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6·3 지방선거가 종반부에 접어들면서 거대 여야 간 공방이 격화하는 가운데 국회 상임위원회도 정치공세의 장으로 변질된 모양새다. 중앙정당이 긴급한 현안을 신속히 해결하는 데 지혜를 모으기보다 상임위를 전초전 삼아 대리전 성격의 정쟁에 치중하면서 유권자의 무관심을 부추기고 있다.
여야는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삼성역 구간 복합환승센터 철근 누락 은폐 의혹을 둘러싼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책임론을 폈다.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철근 누락과 구조 결함을 인지하고도 6개월 뒤인 지난 4월에서야 국토교통부와 위탁기관인 국가철도공단에 늑장 보고·공유했다는 것이다.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오 시장은 단순한 시공사의 순수한 오류라고 얘기했다"라면서 "철근 누락 사실을 지난 6개월 동안 은폐한 주체가 오 시장이라는 게 이 사건의 본질인데, 자기는 몰랐다는 전체 위에서 유체 이탈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서울시가 지난해 11월부터 공단에 세 차례 통보했다며 민주당의 사건 은폐 주장이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31년 전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폭행 전과 문제로 맞섰다. 국민의힘은 1995년 양천구의회 속기록 등을 근거로 카페에서 술을 마신 뒤 주인에게 여종업원과의 외박을 요구했고, 이를 거절하는 업주를 협박하는 과정에서 제지하는 비서관과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했던 정 후보의 과거는 고위공직자 후보로서 중대한 흠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인식 차이로 인한 다툼'이라고 해명한 정 후보를 겨냥해 "상징적인 5·18을 왜곡하고 자꾸 본인 주폭 사건에 변명거리로 삼는 분이 있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어떤 사회초년생이 유흥업소에서 술을 마시고 외박하자고 조르고 행패를 부리고 출동한 경찰까지 패는 게 전형적인 주폭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여야는 회의 내내 상대 후보를 겨냥한 날 선 발언과 질의를 쏟아냈다. 작심한 듯 난타전을 벌이며 표심을 자극하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최근 서울시장 판세가 박빙 구도로 재편되는 양상을 보이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선거 국면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여야가 부실시공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두고 대책을 모색하기보다 정치 공방에 매몰된 부분은 비판 지점이다.
최근 긴급 현안이나 입법이 논의돼야 할 상임위를 성토의 장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구성 핵시설' 발언, 호르무즈 해협의 나무호 피격 사건 등에 관한 긴급현안 질의를 위한 합의가 불발되자 야당은 외통위·국방위 등을 단독 소집해 정부·여당에 맹공을 펼치기도 했다. 당정이 선거를 의식해 불리한 안건의 상임위를 의도적으로 피한다는 것이다.
지난 15일에도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불참 속에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정 후보의 과거 폭행 사건을 중점적으로 거론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30년 전 사건을 왜곡해 정 후보에게 허위 사실과 극단적 프레임까지 덧씌우는 무책임한 정치공세를 벌였다"라면서 "공당이 명백한 허위 사실을 앞세워 성평등위원회를 악용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공당이 상임위를 세력 결집이나 상대 정당과 후보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쓰는 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부적절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여권 인사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상임위 개최의 필요성은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이나 조사가 필요한 사안의 해결을 위할 때 있는 것"이라면서 "무작정 상임위를 열어 정치적 선전만 하는 전략은 유권자들에게 정치혐오감만 키우는 아마추어적인 전략"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