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정채영 기자] 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를 단독 처리하는 방안이 현실적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전반기 국민의힘이 상임위원장을 맡은 상임위원회의 운영 책임론까지 맞물리면서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는 후반기 국회 첫 충돌 지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여야는 19일 원내 지도부 회동을 통해 내달 5일 본회의를 열어 후반기 국회의장단을 선출하기로 가까스로 합의했다. 다만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는 합의문에 담기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후반기 상임위원장 배분을 교섭단체 간 합의로 처리한다는 내용을 포함하자고 요구했지만, 끝내 민주당과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국회의장은 원내 1당이, 법제사법위원장은 원내 2당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전반기 상임위 운영 실적을 따져 후반기 상임위원장 배분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기류다.
다만 민주당의 협상 목표는 법사위원장직 사수와 경제 관련 핵심 상임위 확보에 우선순위가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법사위는 체계·자구 심사권 등을 통해 사실상 법안 처리의 마지막 관문 역할을 하는 만큼, 집권세력이자 다수당인 민주당으로서는 양보하기 어렵다는 기류가 강하다. 정무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역시 금융·산업·통상 등 이재명 정부의 경제·민생 과제를 뒷받침할 핵심 상임위로 꼽힌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국회의장에 이어 법사위원장까지 차지하는 것은 국회 내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맞서고 있다. 후반기에는 원내 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의장과 법사위원장을 과거 오랜 전통대로 1당과 2당이 서로 나눠서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법사위원장을 하반기에도 자기들이 놓치기 싫다는 본심이 나온 것 아닐까 추측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을 향해 "독재 본능은 한 번 맛을 들이면 숨기기가 어렵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민주당은 후반기 원 구성을 앞두고 상임위원장 전석 확보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해 왔다. 국민의힘 소속 위원장이 맡은 상임위가 주요 현안 때마다 제대로 열리지 않거나 법안 처리가 지연됐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배분을 단순한 관례가 아니라 국회 운영 책임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사위와 정무위·산자중기위 등 경제 관련 상임위 배분이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협상이 지연될 경우 상임위원장 구성 문제까지 민주당이 단독 처리할 수 있다는 인식도 당내에서 나온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더팩트>에 "국민의힘이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를 선거에 이용하려는 것 아니겠나. 선거가 끝난 뒤 논의하자고 할 수도 있다"며 "협상이 지연된다면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임위원장 전석 확보가 단순한 압박용 카드만은 아니라는 설명도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원내에서는 상임위원장 전석 확보도 실제 고려하는 카드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엄포만은 아니다"라며 "국민의힘이 그동안 일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자는 취지"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무위의 전반기 회의 개최나 법안 처리율이 낮았던 것으로 안다"며 "민주당에서는 정무위와 산자위 등 경제 관련 상임위를 모두 가져오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상임위원장 전석 확보가 불가능한 시나리오만은 아니다. 실제 지난 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도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직을 모두 차지하는 방식으로 마무리된 전례가 있다. 당시 여야는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원 구성 최종 협상에 나섰지만, 법사위원장 배분 문제에서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협상이 결렬되면서 민주당은 18개 상임위원장직을 모두 차지했다.
다만 당내에서도 선거 전 상임위원장 전석 확보론을 전면화하는 데에 대한 부담은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선거 전에 상임위원장 전석 확보를 밀어붙이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독식'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부담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