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논산=김형중 기자] 민주주의 사회에서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결코 가볍게 다룰 수 없는 권리다. 누군가는 거리에서 목소리를 내며 억울함을 알리고, 사회는 그 목소리를 통해 문제를 발견하고 변화를 만들어간다.
하지만 최근 충남 논산시청 앞에서 벌어진 장기 확성기 시위 논란은 우리 사회에 중요한 질문 하나를 던진다.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는가.'
대전지방법원 논산지원이 최근 논산시의 '업무방해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이며 시청 앞 반복적 녹음 방송과 차량 점거 행위에 제동을 걸었다. 법원은 집회의 자유를 인정하면서도 지속적인 소음과 청사 출입 방해는 공공 기능과 시민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결론이다.
지난 2년여 동안 논산시청 정문 일대는 사실상 '확성기 점거 구역'이었다. 시위 차량은 장시간 자리를 차지했고, 확성기에서는 같은 내용의 녹음 방송이 반복적으로 흘러나왔다. 청사를 찾는 민원인들은 불편을 감수해야 했고, 공무원들은 소음 속에서 업무를 처리해야 했다. 인근 주민들 역시 일상적인 생활권 침해를 호소해 왔다.
시위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지, 상대방의 일상을 마비시키기 위한 도구가 되어선 안 된다.
문제는 우리 사회 일부 시위 문화가 점점 '얼마나 설득력 있는가'보다 '얼마나 크게 들리게 할 것인가'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논리와 공감 대신 데시벨 경쟁으로 흐르는 순간, 집회는 시민의 지지를 얻기보다 피로감과 반감을 남긴다.
특히 확성기를 이용한 반복 녹음 방송은 상대방과의 대화가 아니라 일방적 강요에 가깝다. 듣고 싶지 않아도 들어야 하고,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다. 표현의 자유가 타인의 귀와 일상을 강제로 점유할 권리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법원 결정이 의미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시끄럽다"는 차원의 접근이 아니라,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리와 권리가 충돌할 때 어떤 기준이 필요한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집회의 자유는 보호받아야 하지만 시민의 평온권과 행정 기능 역시 함께 존중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한 셈이다.
물론 이번 결정을 두고 집회의 자유 위축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자유에는 언제나 책임이 따른다. 권리가 사회적 공감을 얻으려면 최소한 타인의 삶을 존중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논산시청 앞 확성기 차량이 철거되면서 시민들은 오랜만에 평온을 되찾게 됐다. 하지만 이번 일을 단순한 지역 민원 해결 정도로만 봐선 안 된다.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떤 집회 문화를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숙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목소리는 커질수록 힘을 얻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절제와 설득, 그리고 타인에 대한 배려 속에서 더 큰 공감을 얻는다. 민주주의는 '더 큰 소리'가 아니라 '더 나은 방식'으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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