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무신사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평판 리스크를 마주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부담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과거 광고 논란까지 재점화되며 무신사의 브랜드 관리 역량도 검증대에 오르게 됐다.
◆ 李 대통령 공개 비판에…7년 전 광고 논란 재점화
21일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의 2019년 양말 광고 논란은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 비판하면서 다시 확산됐다. 이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무신사의 과거 광고 이미지를 공유하며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그로 시발된 6월 민주항쟁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광고다. 돈이 마귀라지만 사람의 탈을 쓰고 이럴 수가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해당 광고에는 '책상을 탁 쳤더니 억하고 말라서'라는 문구가 담겼다. 이는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경찰 발표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던 표현이다. 무신사는 2019년 당시 광고를 삭제하고 사과했지만 이번에 대통령 공개 비판이 더해지며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금번 논란은 최근 스타벅스코리아의 이른바 '5·18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과 맞물려 재소환됐다. 스타벅스코리아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군사 이미지를 활용한 프로모션으로 비판을 받는 과정에서 과거 무신사 광고까지 온라인상에서 다시 거론된 것이다. 기업의 역사 인식과 마케팅 검수 문제가 소비재·플랫폼 업계 전반의 평판 리스크로 번지는 모습이다.
무신사는 전날 공식 입장문을 내고 재차 사과했다. 무신사는 "2019년 7월 박종철 민주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케 하는 문구를 SNS 마케팅에 활용했다"며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당시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이 박종철기념사업회를 찾아 사과했고, 이후 고객 대상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조치를 시행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 상장 일정 구체화됐는데…실사 부담 커질까
문제는 논란 재점화 시점이다. 무신사는 연내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목표로 IPO 준비 작업을 진행해 왔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무신사가 오는 9월 초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는 일정을 잠정 확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예심 청구 이후 심사와 증권신고서 제출, 수요예측 절차를 거치면 내년 초 상장까지 염두에 둔 일정으로 풀이된다.
상장 준비 작업도 이미 구체화된 상태다. 무신사는 연초부터 해외 기관투자가 대상 논딜로드쇼(NDR)를 진행하며 시장 반응을 점검했고, 실사를 위한 데이터룸 구축과 주관사단 실무진 상주 준비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복수 증권사를 IPO 대표 주관사단으로 선정한 이후 정기 회의와 사전 실사 작업도 이어져 왔다.
상장 준비가 본격화되는 국면에서 발생한 평판 리스크는 단순한 과거 해프닝으로만 처리되기 어렵다. IPO 실사에서는 재무제표와 성장성뿐 아니라 법률 리스크, 내부통제, 소비자 신뢰, 브랜드 관리 체계도 함께 점검된다. 특히 무신사처럼 소비자 접점이 큰 플랫폼 기업은 브랜드 이미지가 사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마케팅 콘텐츠 하나가 불매 여론이나 정치·사회적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관투자가들이 내부 검수 체계와 위기 대응 능력을 따져볼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공정위 조사 이슈가 남아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기존에는 납품업체와의 거래 관행, 직매입 구조, 판촉비 부담 여부 등이 주로 거론됐다면 이번에는 브랜드 관리와 역사 인식 문제가 추가됐다. 성격은 다르지만 모두 상장 전 기업의 경영 투명성과 내부통제 수준을 가늠하는 요소라는 점에서 무신사에는 불리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 실적은 늘었지만…'브랜드 통제'도 검증대로
무신사는 최근 IPO용 성장 스토리를 적극적으로 쌓아왔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조4679억원으로 전년 대비 18.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405억원으로 36.7% 늘었다. EBITDA도 2480억원으로 27.1% 뛰었다. 2022년 매출이 7084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3년 만에 외형이 두 배 이상 커진 셈이다.
오프라인과 글로벌 확장도 상장 과정에서 강조될 투자 포인트다. 무신사는 성수동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거점을 확대하고 있고, 무신사 스탠다드와 무신사 스토어 등 자체 브랜드·편집숍을 앞세워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오프라인 플래그십 매장, 뷰티 사업, 중국 사업 등을 확대하며 기업가치를 뒷받침할 사업 구조 고도화 작업도 병행 중이다.
하지만 성장 스토리가 강할수록 브랜드 리스크에 대한 검증도 강해질 수밖에 없다. 무신사는 단순 온라인 편집숍이 아니라 플랫폼, 자체 브랜드, 오프라인 유통, 글로벌 사업을 결합한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이 구조에서는 소비자 신뢰와 사회적 감수성이 기업가치 평가의 일부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무신사가 패션 플랫폼 프리미엄을 인정받으려면 매출 성장률뿐 아니라 콘텐츠 제작과 광고 승인, 위기 대응 프로세스까지 함께 입증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주관사단 입장에서도 부담은 작지 않다. 통상 예비심사 청구 전에는 회사의 사업 구조, 재무 안정성, 법률 이슈, 평판 리스크 등을 점검하는 실사가 진행된다. 이번 사안은 이미 7년 전 발생한 문제지만, 대통령 공개 비판으로 재확산된 만큼 투자설명서상 위험요인 기재와 기관투자가 대상 설명 과정에서 다시 거론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구나 최근 IPO 시장에서는 정치권과 여론의 영향력이 상장 일정에 변수로 작용한 사례도 있다. 이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중복상장 문제를 지적한 뒤 LS에식스솔루션즈가 상장 신청을 철회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번 무신사 논란도 거래소와 금융당국, 주관사단이 여론 흐름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무신사 측은 "7년 전의 뼈아픈 과오는 무신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엄중한 교훈으로 남아 있다"며 "다시 한번 고 박종철 열사님과 유가족 여러분, 그리고 상처받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