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 씨는 지난 4월9일 뇌출혈로 갑자기 쓰러졌고,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뇌사 상태에 빠졌다. 고민 끝에 박 씨는 의료진에게 먼저 장기·조직기증에 동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씨는 10여 년 전 아내와 함께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했다. 그는 "그냥 허무하게 아내를 보낼 수 없었다"며 "생전에 아내와 할 수 있으면 장기기증을 하고 가자는 얘기를 여러 차례 했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김 씨는 지난 4월15일 전남대학교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6명의 환자에게 새 생명을 나누고 떠났다. 신장(양측), 폐, 간장, 안구(양측)를 비롯해 뼈, 연골, 혈관 등 인체조직도 함께 기증했다. 5월14일 두 사람의 결혼 20주년을 불과 한 달여 앞둔 시점이었다.
박 씨는 "작년에도 제주도 여행을 가자고 했는데 아내가 복지회관 어르신들 식사 걱정에 끝내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며 "여행 한 번 제대로 같이 가보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이어 "다니엘라(세례명), 사는 동안 너무 감사했고 고마웠어. 고생 많이 하게 해서 미안하고, 따뜻하게 해주지 못한 것도 미안해"라며 "당신의 빈자리가 너무 크고 사는 동안 사랑한다는 말을 너무 못했는데, 사랑해"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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