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수빈 기자] '21세기 대군부인'이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 속 MBC 금토드라마 역대 3위라는 성과를 남기며 퇴장했다. 특히 디즈니+ 최다 시청 한국 시리즈에 오르는 등 괄목할 만한 기록도 세웠다. 그러나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 논란부터 역사 왜곡까지 각종 잡음이 이어지며 끝내 불명예 퇴장을 피하지 못했다. 높은 성과만으로 작품의 성공을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 '21세기 대군부인'이다.
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극본 유지원, 연출 박준화)이 지난 16일 막을 내렸다. 작품은 21세기 입헌군주제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모든 걸 가진 재벌이지만 신분은 고작 평민이라 짜증스러운 여자 성희주(아이유 분)와 왕의 아들이지만 아무것도 가질 수 없어 슬픈 남자 이안대군(변우석 분)의 이야기를 그렸다. 총 12부작으로 방송됐다.
작품은 공개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로 글로벌 인기를 입증한 아이유와 tvN '선재 업고 튀어'로 신드롬을 일으킨 변우석의 만남만으로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MBC가 2007년 드라마 '궁'을 통해 입헌군주제 설정을 선보인 바 있는 만큼 '21세기 대군부인'을 향한 기대치도 높았다.
기대감은 수치로 이어졌다. K콘텐츠 경쟁력 전문 분석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1세기 대군부인'은 TV·OTT 드라마 화제성 1위를 기록했다. 특히 방송 전 드라마가 해당 차트에서 1위에 오른 것은 조사 이래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시청률 역시 응답했다. 1회 시청률 7.8%(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출발한 작품은 매회 상승세를 보였고 지난 16일 방송된 최종회에서는 13.8%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는 MBC 금토드라마 역대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OTT에서도 성과를 냈다. 지난달 12일 미국 디즈니+ 톱10에 진입한 이후 K드라마 최초로 장기 차트인에 성공했다. 글로벌 누청 시간은 4300만 시간을 돌파했고 현재까지 디즈니+에서 공개된 한국 콘텐츠 가운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한국 시리즈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도 최다 시청 한국 시리즈라는 점에서 의미를 남겼다.
기대작이었던 만큼 성과 역시 컸지만 작품을 둘러싼 논란 또한 방송 초반부터 종영까지 끊이지 않았다. 자칫 새로운 기록을 남긴 성공작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으나 막상 안을 들여다보면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가장 먼저 불거진 건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 논란이다. 입헌군주제라는 가상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작품인 만큼 배우들이 시대적 분위기와 캐릭터에 설득력 있게 녹아들어야 했지만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몰입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방송 초반부터 캐릭터 해석과 발성, 톤 등에 대한 아쉬움이 이어졌고 이는 작품 전반의 몰입도를 떨어뜨렸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스토리의 빈약함 역시 문제로 꼽혔다. MBC 드라마 극본 공모전 당선작인 만큼 탄탄한 서사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컸다. 하지만 극 후반부로 갈수록 개연성이 부족해지는 이야기와 급작스러운 전개 등 설득력이 떨어지는 서사가 반복되며 아쉬움을 남겼다. 반복되는 궁궐 화재, 대비가 대군 앞에 무릎 꿇고 석고대죄하는 장면, 급작스러운 군주제 폐지 등이 그 예시다.
여기에 마지막 11회에서는 역사 왜곡 의혹까지 불거지며 논란에 스스로 불을 지폈다. 왕위에 오른 이안대군이 중국의 신하가 착용하던 구류면류관을 사용하고, 신하들이 자주국의 군주를 상징하는 표현인 '만세' 대신 제후국이 사용하는 '천세'를 외치는 모습이 등장하면서 동북공정 논란으로 번졌다.
비판이 거세지자 제작진은 지난 16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조선의 예법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변화했는지 제작진이 세심하게 살피지 못해 발생한 사안"이라며 "가상의 세계관과 현실의 역사적 맥락이 교차하는 부분에 대해 보다 신중하고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했으나 면밀히 살피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고개 숙였다.
대본집 출판을 맡은 오팬하우스 역시 "해당 사안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초판 예약 구매 독자분들께 별도 안내문을 제공하고 이후 제작분에는 해당 표현을 수정·반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이유 역시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팬들과 함께 최종회를 시청하는 단체 관람 이벤트에서 "조금이라도 실망을 끼치거나 미흡한 모습을 보인 건 정말 내 잘못이다. 내가 더 잘했으면 될 일"이라고 사과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후 아이유와 변우석은 18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재차 사과문을 게재했다. 아이유는 "주연 배우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하고 큰 실망을 끼친 것 같아 매우 송구하고 지금도 마음이 무겁다"며 "우리 고유의 역사에 기반한 상상력과 대한민국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한 작품이었던 만큼 배우로서 더 공부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스스로가 부끄럽다"고 사과했다.
변우석 또한 "작품에 담긴 역사적 맥락과 의미, 그것이 시청자 여러분께 어떻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며 "배우로서 연기뿐 아니라 작품이 가진 메시지와 맥락까지 더욱 책임감 있게 살펴보고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깊이 새기게 됐다"고 밝혔다.
이로인해 출연 배우 중 유일하게 종영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던 이재원 역시 인터뷰를 취소했다. 소속사는 "배우 역시 작품의 일원으로서 무거운 마음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 개인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 작품 전체와 시청자분들께 조심스럽고 누를 끼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 OTT 성적만 놓고 보면 '21세기 대군부인'은 분명 성공한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아이유와 변우석의 만남은 국내를 넘어 해외 시청자들까지 끌어모았고 결과적으로는 흥행을 입증했다. 하지만 작품을 둘러싼 논란 역시 끝까지 따라붙었다. 이로 인해 제작진과 배우들의 사과, 대본집 수정, 종영 인터뷰 취소라는 후폭풍이 이어졌다. 작품 자체보다 논란이 더 오래 회자하는 결말을 맞은 셈이다.
다만 배우들이 잇따라 고개를 숙인 것과 달리 작품을 편성·방영한 MBC와 극본을 집필한 유지원 작가의 별도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제작진의 사과문이 공개되긴 했지만 작품의 기획과 창작 전반을 책임지는 주체의 보다 명확한 설명과 책임 있는 태도가 필요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이제 K드라마는 국내 시청자만을 대상으로 소비되는 콘텐츠가 아니다. 글로벌 OTT를 통해 전 세계에 확산하고 있고 특히 아이유와 변우석처럼 해외 팬덤이 탄탄한 배우가 출연한 작품일수록 그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가상의 세계관이라고 해도 역사적 상징과 맥락을 차용했다면 보다 세심한 검토가 반드시 필요했다.
그렇기에 단순히 사과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제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얼마나 많은 시청 시간을 달성했는지가 아니라 작품이 무엇을, 어떻게 보여줬는지에 대한 책임 또한 함께 평가받아야 한다. '21세기 대군부인'을 향한 비판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소비되기보다 다시는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한 경고로 남아야 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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