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스타벅스의 극우 성향 마케팅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카드업계가 긴장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스타벅스와 제휴를 맺으면서 신상품을 연달아 출시했던 만큼 자칫 평판리스크가 커질 우려다.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사과문을 올리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 진정까진 관망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신용카드사 중 스타벅스와 제휴를 맺고 상품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삼성카드와 우리카드 두 곳이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7월 스타벅스 코리아와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같은해 9월 '스타벅스 삼성카드'를 출시했다. 이어 우리카드는 지난 3월 '스타트래블 우리카드'를 공개하면서 스타벅스와의 동행을 시작했다.
지난 5월에는 신한카드가 제휴카드 개발을 위해 스타벅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올 상반기 중 상품 출시를 예고한 상태다. 당초 스타벅스 신용카드는 지난 2020년부터 현대카드가 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 형태로 독점 운영했지만, 6년간의 동행을 마치고 지난해 10월부터 발급이 중단됐다. 스타벅스가 독점 계약 방식의 PLCC에서 벗어나 제휴 수준의 업무협약으로 전환해 판매 채널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달 스타벅스가 마케팅의 일환으로 고(故) 박종철 열사를 희롱하고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불매 운동 조짐이 포착된다. 지난달 16일 진행한 '미니 탱크데이' 행사 또한 재차 언급이 되면서 세월호 참사를 희화화했다는 비판도 동시에 거론된다. 일부 온라인을 중심으론 이념갈등까지 빚는 만큼 사태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아직까지 스타벅스와 제휴를 맺은 카드사들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현대카드와 계약 종료 직후 가장 먼저 손을 뻗었던 삼성카드는 "공식 입장은 없다"며 선을 긋고 있고 우리카드는 "시장 상황과 소비자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관망 기조를 내비쳤다. 상품 출시를 예고했던 신한카드는 "예정대로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라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도 신세계그룹이 손정현 SCK컴퍼니 대표를 해임하는 등 강경 대응한 만큼 제휴사의 선제적인 대응은 불필요하다고 본다. 아울러 제휴 계약을 통해 상품을 출시했던 만큼 현실적으로 일방적인 계약 해지는 불가능하다는 시각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가 계약 해지 사유에 해당하긴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제휴카드 계약에는 귀책사유나 중대한 법령 위반 등이 해지 조건으로 명시되는데, 이번 사안이 해당 기준을 충족하는지는 불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통상 카드사는 제휴사와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고 고객 혜택을 제공해야 할 계약상 의무를 가진다. 파트너사의 문제만을 이유로 일방적인 해지에 나서기 어려운 위치다.
실제로 과거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여론이 악화됐을 당시에도 KB국민카드와의 PLCC 계약은 유지됐다. 파트너사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카드사가 곧바로 계약 관계를 정리하는 방식으로 대응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결국 제휴카드의 특성상 평판리스크도 함께 감당해야하는 것이다.
스타벅스가 국내 커피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위에 있다는 점도 계산을 복잡하게 만든다. 지난해 말 기준 스타벅스 운영사인 SCK컴퍼니의 매출액은 3조238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어 매장 수는 전국 2114곳으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수치다. 국내 시장에서 독주를 달리는 만큼 제휴카드의 취지인 충성고객 확보 및 신판잔액 증대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최적의 가맹점인 셈이다.
최근에는 커피음료점이 매력적인 제휴처로 부상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커피음료점 신용카드 승인금액은 7698억원으로 주요 100개 업종 중 10위를 기록했다. 올해 커피음료점 승인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5% 증가해 전체 업종 평균(4.4%)의 3.5배에 달한다.
다만 카드사의 협상력이 '0'에 수렴하는 것은 아니다. 삼성·우리·신한카드 모두 제휴카드 형태로 스타벅스와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양측이 동등한 위치에서 계약 조건을 조율하는 구조인 만큼, 카드사도 일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반면, PLCC는 제휴사가 먼저 입찰을 내걸면 카드사가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주도권이 제휴사에 쏠려 있다. 카드사가 계약을 위해 입찰 경쟁에 뛰어들어야 하는 만큼 제휴사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는 경우가 많다. 제휴카드 형태를 택한 것이 카드사에 유리한 협상 여지를 남긴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사태가 더 크게 번질 경우 계약 해지를 검토할 수 있겠지만, 카드사가 먼저 제휴사와의 계약을 끊은 선례가 없는 데다 업계 관행에도 어긋나는 만큼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다"라며 "제휴 상품 출시에 있어 카드사가 '을'의 위치에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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