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오매진', 익숙한 로맨스를 설득한 안효섭의 힘


익숙한 로맨스 서사→올드한 연출로 호불호
매주 수목 오후 9시 방송

SBS 수목드라마 오늘도 매진했습니다가 부진한 성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배우 안효섭(왼쪽)은 뛰어난 연기력으로 작품을 이끌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양천구 SBS에서 열린 오늘도 매진했습니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모습. /송호영 기자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오늘도 매진했습니다'가 방송 전 기대치에 비해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다른 작품에서 한 번쯤 본 적 있는 뻔한 서사와 루즈한 연출이 주된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그럼에도 주연 배우 안효섭은 특유의 섬세한 연기와 안정적인 로맨스 호흡으로 작품의 중심을 단단히 지키고 있다.

지난달 22일 첫 방송한 SBS 수목드라마 '오늘도 매진했습니다'(극본 진승희, 연출 안종연)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작품은 완벽주의 농부 매튜 리(안효섭 분)와 완판주의 쇼호스트 담예진(채원빈 분)이 밤낮없이 얽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드라마다. 총 12부작으로 8회까지 방영됐다.

작품은 SBS와 안효섭의 또 한 번의 만남으로 방송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를 시작으로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 '홍천기' '사내맞선' 등 SBS 작품에서 유독 높은 성과를 거둬온 만큼 안효섭이 다시 한번 손잡은 '오늘도 매진했습니다'를 향한 기대감 역시 컸다.

하지만 막상 베일을 벗은 작품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청률은 3.3%(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출발한 데 이어 가장 최근 방영된 8회는 2.5%를 기록하며 아쉬운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부분은 서사다. 일 잘하는 도시 여성 주인공이 시골로 내려가 남자 주인공과 얽히고 첫 만남부터 삐걱거리다가 점차 서로에게 스며드는 이야기. 여기에 상처를 가진 여자 주인공과 그 상처를 보듬는 남자 주인공, 두 사람이 과거 인연으로 연결돼 있다는 설정까지 더해진다. 로맨스 드라마에서 익숙하게 소비돼 온 공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오늘도 매진했습니다는 전형적인 로맨스의 궤도를 벗어나지 않는 익숙한 서사로 호불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SBS

물론 익숙한 서사가 반드시 단점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중적인 로맨스 장르에서 이른바 '아는 맛'은 강력한 장점이 될 수 있다. 이미 결말이 어느 정도 예상되더라도 배우들의 케미와 촘촘한 감정선, 설득력 있는 연출이 뒷받침된다면 시청자들은 기꺼이 그 흐름을 따라간다.

문제는 '오늘도 매진했습니다'가 그 익숙함을 특별하게 만드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매튜 리와 담예진의 관계는 지나치게 정상적인 궤도를 밟는다. 티격태격하던 관계에서 시작해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고 예상 가능한 계기를 통해 가까워진 뒤 사랑을 자각하는 과정이 큰 변주 없이 이어진다.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긴장감이나 설렘이 다소 약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담예진 캐릭터 역시 아쉬움을 남긴다. 업계 정상급 쇼호스트라는 설정 자체는 충분히 흥미롭다. 성공한 커리어우먼이 시골 농부 매튜 리를 설득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출발점 또한 납득 가능하다. 그러나 극이 진행될수록 행동 방식이 다소 과장되게 소비되면서 캐릭터가 가진 입체감이 충분히 살아나지 못한다. 감정적으로 이입할 수 있는 지점이 비교적 약하게 다가온다.

연출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뻔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드는 힘은 결국 연출에서 나온다. 익숙한 로맨스라도 리듬감 있는 전개와 세밀한 표현이 더해진다면 전혀 다른 작품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오늘도 매진했습니다'는 때때로 지나치게 익숙한 공식을 정면으로 따른다. 에측 가능한 전개를 큰 변주 없이 이어가다 보니 전체적인 호흡이 다소 느슨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작품을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은 안효섭에게서 나온다. 겉으로는 무뚝뚝하고 까칠하지만 속은 누구보다 따뜻한 인물이다. 자칫 전형적으로 소비될 수 있는 캐릭터지만 안효섭은 미세한 표정 변화와 말투, 눈빛만으로 매튜 리만의 결을 만들어냈다.

오늘도 매진했습니다는 매주 수, 목요일 오후 9시 시청자들과 만난다. /SBS

무엇보다 시골 농부라는 설정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점이 인상적이다. 푸근하면서도 묵직한 분위기, 무심한 듯 배어 나오는 다정함이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그동안 작품에서 보여준 세련되고 도시적인 이미지가 거의 떠오르지 않을 정도다. 매튜 리라는 인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차곡차곡 쌓아 올리며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채원빈과의 로맨스 호흡도 안정적이다. 처음에는 사사건건 부딪치며 으르렁거리다가도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스며드는 흐름을 설득력 있게 만든다. 특히 좋아하는 마음을 자각한 이후 어쩔 줄 몰라 하는 순간들, 질투를 감추지 못하는 모습은 안효섭 특유의 로코 감각이 다시 한번 빛나는 대목이다. 감정을 과하게 소비하지 않으면서도 설렘의 밀도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물론 안효섭의 진가는 결국 감정 연기에서 드러난다. 나솜(안세빈 분)의 얼굴 상처가 담예진이 판매했던 화장품 부작용 때문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 제품을 만든 사람이 자신이었다는 진실은 매튜 리를 깊은 죄책감 속으로 몰아넣는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남겼다는 자책과 미안함 등 복합적인 감정을 안효섭은 섬세하게 풀어냈다.

특히 담예진이 쇼호스트로 복귀할 기회를 얻었음에도 이를 포기하자 매튜 리는 결국 그를 밀어내기 위해 모진 말을 내뱉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겉으로는 차갑고 단호하지만 그 말을 하기까지의 망설임과 고민, 흔들리는 감정이 촘촘하게 쌓인다. 사랑하기 때문에 떠나보내려는 아이러니한 감정을 무게감 있게 그려내며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결국 '오늘도 매진했습니다'는 서사 자체만 놓고 보면 특별함이 부족한 작품이다. 이미 여러 차례 봐온 설정과 예측 가능한 흐름이 분명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익숙한 이야기를 끝까지 붙들게 만드는 힘 역시 존재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안효섭이 있다. 뻔한 서사도 배우의 힘으로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지 안효섭이 몸소 증명하고 있다.

'오늘도 매진했습니다'는 매주 수, 목요일 오후 9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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