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의 디지털자산 승부수上] 두나무에 1조 투자…네이버 빅딜까지 포석


하나은행, 두나무 지분 6.55% 인수…카카오인베스트먼트 보유분 매입
외환·글로벌 네트워크에 업비트·블록체인 인프라 결합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S6에서 열린 벤처투차 활성화,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및 생산적 금융 대전환을 위한 업무협약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디지털자산 시장에 1조원 규모의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하나은행을 통해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인 두나무의 4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면서, 전통 금융과 디지털자산을 연결하는 미래 금융 생태계 선점에 나선 모습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15일 주요 관계사인 하나은행을 통해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228만4000주를 약 1조33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번 거래가 마무리되면 하나은행은 두나무 지분 6.55%를 보유한 4대 주주에 오른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투자를 단순한 재무적 투자가 아닌 철저한 전략적 동맹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나금융이 두나무를 선택한 배경에는 디지털자산 시장의 제도권 편입 가능성이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블록체인 기반 지급결제, 토큰화 자산(RWA), 스테이블코인 등을 중심으로 인프라 전환이 빨라지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디지털자산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되는 만큼, 가상자산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를 조기에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기업결합 일정은 이번 투자의 중장기적 가치를 키우는 핵심 대목이다. 현재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과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 중이며, 절차가 마무리되면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이 경우 하나은행이 확보한 두나무 지분은 향후 네이버파이낸셜의 지분 가치와 직결된다. 하나금융의 1조원 투자가 단순히 업비트 운영사 지분 확보를 넘어 네이버페이, 디지털자산 거래소, 블록체인 인프라가 결합하는 차세대 금융 플랫폼 구도까지 겨냥한 포석으로 읽히는 이유다.

하나금융은 외환과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강점을 가진 금융그룹으로 꼽힌다. /하나금융그룹

◆ 하나금융 강점 '외환·글로벌' 역량, 블록체인과 결합

이번 지분 투자는 하나금융의 핵심 경쟁력인 '외환'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블록체인 기술과 결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하나은행이 외국환 업무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키워온 만큼,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을 얹어 해외송금, 기업 간 자금이동(B2B), 글로벌 지급결제 영역에서 확실한 신사업 모델을 발굴하겠다는 구상이다. 함영주 회장이 이번 투자를 '디지털자산 기반 금융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규정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실제 하나금융과 두나무는 이미 외환 분야에서 구체적인 협력의 실험대를 마련했다. 양사는 지난 4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함께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및 기업 간 자금이동을 위한 3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나무의 자체 블록체인인 기와체인을 하나금융의 외국환 네트워크,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글로벌 공급망과 연결해 실제 기업 자금 흐름에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모델이 안착할 경우 기존 무역대금 결제 시스템의 속도와 비용을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금리 하락기 속 '새 성장축'…규제 심사는 과제

이번 드라이브에는 전통 은행권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함 회장의 고심도 반영되어 있다. 현재 은행권은 금리 하락기 진입과 가계대출 규제 강화, 비이자수익 확대 요구라는 삼중고 속에서 새로운 성장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두나무와의 협력을 통해 외환, 자산관리, 디지털 플랫폼, 글로벌 사업을 동시에 확장할 수 있는 다목적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다만 최종 안착까지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디지털자산 관련 사업은 법제화와 감독 기준 정비 속도에 따라 실제 사업화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 가상자산 시장의 가격 변동성과 이용자 보호 이슈, 자금세탁방지(AML) 및 고객확인의무(KYC) 등 금융회사로서 짊어져야 할 내부통제 부담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주식교환 절차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와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이 맞물려 있어, 하나금융의 투자 효과가 현실화되는 시점도 관련 절차의 진행 속도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번 투자는 은행권의 디지털자산 전략이 단순 제휴나 연구 단계를 넘어 '지분 동맹' 단계로 이동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 금융회사들이 가상자산 시장을 규제 리스크가 큰 회색지대로 바라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미래 금융 인프라로 적극 포섭하겠다는 방향성을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하나금융이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을 확보했다는 의미를 넘어, 제도권 금융과 디지털자산 인프라가 만나는 길목을 선점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며 "다만 관련 법제와 감독 기준이 정비되는 속도에 따라 실제 사업 성과는 단계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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