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노인 '방문재활' 불발···"장애인에 꼭 필요한데 참담"


업무수행 기준 '의사 지도→처방' 개정 무산...국힘·의사 단체 반대
미국, 호주, 영국, 대만 등 처방·의뢰로 물리치료사 업무

남원시 도통동 행정복지센터가 2020년 9월 15일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과 어르신 세대를 방문해 재난지원금을 신청지급했다. /더팩트DB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장애인, 노인 등 거동이 불편한 사람에게 물리치료사 등 의료기사가 집에 방문해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법 개정이 의사들과 국민의힘 반대로 무산됐다. 의사가 동행하지 않는 한 방문재활이 어려운 현행법 한계로 사실상 방문재활이 불가능한 상황이 이어진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의료기사가 의사 지도가 아닌 처방을 통해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의료기사법 개정안을 심의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 반대로 처리되지 않고 계속심사하기로 했다. 이번달 말 전반기 국회가 끝나 법안 처리 기약이 없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이 함께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의료기사가 의사나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에서만 업무를 수행하던 것을 '지도 또는 처방·의뢰'로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확대하는 내용이다. '처방'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경우 그 업무 내용을 기록, 보존하도록 해 책임 소재를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의료기사법 상 의료기사는 의사 '지도'하에서만 업무수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의사가 병원을 비우고 의료기사와 집으로 동행해 지도하는 일은 거의 없어 방문재활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 12월부터 ‘재활환자 재택의료사업’을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6년째 본사업 전환을 하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전날 소위에서 의사 처방에 따라 의료기사가 환자 집에서 치료업무를 수행하되 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의사가 의료기사 업무 적합성을 확인하는 수정안을 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 반대로 처리가 무산됐다.

장애인과 노인 등 움직이기 어려운 환자들은 재활 운동을 받으로 병원에 가야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뇌병변 및 지적 장애(중복장애)가 있는 딸(25)을 부양하는 정모(56)씨는 장애가 있는 딸의 몸이 굳지 않도록 매일 차로 30분을 달려 재활 치료를 다니고 있다.

정씨는 "활동보조 선생님이 병원 이동할 때 도와주지만 성인 자녀를 매일 병원으로 데려가는 일은 매우 힘들다. 내가 더 늙으면 어떻게 해야할지 걱정이된다"며 "집으로 치료사 선생님들이 오는 방문재활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표는 "부모들이 뇌병변, 와상 등 중증장애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아이를 데리고 병원가는 일은 어려운 일"이라며 "병원에 가도 의사가 제대로 보지 않고 바로 물리치료실로 가는 현실이다. 의료기사법 개정이 의사들 반대로 막히는 현실이 참담하다"고 언급했다.

의료기사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는 개정안이 의사 면허권을 침해하고, 의사와 치과의사의 직접적인 지도⋅감독이 배제되면 의료기사의 임의적 업무 수행으로 진료 중 환자 상태 변화에 따른 적절한 대처가 어려워 환자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의사 관여가 불가능한 집에서 의료기사가 단독으로 업무를 수행하다 사고가 나면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개정안은 '처방'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경우 그 업무 내용을 기록, 보존하도록 해 책임 소재를 구분하도록 했다. 처방이 잘못된 경우는 의사에게, 처방과 다른 치료를 한 경우는 의료기사에게 책임을 묻는다.

미국, 호주, 영국, 대만 등은 의사 처방 또는 의뢰로 물리치료사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

앞서 지난 4월28일 복지위 소위에서도 국민의힘 반대로 안건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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