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수혈' MBK에 또 보증 부담?…무리한 조건 속 홈플러스 '회생 기로'


메리츠 브릿지론 조건 두고 책임 공방
홈플러스 "초단기 운영자금에 연대보증 과도"

홈플러스는 최근 메리츠금융그룹에 긴급 운영자금(DIP) 대출을 요청했다. /더팩트 DB

[더팩트|윤정원 기자] 홈플러스 회생 절차가 돈을 댄 MBK파트너스와 담보를 쥔 메리츠금융그룹의 책임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지난 3월 1000억원 긴급운영자금을 투입하며 시간을 벌었지만, 최대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추가 브릿지론 조건으로 대주주·경영진 연대보증을 요구하면서 회생 불씨가 다시 기로에 섰다.

◆ 돈은 필요한데 조건은 부담…브릿지론 협의 '평행선'

19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최근 최대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에 긴급 운영자금(DIP) 지원을 요청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대금이 유입되기 전까지 임직원 급여와 협력업체 대금, 점포 운영비 등을 감당하기 위해 약 1000억원 규모의 2~3개월 만기 초단기 브릿지론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메리츠금융그룹 측은 자금 지원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 다만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대금 유입 시 즉시 조기상환 △연 6% 수준의 이자 △MBK파트너스와 경영진 개인 연대보증 등을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파악된다.

쟁점은 브릿지론의 성격을 둘러싼 시각차다.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 측은 확정된 매각대금을 전제로 한 초단기 운영자금이라고 주장하지만, 메리츠 측은 회생기업 신규 대출인 만큼 회수 안정성과 법적 책임을 낮출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브릿지론은 회생 절차 전체를 책임지는 장기 자금이라기보다 매각대금 유입 전까지 버티기 위한 단기 자금 성격이 강하다. 홈플러스는 지난 7일 NS쇼핑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영업양도계약을 체결하고 현금 1206억원을 받기로 했다. NS쇼핑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채무 일부를 변제하는 조건도 포함됐다. 관건은 매각대금 유입 전까지의 시간차다. 홈플러스 측은 그 사이 임직원 급여와 협력업체 대금, 점포 운영비 등을 메울 자금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홈플러스 측은 메리츠가 요구한 조건이 과도하다는 견해다. 홈플러스는 "메리츠는 이미 약 4조원 규모의 홈플러스 부동산 담보와 자산 매각대금 우선 변제 구조를 확보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회생기업 운영을 위한 2~3개월 초단기대출에 대해 익스프레스 매각대금 유입 시 즉시 조기상환, 연 6% 수준의 이자, 대주주 및 경영진 개인 연대보증까지 요구한 것은 회생기업 입장에서 상당히 부담이 큰 조건"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 측에서는 주요 자산 대부분이 메리츠 담보신탁 구조에 묶여 있어 타 금융기관을 통한 신규 자금 조달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도 문제 삼고 있다. 이미 담보와 우선변제 구조를 확보한 채권자가 초단기 운영자금에 추가 연대보증까지 요구하는 것은 회생 지원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홈플러스 측은 이번 브릿지론이 메리츠의 회수 가능성을 낮추는 자금이 아니라, 오히려 회생 절차를 유지해 채권 회수율을 높일 수 있는 자금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익스프레스 매각대금이라는 상환 재원이 예정돼 있는 만큼, 단기 자금 지원을 통해 현재 남은 점포 운영을 유지하는 것이 파산 절차로 가는 것보다 채권자에게도 유리하다는 논리다.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가결기한을 오는 7월 3일까지 연장한 점도 이 같은 논리의 배경이다. 법원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절차가 실질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잔금 납부와 거래 종결을 기다릴 필요가 있다는 점을 연장 사유로 본 것으로 알려졌다.

◆ 이미 1000억 수혈한 MBK…전단채 피해자 반발은 변수

MBK 측은 이미 일정 수준의 책임 부담을 진 상태다. MBK는 지난 3월 김병주 회장의 자택 등 개인 자산을 담보로 제공해 1000억원 규모 긴급운영자금을 마련했고, 이를 홈플러스에 지원했다. 해당 자금은 임직원 급여 지급과 협력업체 대금 정산 등 시급한 운영자금 수요를 해소하는 데 쓰인 것으로 파악된다.

MBK는 회생계획이 인가되지 않고 절차가 종료될 경우에도 이번 1000억원에 대한 상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단순 대여가 아니라 회생 실패 시 손실을 감수할 수 있다는 구조를 제시한 셈이다. MBK 측은 긴급운영자금을 포함해 주요 경영진 사재 출연 등을 통해 홈플러스 회생과 관련해 총 4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부담하고 있다고 설명해왔다.

홈플러스 측은 "MBK파트너스와 경영진은 이미 약 3000억원 규모의 사재출연과 연대보증을 부담하고 있고, 지난 3월에는 김병주 회장 자택 담보 제공 등을 통해 금융권에서 1000억원을 직접 차입해 별도 조건 없이 홈플러스에 지원한 상태"라며 "이 같은 상황을 모두 알고 있는 최대채권자가 추가 운영자금 지원 과정에서 다시 개인 연대보증까지 요구한 것은 긴급운영자금 지원 취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MBK 측은 메리츠가 요구하는 추가 연대보증이 실질적 위험 관리라기보다 자금 지원을 미루기 위한 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이미 대주주와 경영진이 사재 출연, 연대보증, 담보 제공 등을 통해 책임 부담을 진 상황에서 또다시 개인 보증을 요구하면 브릿지론 협의 자체가 공회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홈플러스 측은 메리츠가 주채권단으로서 회생 절차 정상화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촉구한다. 홈플러스 측은 "주채권단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고 홈플러스를 파산에 이르게 하는 것이 오히려 배임"이라며 "메리츠 주주들을 위해서라도 홈플러스 회생이 정상화되도록 하고, 채권 회수의 안정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반론도 적지 않다. 메리츠 측은 신규 자금 투입에 따른 배임 논란과 회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이행보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회생기업에 추가 자금을 넣는 과정에서 담보와 상환 재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고, 대주주가 회생 절차의 책임 주체인 만큼 보증 요구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홈플러스 유동화전자단기사채 피해자들도 신규 대출에 반대하고 있다.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브릿지론과 DIP 대출이 단순한 운영자금 지원 문제가 아니다"라며 "MBK의 책임 없는 신규 대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신규 자금이 기존 회생채권보다 앞서는 선순위 자금으로 인정될 경우, 전단채 피해자들의 회수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단채 피해자 측은 홈플러스 회생 절차가 연명되더라도 기존 투자자 보호 장치가 빠진 상태라면 피해가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들은 신규 브릿지론이나 DIP 금융이 들어오더라도 그 부담이 기존 채권자에게 전가돼서는 안 되며, 대주주인 MBK가 추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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