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노쇼' 권경애 증인신문 불발…내달 24일 선고


유족 측 "변호사 불출석 고의였는지 봐야"
법원 "선고 전까지 신문 필요성 고민할 것"

변호사의 노쇼로 중단됐던 학교폭력 피해자 사건 재판의 변론기일이 다시 열렸다. /뉴시스

[더팩트 | 정예은 기자] 권경애 변호사의 '노쇼'로 중단됐던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 손해배상 소송에서 유족 측이 권 변호사 증인신문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현행 민사소송법상 항소 취하 간주 요건이 충족됐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법 민사8-2부(임종효 최은정 오영상 부장판사)는 20일 학교폭력 피해자 고 박주원 양 유족이 학교폭력 가해자와 서울시교육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변론기일을 열었다.

항소 취하로 간주돼 사실상 소송이 종료된 상태였지만 재판부는 유족 측 요청을 받아들여 기일을 진행했다. 권 변호사의 불출석으로 유족 측 패소가 확정된 지 3년6개월 만이다.

이날 유족 측 대리인은 권 변호사를 증인으로 불러 재판 불출석에 고의는 없었는지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변호사가 고의로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면 원고가 불이익을 받는 건 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유족 측 변호인은 "사건 기록을 검토한 결과 권 변호사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잘못이 드러난 직후에만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던 정황이 확인된다"며 "권 변호사가 배임적 의도를 가지고 재판에 불출석하고 패소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불이익을 원고에게 귀속시켜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권 변호사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고 불출석의 경위를 밝힌 뒤에 결론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변호사의 불출석은 큰 잘못이라면서도 현행 민사소송법상 항소 취하로 간주할 수 있는 요건을 갖췄으므로 권 변호사를 증인으로 채택하진 않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소송대리인의 불출석 행위는 매우 잘못된 것이고, 손해배상 재판에서도 불출석 행위가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였음이 인정됐다"면서도 "현행 법률은 당사자의 불출석이라는 요건만으로도 경위에 대한 고려 없이 항소 취하로 간주할 수 있는 효력을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률적 쟁점에 관한 검토가 선행돼야 권 변호사의 불출석이 재판 결론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현 단계에선 증인신문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판결 선고 전까지는 이를 검토해 보기로 했다. 선고기일은 내달 24일 열린다.

고 박주원 양의 유족 측이 학교폭력 가해자와 서울시교육감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항소심 변론기일이 열린 20일 박 양의 유족 측이 취재진과 만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예은 기자

재판이 끝난 후 유족 측 변호인은 "재판부가 재판 종결 선언을 하더라도 권 변호사의 불출석 경위와 고의성 여부를 명백히 규명해야 한다는 생각에 증인으로 신청했다"며 "소송 기록과 제출된 증거를 검토하면 재판부도 고의적인 불출석 정황을 확인할 수 있을 테니 판결문에라도 진실을 명확히 남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양의 어머니는 "권 변호사는 불출석 전에도 상의도 없이 서울시교육청을 소송 상대에서 제외하거나 가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부모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는 서면을 작성하는 등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며 "법정에서 자신의 잘못이 드러나니 자기 이익을 위해 불출석하는 방법으로 상황을 무마하려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년간 억울하게 괴롭힘을 당하다 아이가 죽었는데 변호사의 잘못으로 가해자들의 책임을 가릴 기회조차 사라졌다"며 "사법부가 이제라도 '3번 불출석으로 항소 취하로 간주한다'는 짧은 문구만으로 사건을 판단하던 관행을 바로잡길 바란다"고 했다.

학교폭력 가해자 부모와 학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유족 측은 지난 2022년 11월10일 권경애 변호사가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서 패소 판결을 받았다. 민사소송법 제268조는 당사자가 세 차례 이상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거나 변론하지 않을 경우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후 권 변호사가 약 5개월간 패소 사실을 유족에게 알리지 않았고, 상황을 몰랐던 유족 측이 상고하지 못하면서 당시 판결이 확정된 바 있다.

유족 측은 항소심 재개 여부와는 별개로 권 변호사와 법무법인을 상대로 2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진행 중이다. 2심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권 변호사는 유족에게 6500만 원을, 법무법인은 22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유족 측 상고에 따른 대법원 선고는 오는 29일 나온다.

ye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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