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평택=김시형·이하린 기자] "조국은 호불호가 강하다.", "유의동은 동네 사람.", "이재명 정부니까 김용남에 힘을 실어야 한다."
6·3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선거를 앞둔 경기 평택을 민심은 한마디로 갈라져 있었다. 19일 평택 안중읍 일대에서 만난 주민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후보를 평가했고, 아예 투표를 포기했다는 냉소도 적지 않았다.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를 향한 시선은 특히 극명하게 엇갈렸다. 안중터미널 앞에서 만난 68세 김모 씨는 "원래 같으면 민주당 후보를 찍었겠지만, 이번엔 조 후보를 찍으려고 한다"며 "가족까지 너무 어려움을 겪은 게 안쓰럽다"고 말했다. 그는 "조국이 너무 많이 당했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반면 거부감도 만만치 않았다. 화성 공장 통근버스 줄을 기다리던 40대 김모 씨는 "조국은 너무 싫다. 범죄자가 왜 또 나오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중읍의 한 식당 상인도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 조국을 욕하는 얘기를 더 많이 들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만 조 후보의 출마 자체가 지역에 큰 화제를 불러온 것은 분명해 보였다. 70대 주민은 "누굴 찍을지는 아직 모르지만 정치에 워낙 관심이 없는데 조국이 평택에 나온다고 해서 처음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김용남 민주당 후보에게는 이재명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투영돼 있었다. 안중교회 인근에서 만난 70대 주민은 "예전엔 이 동네가 보수세가 강했는데 요즘은 많이 바뀌었다"며 "김용남은 누군지 잘은 모르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잘하고 있으니 힘을 실어줘야 한다"라며 김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80대 김모 씨는 "조국도 똑똑하긴 한데, 결국 작은 당이라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며 "김용남이 안중에 사우나도 만들고 병원도 세우겠다고 하는데 말은 잘하더라"고 했다.
반면 평택을에서 내리 3선을 지낸 유의동 국민의힘 후보를 두고는 '지역 토박이'라 친근하다는 여론과 체감할 성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동시에 나왔다.
안중읍 한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82세 이모 씨는 "유의동은 평택 사람이라 메리트가 크다. 주민들이 잘 안다"며 "지역 사람이 하는 것과 외지인이 하는 건 다르다"고 했다. 옆에 있던 주민도 "다른 후보보다 젊은 편이고 오래 했으니까 기본적인 신뢰는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변화가 체감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60대 여성 주민은 "3선을 했다는데 무엇이 달라졌는지 모르겠다"며 "시내버스 노선 하나 제대로 바뀐 게 없다"고 지적했다. 80대 오모 씨는 "딱히 크게 한 건 기억나지 않는다"며 "외지인이라도 낙후된 우리 지역에 잘해주면 상관없을 것 같다"고 지역발전을 우선에 뒀다.
교계를 중심으로 황교안 자유와혁신 후보를 지지하는 움직임도 감지됐다. 안중읍에서 교회를 다닌다는 60대 김모 씨는 "교인 120명 정도 가운데 3분의 1은 적극적인 보수 성향"이라며 "그분들은 대부분 황교안을 지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만 보수 진영 단일화에 대해서는 "황교안과 단일화하면 오히려 확장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각자 가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주민들이 가장 많이 꼽은 지역 현안은 교통과 의료 문제였다. 안중읍 주민들은 서울 접근성이 떨어지는 교통망과 대학병원 부재를 반복해서 언급했다.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 중이던 82세 최모 씨는 "큰 병원 한번 가려면 화성이나 수원, 멀게는 천안까지 가야 한다"며 "버스와 전철을 서너 번 갈아타면 하루가 다 간다. 대학병원이 꼭 필요하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안중읍에서 20년째 운영 중인 식당에서 일하는 50대 여성은 "이곳은 젊은 층이 머물 이유가 없는 동네"라며 "대학교도 없고 좋은 회사도 없다. 공장만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서울과 연결되는 교통이 제대로 돼야 사람들이 들어올 텐데 역이 너무 외진 데 있다 보니 버스도 이용객이 적어 배차를 줄이고 있다"며 "말 그대로 빈차만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치권 전반에 대한 냉소도 감지됐다. 50대 남성 주민은 "요즘 정치인들은 국민보다 자기 밥그릇 챙기는 데만 관심 있는 것 같다"며 "투표를 안 한 지 10년도 넘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70대 주민도 "누굴 뽑든 자기들 이권만 챙기는 것 같아 정치에 질렸다"고 했다.
도농복합 지역에 신도시 개발과 외지인 유입까지 겹치며 평택 표심은 한층 복잡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평택 토박이라는 20대 조모 씨는 "예전 평택을은 국민의힘이 강했지만 고덕신도시 개발 이후 외지인 유입이 크게 늘었다"며 "청북·안중은 여전히 보수세가 강하지만 고덕이 포함되면서 인구 구성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택은 송탄·안중·청북 등 생활권이 다 달라 지역 정체성도 제각각"이라며 "청북 사는 사람들은 시청 쪽으로 나갈 때도 '평택 간다'고 말할 정도"라고 했다. 이어 "원래 충청권 문화 영향도 남아 있어 정치 성향도 단순하지 않은 곳"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