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장에 흔해진 '황제주', 주당 200만원 육박 '명품주'도 눈길


주당 100만원 이상 종목만 11개…역대 최다
초고가 우량주 집중 매수세 주목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300만원대 주가를 기록하고 있는 효성중공업을 비롯해 국내 11개 종목이 100만원 이상 주가를 호가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주당 100만원대 주가를 지칭하는 '황제주'가 국내 증시 호황으로 11개까지 늘어나면서 희소성이 낮아지자, 고액 자산가들의 시선이 이동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100만원대 진입을 목전에 둔 투자처로 눈을 돌리면서도 주당 200만원이 넘거나 육박하는 주식을 마치 명품을 취급하듯 지갑을 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효성중공업, SK하이닉스, 두산, 삼양식품, 고려아연, 삼성바이오로직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HD현대일렉트릭, SK스퀘어, 태광산업, 삼성전기 등 11개 종목이 주당 100만원대 주가를 웃돌았다.

지난 2023년 코스닥 상장사 에코프로가 2차전지 열풍을 타고 홀로 주당 가격 100만원짜리 이상 종목에 올랐다가 약 10개월 만에 지위를 반납한 후 약 10개월간 황제주가 단 한 곳도 나오지 않으며 공석을 유지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달부터 황제주에 진입한 새내기 종목도 2곳(SK스퀘어, 삼성전기)이나 될 만큼 최근 가파른 증시 상승세와 외인의 수급, 각 사의 호실적 등이 투자심리를 자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내 증시 최고가 종목은 단연 효성중공업이다. 2025년 7월 처음으로 주가 100만원을 돌파한 효성중공업은 지난 5월 7일 무려 474만2000원에 거래되면서 단일 종목 가격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16일 코스피가 8000선에 도달한 뒤 피크아웃(정점 통과)를 맞아 18일 7200~7300까지 내려온 상황에서도 360만원대 주가를 유지 중이다.

효성중공업 외에 주당 200만원을 기록한 종목은 국내 증시를 이끄는 반도체 열풍의 주역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의 52주 신고가는 15일 장중 기록한 199만5000원으로, 16일 프리마켓에서 한 차례 200만원선을 터치하기도 했다. 조정을 받은 18일 장에서는 180만원대를 웃돌면서 200만원 재진입을 노리고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 2024년 12월 최대주주인 영풍·MBK파트너스와 현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과 경영권 분쟁이 열렸을 때 공격적인 쌍방 공개매수가 이뤄지면서 최고 240만7000원까지 올랐던 종목이다. 분쟁 이슈가 일단락되면서 조정을 받긴 했으나 올해 2월에도 한 차례 200만원을 웃돌면서 저력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두산이 올해 각각 198만7000원, 190만원의 신고가를 기록하면서 명품주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양사의 15일 종가는 각 141만9000원, 161만4000원이다.

증권가에서는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옛 LIG넥스원)와 LG이노텍, 현대차, HD현대중공업, 삼성SDI 등을 차기 황제주 진입이 유력한 종목으로 꼽고 있다. 모두 목표가 100만원 이상 리포트가 최소 한 차례 발간됐으며 각 산업군을 대표하는 종목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증명하듯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200만원을 전후한 종목들의 매수세가 일반 개인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져 거래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통적 우려와 달리 여전히 끊이질 않다는 점이다. 외인 투자자의 자금 유입으로 증시가 연일 상승장을 이어갈 때 저점 매수보다는 확실한 우량주에 집중하는 트렌드도 반영된 모습이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전력 인프라 등 글로벌 산업 패러다임 변화의 중심에 선 기업들이 '명품주' 랠리를 주도하는 것도 특징이다. 변동성이 큰 테마주 대신 실적과 미래 성장성이 확실한 대형주를 명품 소비하듯 포트폴리오에 담으려는 심리도 강해졌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코스피가 역사적 고점을 경신한 후 연이틀 조정을 받는 장세 속에서 주당 가격이 높은 만큼 단기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고개를 든다. 또 주당 가격 부담을 낮춰 거래를 활성화하는 액면분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2010년대 들어 효성중공업 이전 역대 가장 비싼 가격에 거래된 종목은 액면분할 이전인 2015년 아모레퍼시픽이 기록한 403만원이다.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의 역대 최고가는 액면가가 5000원이던 2017년 11월 287만6000원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주당 가격이 너무 높으면 착시 효과에 따른 고평가 논란이나 거래량 급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으나 현재 장세는 철저히 글로벌 펀더멘탈과 실적에 기반한 차별화가 진행 중이다. 고액 자산가와 외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비싸도 확실한 고가품을 사는 심리가 강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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